어제 아빠 고향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상가에 동기들이 모였다.

새벽에 몇 분의 친구들이 함께 우리 집으로 오셔서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 시간 자고 일어나서 친구들과 노고단에 올라가는 길에 우리도 같이 갔다.

성삼재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노고단 길로 접어드는데

누나는 점퍼도 집에 두고 와서 반바지와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작은 이불을 망토 삼아 두르고 아빠 손을 잡고 떠났지만

태민이는 한잠이 들어서 엄마랑 차에 남았다.

날씨도 아랫동네와는 엄청 달라서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흩뿌리는 것이 한치 앞이 안 보였다.

곧 잠이 깬 태민이랑 엄마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답답한 차 안에서 기다리기 힘들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아이스크림이랑 페트병 안 사준다고 휴게소에서 대성통곡을 한바탕 한 후

지나가던 낯모르는 청년 목을 끌어안고 안겨서 하소연을 하고

등산로 입구에서 서성거리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움찔하는 것이 쉬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쉬를 찔끔해서 팬티만 조금 적셨길래

큰 기대는 하지 않고 페트병을 대주었더니 드디어!!! 처음으로 병에 쉬를 했다.

역시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보면 곧잘 할 수 있는 모양인지

하루종일 3번이나 병에 쉬를 하였다.

기저귀를 차지 않고 한 달 넘게 여기저기 쉬를 하고 다니더니

오늘 성삼재에서 한 단계 넘어서서 너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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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4 0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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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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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7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젓가락이 장난감의 모든 것이던 시절이 지나고

열고 닫을 수 있는 뚜껑이 달린 병이란 병은 모두

열고닫고 열고닫고 라벨 떼어내고 이러면서 갖고 논다.

(똑같은 상표가 붙은 같은 크기의 병이라도

갖고 놀던 것 대신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으로 바꿔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처음에는 쏟아질까 걱정이 되는지 뭔가 들어있는 병은 무조건 비워달라고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새로 산 물이나 쥬스도 몇 모금씩 나눠마신 후 비워주어야하는 식이다.

다음에는 조금 들어있어도 상관없이 한 모금 마시고 닫고, 열고 다시 한 모금 마시고 닫고

이렇게 끊임없이 마시고 열고 닫는 것을 재미있어하더니

요즘엔 따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병에서 컵으로 컵에서 병으로, 병에서 또 다른 병으로...

수돗물을 틀어놓고 병에 물을 받아서 화단이나 계단에 가져다 붓는 것도 일이다.

식당에 가면 주시는 물 한 병이 빌 때까지 여러 개의 컵에 물을 나누어 따라야 직성이 풀린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액체는 잠깐 방심하면 싱크대 개수대에서 사라진다.

새로 사다넣은 우유 한 팩, 막걸리 한 병, 다소 비싼 죽력 반 병, 시원한 물 여러 병...

그리고 급기야는 콘센트에 붙박이 식으로 꽂아놓는 액체모기향 병을 풀어내어서

어떻게 했는지 뚜껑을 열고 다른 페트병에 붓고 있는 걸 목격하고

" 너 지금 뭐하니?"

차분하게 한 마디 했더니 어찌나 서럽게 서럽게 울었던지

바깥에 있던 아빠가 어디 다친 줄 알고 집안으로 서둘러 들어오실 정도였다.

오늘은 욕실 수도꼭지 앞에서 병에 물 받고 부으면서 거의 하루를 보내더니

세숫대야에 담긴 물을 페트병에 옮겨 붓기 시작했다.

키가 제법 컸어도 아직 대야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다 흘려보내면서도 꾸준히 병에 물을 채우려 노력하였다.

 

또 다른 취미 하나는 높은 곳에서 물건을 던지는 것이다.

3층 베란다나 창문으로 무거운 것, 가벼운 것, 부피가 큰 것, 작은 것 구별하지 않고 집어던진다.

2천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든지 여름 이불 한 채를 집어던진 날도 있었고

베개와 쿠션, 인형, 페트병,그림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당에 널린 것을 한 바구니씩 집어담아 올라와야 한다.

창고나 다름없는 다락방에 쌓인 물건도 추락을 피하기 어려워서

박스에 담긴 옷이랑 장난감, 등산용품 등이 계단을 구른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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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9 1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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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서 그랬는지

자리에 누웠지만 11시가 넘도록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뒤척이던 태민이가

<엄마!>라고 불렀다.

보름쯤 전 부터 뭔가 아쉬운 일이 있으면 <엄마,엄마,엄마,엄마!!>하면서

감탄사 조의 엄마를 연발했는데

어제 밤에는 내 얼굴을 보면서 단 한 번만 엄마라고 부른 것이다.

반가워서 감았던 눈을 뜨고 아는 체를 해주며 칭찬을 했더니

재미있는지 자꾸 불렀다.

아빠나 누나, 물 이런 말을 해보라고 시키면 여전히 얼굴을 할퀴며 짜증을 내지만

이제는 말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만 34개월이 얼마남지 않은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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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9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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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한 자리에 발수건을 가져가서 자기 발 먼저 꼭꼭 수건에 눌러 닦고

어디서 배웠는지 발로 수건을 쓱쓱 밀어서 닦고 있다.

쉬 한 번 해보자고 하면 통 대고 잘 서 있어주긴 하는데 아직...

누나 말에 의하면 태민이는 통이 있으면 쉬를 못하고 통이 없으면 쉬를 한단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기 싫다고 바닥을 뒹굴고 발버둥을 치길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와버렸더니

엉엉 울고 짜증을 내면서도 벗겨진 신발 한 짝을 한 손에 꼭 챙겨들고 종종걸음으로 따라온다.

 

한 손엔 폭 넓은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다른 손엔 큰 가위를 들고 3층으로 먼저 올라가길래

부랴부랴 따라 올라왔더니

어느 새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방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손에 든 물건들을 내려놓고, 신발 벗어 넣고, 다시 물건 챙겨들고 그래야했을텐데 빠르기도 하다.

비록 왼쪽 오른쪽이 바뀌어져 놓여있었지만

이렇게 할 줄 아는 녀석이 왜 그 동안 엄마랑 들어올 땐

신발 신고 거리낌없이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갔던 것인지...

아이가 늦된다고 무조건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엄마가 신발 벗어라 하면서 지레 챙겼주었던 탓인가 보다.

 

요즘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는 징글벨.

누나도 덩달아 루돌프 사슴코를 부르고 있어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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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0 2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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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8-07-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냐, 기다릴께.^^

2008-08-12 0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젯밤에 우리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우~아우아 우아우아~  우~아우아 우아우아~

달력 위에 동글, 아빠가 출장갔다 오는 날 (만화 문어빵맨 노래)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수민이가 가사대로 노래한다고

태민이도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좋아한다.

(그래놓고 저녁에는 또 태민이는 보통 4살짜리하고는 다르다면서

다른 4살짜리들은 다 말을 하는데 태민이는 아직 못한다고 실망스런 눈치다.)

 

요즘 배변훈련을 하느라 팬티만 입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실례를 한다.

처음에는 그냥 발수건을 가지고 가서 흔적을 꼼꼼하게 닦더니

요즘엔 오줌 닦은 발수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한 열흘 쯤 되었지만 아직 소변통에 오줌을 누는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다만 쉬를 하려고 하면 아래를 내려다본다.

지난 여름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여름에는 꼭 성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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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7-0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 화이팅~!! 이모, 수민이도 잘 지내시죠?^^ 더위도 조심하세요 ~~

hsh2886 2008-07-12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아 산골소년보고시퍼요^-^♡

>>sunny 2008-07-1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하길 빌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