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부터 3박4일동안 1월생 동갑내기 지훈이가 다녀갔다.

수많은 언니,오빠들이 다녀갔지만 또래는 드물었고

또 이렇게 오래 함께 놀 수 있었던 적이 없었던터라

니네 집에 다시 놀러 안올거야라는 말로 상처주거나

미끄럼틀 위에 서 있을 때 빨리 내려가라고 밀거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풍선 권투글러브 끼고 한 대 때려준 걸로 상쇄하고 둘이 재미있게 같이 놀았다.

수민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밥 먹기>도 하고 최참판댁 근처 토지 세트에서

물레방아, 늙은 호박, 토끼, 돼지,조롱박을 보고 돌아왔으며

외할아버지 밭에 가서 고추도 따고 콩깍지가 매달린 콩도 보고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에 야호를 외치며 150m가량 등산을 해서 밤송이도 보고 내려왔다.

지훈이가 가지고 온 공룡 미니어처 줄세우기와 당겼다 놓으면 달려가는 자동차도 맘에 들었고

틈틈이 지훈엄마가 사오신 달콤한 도넛과 땅콩,아몬드 m & m초컬릿,

양념불고기와 수박을 먹으며 흐뭇해하기도 했으니 무척 즐거웠나보다.

가끔씩 나에게 달려와 엄마, 나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고 속삭이더니

급기야 지훈아빠가 수민이한테 뽀뽀해주라고 해서 지훈이가 뽀뽀해줬다고

- 지훈아, 나는 세상에서 니가 제일 좋아!

라고 만천하에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 그래. 우리 같이 자자.

 - 안돼, 나는 더 놀다가 잘거야.

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는 지훈엄마의 보고를 받고 수민아빠도 거기에 뛰어들었다.

- 수민아, 아빠가  더 좋아, 지훈이가 더 좋아?

- 저는 세상에서 지훈이가 제일 좋아요.

- 그래? 그럼 아빠는 태민이가 제일 좋더라.

- 그래도 저는 세상에서 지훈이가 제일 좋아요.

- 그럼, 앞으로 회 안 먹을거야? 아빠가 안좋으면 회도 못 사주는거지,뭐.

-(꿋꿋하게)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 지훈이가 제일 좋으면 지훈이 따라 가라. 이 방에서 나가. 지훈이 따라 2층에 가서 자!

-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훈,

- 내가 아저씨보다 더 무서워요. (최대한 무서운 눈으로 자세잡고 수민아빠를 노려보지만)

- 하나도 안 무섭다, 임마!

- (한 팔을 쭉 내밀며) 파워레인져, 받아랏!!!

- 그게 뭐고? 하나도 안 무섭다. 수민이 손잡고 가라.

마루로 쫓겨난 수민,

-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리하여, 상황은 수민아빠의 좌절로 끝나는 듯 하였으나,

수민이는 지훈이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처음부터 지훈이랑 2층에서 자기 싫고 엄마, 아빠, 태민이랑 자고싶다고 줄곧 얘기했으며,

지훈이도 수민이랑 같이 자고 싶긴하지만 엄마,아빠랑 떨어져 1층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으니......

 - 아빠, 사랑해요!  저는 아빠가 좋아요,  시소 한 번 태워주세요,

- 아빠도 세상에서 우리 수민이를 제일 사랑한다!

이렇게 아빠와 딸의 밤이 깊었다.

 

p.s

오늘 밤, 잠자리에 누워 콩쥐팥쥐 얘기를 하다가

나쁜 일을 하면 하느님이 벌을 내리신다고 했더니 벌이 뭐냐고 묻는다.

회초리를 맞기도 하고 손을 들고 서 있기도 하는 거라고 수준에 맞추어 대답해주었더니

그럼 좋은 일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주시지! 했더니 역시 수준에 맞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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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컬릿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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