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보고서를 쓰느라, 많은 시간을 루야와 함께하지 못했다. 일은 잘 마무리 되었지만, 


아버지는 글 읽기를 좋아는 하셨다. 하지만,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학력으로 지금 와서 '글을 읽어 무엇에 쓰겠다고' 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아빠가 밤늦게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 와서는 할머니 그러니까 아빠의 엄마에게 눈물로 화를 내시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난 보통 때와 같이 억지로 자는 척 했지만, 모든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그때는 그 대화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대화가 이해된다. 


'왜 저를 학교에 보내주시지 않으셨어요??왜요.왜요.'

'그때는 해방 통에 전쟁 통에 먹을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미안하다.'

'왜 저에겐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어요?? 그때 중학교만 보내주셨으면, 저 혼자 뭐든지 할 수 있었을 걸~'

'아범아, 미안하다. 내 너를 노가다 판으로 목수 손에 붙들려 보내 놓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는 내가 잘못했다. 그때 내가 잘못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땅에 엎드려 자신의 어머니에게 하소연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목수일 배우라고 할머니가 아버지를 노낸 것은 13살 되던 해라고 했다. 13살!! 지금 생각해 보면, 13살짜리가 무슨 일을 하겠는가??

내가 커가면서 하소연하던 광경이 한때는 너무도 하찮게 보였었다. 

또 한때는 너무도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서 돌아보니 그때의 아버지가 이해된다. 13살 놀아도 시원치 않은 나이에 얼마나 공부를 하시고 싶었을까? 얼마나 학교 가고 싶었을까?

당시 할머니는 대장에서 섞은 똥 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집은 언제나 똥 냄새가 가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 냄새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지금 같았으면 수술로 금새 고칠 수 있었을 병이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셨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정도 전에는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수술시켜 달라고 아버지에게 울부짖으셨다. 아버지는 전세금 200만원에 여기저기 돈도 구해보고, 

친척의 의료보험을 빌리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했다.  

결국 할머니는 수술을 못 받으시고,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영구차 앞자리에 마지막까지 할머니가 덮으시던 이불이 있었는데, 똥 냄새가 가시지 않던 그 이불이었다. 아버지는 그 이불을 앞에 두시고, 장지로 가시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나는 기억한다. 

아버지는 가끔 한 질의 책을 사서 보시기도 했지만, 큰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 온몸이 메말라 뼈만 앙상하시던 시기에 머맡에 마자막 까지 있던 몇 권의 책... 그 책을 왜 그다지도 당신에게 소중했는지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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