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잠깨기 직전에 꿈을 자주 꾸는 모양이다.

잠꼬대를 한 마디씩 하며 칭얼거린 후에 깨어나곤 한다.

- 엄마, 너무 작게 잘라주지 마세요~!

- 엄마하고 아빠하고 태민이랑 버스타고 횟집에 가고 싶어요!

- 바나나 먹을래요!!

- 꿈에서 바다거북이랑 달팽이를 만났는데 같이 놀고 싶었는데 그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어요.잉잉~!!!

 

지난 일요일, 대낮에 아빠가 텔레비젼을 보고 있으려니

나에게 은근히 하는 말,

- 엄마, 아빠가 이제 수민이한테 회도 못 사주시겠다.  돈을 벌어오셔야 회를 사주실텐데...

  나는 회, 포도, 수박 이런거 좋아하는데...

- 그 얘기 아빠한테 가서 말씀드려 봐!

- 아니야, 괜찮아!

 

빨래를 걷다가 손바닥을 벌에 쏘였다.

따끔한 것이 어찌나 아픈지 외마디 소리를 질렀더니 점심 상을 치울 때 하는 말,

- 엄마, 벌에 쏘여서 아프다면서? 놔 둬, 내가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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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6-11-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특한것!^^
 

바다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물고기,문어 등이 알을 낳아 돌보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1시간 쯤 지났을 때 

- 엄마, 요즘엔 엄마 알을 낳지 않아?

- 풋! 엄마는 알은 못 낳아.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거야.

- 아빠하고 결혼해서 수민이랑 태민이를 낳은거야?

- 그래.

- 어떻게 결혼했는데?

-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해보고 같이 행복하게 살자고 하면서 결혼했지!

- 나도 엄마하고 결혼하고 싶다.

- 그런데 여자들끼리는 결혼하지 않는건데? 남자는 여자하고 결혼하고 여자는 남자하고 결혼하는거야.

- 그러면 내가 남자야?

- 수민이는 여자야, 엄마도 여자고.   아빠랑 결혼할래?

- 아니야, 그래도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잉~.

- 그래, 그러면 엄마랑 결혼하지 뭐.

- 나는 엄마랑 결혼해서 내 아이를 낳을거야.

- (푸하하^^) 어떤 아이를 낳을건데?

- 영우!

- 영우를 보니까 예쁘고 귀여웠어?

- 응, 영우랑 태민이를 낳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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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10-0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핫!!! 수민이 사람웃기는 재주는 끝내주네요!!
 

지난 일요일부터 3박4일동안 1월생 동갑내기 지훈이가 다녀갔다.

수많은 언니,오빠들이 다녀갔지만 또래는 드물었고

또 이렇게 오래 함께 놀 수 있었던 적이 없었던터라

니네 집에 다시 놀러 안올거야라는 말로 상처주거나

미끄럼틀 위에 서 있을 때 빨리 내려가라고 밀거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풍선 권투글러브 끼고 한 대 때려준 걸로 상쇄하고 둘이 재미있게 같이 놀았다.

수민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밥 먹기>도 하고 최참판댁 근처 토지 세트에서

물레방아, 늙은 호박, 토끼, 돼지,조롱박을 보고 돌아왔으며

외할아버지 밭에 가서 고추도 따고 콩깍지가 매달린 콩도 보고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에 야호를 외치며 150m가량 등산을 해서 밤송이도 보고 내려왔다.

지훈이가 가지고 온 공룡 미니어처 줄세우기와 당겼다 놓으면 달려가는 자동차도 맘에 들었고

틈틈이 지훈엄마가 사오신 달콤한 도넛과 땅콩,아몬드 m & m초컬릿,

양념불고기와 수박을 먹으며 흐뭇해하기도 했으니 무척 즐거웠나보다.

가끔씩 나에게 달려와 엄마, 나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고 속삭이더니

급기야 지훈아빠가 수민이한테 뽀뽀해주라고 해서 지훈이가 뽀뽀해줬다고

- 지훈아, 나는 세상에서 니가 제일 좋아!

라고 만천하에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 그래. 우리 같이 자자.

 - 안돼, 나는 더 놀다가 잘거야.

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는 지훈엄마의 보고를 받고 수민아빠도 거기에 뛰어들었다.

- 수민아, 아빠가  더 좋아, 지훈이가 더 좋아?

- 저는 세상에서 지훈이가 제일 좋아요.

- 그래? 그럼 아빠는 태민이가 제일 좋더라.

- 그래도 저는 세상에서 지훈이가 제일 좋아요.

- 그럼, 앞으로 회 안 먹을거야? 아빠가 안좋으면 회도 못 사주는거지,뭐.

-(꿋꿋하게)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 지훈이가 제일 좋으면 지훈이 따라 가라. 이 방에서 나가. 지훈이 따라 2층에 가서 자!

-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훈,

- 내가 아저씨보다 더 무서워요. (최대한 무서운 눈으로 자세잡고 수민아빠를 노려보지만)

- 하나도 안 무섭다, 임마!

- (한 팔을 쭉 내밀며) 파워레인져, 받아랏!!!

- 그게 뭐고? 하나도 안 무섭다. 수민이 손잡고 가라.

마루로 쫓겨난 수민,

-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리하여, 상황은 수민아빠의 좌절로 끝나는 듯 하였으나,

수민이는 지훈이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처음부터 지훈이랑 2층에서 자기 싫고 엄마, 아빠, 태민이랑 자고싶다고 줄곧 얘기했으며,

지훈이도 수민이랑 같이 자고 싶긴하지만 엄마,아빠랑 떨어져 1층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으니......

 - 아빠, 사랑해요!  저는 아빠가 좋아요,  시소 한 번 태워주세요,

- 아빠도 세상에서 우리 수민이를 제일 사랑한다!

이렇게 아빠와 딸의 밤이 깊었다.

 

p.s

오늘 밤, 잠자리에 누워 콩쥐팥쥐 얘기를 하다가

나쁜 일을 하면 하느님이 벌을 내리신다고 했더니 벌이 뭐냐고 묻는다.

회초리를 맞기도 하고 손을 들고 서 있기도 하는 거라고 수준에 맞추어 대답해주었더니

그럼 좋은 일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주시지! 했더니 역시 수준에 맞는 대답이 돌아왔다.

.

.

.

초컬릿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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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이가 과격하게 나동그라져 자지러지며 울 때 황급히 달려온 엄마,

- 수민이가 그랬니?(심증 뿐이라서 주저하는 목소리)

- 아니에요. 태민이가 혼자 넘어진거예요.

긴가민가 하였다. 벌써 저렇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랴! 하면서..

 

그런데 오늘 물컵을 부엌에 두고 돌아서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뒤통수를 박은 태민 꺽꺽거리며 울었다.

수민이가 가만히 앉아 있는 태민이 가슴을 두 손바닥으로 확 밀치는 것을 목격, 놀란 엄마의 외마디.

- 수민아!!!

- (천연덕스런 표정과 목소리로) 제가 그런거 아니에요. 태민이가 혼자 넘어진거예요.

- 뭐! 엄마가 다 봤는데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할거야! 회초리가 어디갔어?

발딱 일어나서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다.

짐짓 회초리 찾는 척하며 마당으로 나와 우는 태민이를 어르고 달래는데 뒤따라 문간에 나온 수민

- (낭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할머리~! 저하고 같이 숨어계세요. 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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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별나다....

hsh2886 2006-09-0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슈민이는 그럼 안돼!!!!

2006-09-07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모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하루를 푹 쉬시고 구례장에 갔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횟집보다 카트를 타고 여러가지 물건을 사는 시장에 더 가고 싶어하며

울먹이기까지 한 수민이가 장에 간 것은 두 달 만입니다.

수민이와 태민이 머리를 깎고, 여름볕이 따가웠지만 할머니 손을 잡고 장 구경도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수민이가 멸치를 다듬는 할머니 옆에서 랩송을 불렀습니다.

- 할머니와 수민이가 구례장에 갔는데 머리도 깎고

  마트에 가서 수민이 책(공책입니다.^^)도 사고

 식당에 가서 짜장면도 먹고 쌍계한의원에서 약도 받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어요.

 

 계속 냅킨으로 닦아내건만 온 얼굴과 옷에 묻혀가며 짜장면 먹는 수민을 보고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 수민이가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그려.

 

어제 해질녘 마당으로 나갔더니 할머니와 놀던 수민 엄마에게 은근한 음성으로

-할아버지 일 다하시믄 구례장에 간대. 짜장면도 먹고..(당장 장으로 출발하는 줄 알았던 수민)

오늘 아침, 아침밥 먹으라고 하자 거부하며

-구례장에 가서 저녁 먹어야되!

 (아직 각 끼니 이름을 제대로 모름.  특이하게 시간으로 쓸 때는 잘 구분한다.)

저녁상을 차려놓고 태민이가 상에 달려들지 못하게 방으로 데려가서 놀아주고 있었더니

- 엄마, 나랑 같이 아침먹자. 이리 나와!

 

엄마 머리핀을 풀어보라고 해서 열심히 빗기고, 집게손가락을 세워 립스틱을 발라주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두드리고 눈두덩을 문지르며 친절하게 설명도 하고 질문도 하는 수민,

- 엄마, 이건 립스틱 바르는거야.(짱구과학사전에서 짱구가 립스틱 바르는 것을 보고..)

- 이마에 바르는 화장품은 이름이 뭐야?(이건 어디서 봤을까? 이모나 할머니?)

- 엄마, 이건 눈에 화장하는거야. 눈에 바르는 화장품은 이름이 뭐야?

 

이런 수민이가 오늘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한 말

- 엄마, 태민이는 왜 아빠처럼 머리 깎아줬어?

-  남자들은 그렇게 깎고 수민이는 여자니까 엄마처럼 깎은거야.

- 엄마도 머리를 깎았어? 나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란 말이야. 나도 아빠처럼 깎고싶어.

- 태민이는 얼굴이 아프니까 시원하라고 그렇게 깎은거잖아.

- 글래도, 나도 아빠처럼 깎고싶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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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ㄷㅋㄷ아침이 저녁, 저녁이 아침???

hsh2886 2006-09-0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햐햐햐

2006-09-07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