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와 고물가 속에서 시작된 2월,,,


고향 집,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영원히 쉬게 되겠구나~ 

고장난 기름 보일러는 이전의 연탄 보일러를 철거하고 들어온, 첫번 째 기름 보일러를 대신하여 지난 1999년 겨울 설치된 것이다. 

이번 고장난 보일러가 설치되던 날, 아버지는 친구 분이 운영하는 보일러 점에서 직접 보일러를 사와서 친구 분과 함께 설치했다. 그날은 너무도 추운 날이어서 2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추위 속에서 목장갑을 낀 두 분이 보일러에 배관을 연결하던 장면, 그리고 일을 마친 뒤 따뜻하게 뎁혀지는 방안을 확인하고 나가시던 뒷모습이 마치 어제와 같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우리와 추운 겨울을 함께 했던 기름 보일러는 언제나 펄펄끓는  온수를 제공해 주던 존재였다. 아픈 엄마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게에 나가시고 나면, 그제야 보일러가 쉬는 시간이었다. 우리 집은 외풍이 세서, 언제나 바닥은 뜨거워야 했다. 그래도 방안의 온도는 잘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행복한 온기가 가득했다.


처음 집이 지어지고, 이사 온 때 연탄 보일러를 사용했다. 그때는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인 7살 동생이 연탄을 갈기도 했다. 혹 연탄불이 꺼지면, 번개탄을 사서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따뜻한 물은 연탄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뎁혀서 사용했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한 방 한 방 바닥을 뜯어내고, 배관을 새로이 했다. 우리는 작은 방에서 네 가족이 함께 잤다. 그때 너무 좁고 불편했지만, 우리 모두는 건강했다. 건강했기에 견딜 수 있었고, 새롭게 좋아진다는 미래가 있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몇달의 배관 공사가 끝나고, 바닥이 마르자 기름 보일러가 들어왔다. 

처음 경험한 기름 보일러의 효과는 실로 혁명적이었다. 집안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고, 바닥은 연탄 보일러 때와 다르게 아랫목, 윗목 없이 뜨끈 거렸다.

우리 집에 이모가 와서 한번 누워보고는 너무도 좋아라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연탄가스 걱정 없고 따뜻한 물을 제공해준 기름 보일러가 함께 했다. 

이후 약 10년이 지나 고효율의 기름 보일러로 교체하게 되었는데, 교체된 보일러가 이번에 고장 난 보일러다. 23년,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100살이 넘도록 노동에 종사한 것이다. 그동안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어두운 반지하에서 그 옛날 연탄을 쟁여 두던 자욱이 한쪽 벽에 여전히 남아있는 춥고 침침한 곳에서 23년을 고생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때는 아픈 엄마의 몸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아버지의 마지막도 차갑지 않게 함께 해주었다. 할일 없이 빈둥거리던 나에게도 한결같은 온기를 주었던 보일러가 우리와 이별한다. 이번에 새로이 들어오는 젊은 보일러는 아마도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옛날 우리가 사랑하던 진돗개 곰돌이처럼 살아있지는 않을 지라도, 우리와 함께 하며 정들었던, 그리고 정을 주니 정이 가는 그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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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현대미술사 - 천재 예술가들의 크리에이티브 경쟁
윌 곰퍼츠 지음, 김세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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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꿈꾸는 인재들은 지금도 무엇인가 하고 있다. 그들이 현재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결과물이 미래에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다.'

현대 미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9세기 인상파부터 다시 현대미술에 이르는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미술에 있어서도 그들은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들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세계사 교과서인가, 사회교과서인가에 있던 유명한 책'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가 이런 말을 했다. 

'역사상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강대국은 여러 나라이지만, 한 가지 강대국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모든 패권을 장악했던 강대국들은, 공통적으로 패권기가 시작될 때, 그들의 문화로 다른 나라를 이미 압도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필요한 혁신의 과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역사를 돌아보면 되는데,

현대미술사에서도 이런 혁신의 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세계를 압도하는 문화를 위한 혁신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닥 실마리가 분명하다. 재미있고, 설득력이 높은 책이다. 강력하게 추천하다.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 한번 읽어 보시라~~~


'위대한 예술은 재앙으로 인한 혼란, 지진 같은 대사건 속에서 꽃을 피우는 경향이 있다. 혁명과 전쟁에 휩싸였던 프랑스에서 현대미술이 시작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본문 p. 231 


...말레비치가 그린 '검은 사각형'....하얀 캔버스 위의 검은 사각형? 글쎄,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말레비치의 작품은 숭배를 받고 그 가치가 몇 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반면, 우리의 작품은 하찮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걸까? 동시대 영국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에도 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에민은 최초의 아이디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답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분명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예술에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표절에는 지적인 가치가 전혀 없다. 그러나 정통성에는 가치가 있다. 현대미술의 핵심은 혁신과 상상력이지 현상 유지나 그보다 더 나쁜 흐리멍덩한 모방이 아니다........본문 p. 241


2023.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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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유감 b판시선 53
최세라 지음 / 비(도서출판b)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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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경향신문 2022년 10월 17일....레드문....1973년생...올해로 50...그대에게 ‘화이팅‘을 보내면서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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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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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의 손길이 거쳐간 것이 분명하다.

요망한 신이시여~~

그대가 한 일이 어떤 일인지 아시나이까!!!


... 중소기업에서 무계획 소품종 다량 생산을 시도하면 햄릿과 리어왕, 오셀로와 맥베스가 사이좋게 저승에서 탄식할 비극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본문 p.68)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이 책은 신의 손길이 거쳐갔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오 신이시여~~

그대, 이 무슨 비극이 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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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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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이시여~~어찌 이런 필력을 가진 인재를...어찌 이다지도 고달픈 삶을 살게 하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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