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은 황해도 금천에 있는 골짜기 이름이다. 항상 제비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하여 '연암'이란 이름이 붙은 바위였다.  

언뜻보면 선생은 거대한 바위와도 같은 인상을 풍긴다. 키가 크고 풍채가 좋은 선생은 벌어진 어깨에 등은 꼿꼿하여 앉아계실 때면 더욱 그애 보였다.  

깊은 주름이 진 이마와 불그레하고도 긴 얼굴은 고집스러워 보이고, 길게 쌍꺼풀진 눈과 듬성듬성한 구레나룻은 더욱 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한 번 입을 열면 이내 방 안에 봄 햇살처럼 명랑하고 쾌활한 기운이 감돌았다. 굵은 눈매는 어느새 가늘어지고 활짝 웃는 얼굴에 치켜진 구레나룻이 햇살처럼 퍼졌다. 마치 봄기운을 안고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 듯 싶었다.  

세상에 가장 먼저 봄기운을 안고 날아오는 새는 제비이다. 

   <책만보는바보> p172,173 

 

연암 선생은 1780년에야 뒤늦게 중국에 다녀오셨다. 북경을 지나 중국황제의 피서 행궁인 열하에까지 이르는 긴 여행이었다. 선생은 그때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글로 남겼는데, 바로 <열하일기>이다. 

....그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평소 중국의 제도와 문물에 대한 선생의 생각, 중국과 우리의 역사,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연암 선생 특유의 명쾌하고 논리적인 문장과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해학까지 곁들여져, 한번 손에 들면 놓기가 어려웠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아직도 그들을 오랑캐라 멸시하며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암 선생은 확실히 볼 것은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보기 좋고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냐... 

...깨어진 기와 조각과 냄새나는 똥거름이 가장 볼 만하더이다.... 

....중국 사람들이 깨어진 기와 조각 한 장이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담을 쌓는 데 쓰고, 더 작은 조각들은 땅에 깔아 비가 와도 질척이지 않게 하는 것을 주의 깊게 보신 것이다. 그저 낯선 곳의 풍물을 구경 삼아 간 것이라면, 결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광경이다. 

                 <책만보는바보> p17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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