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네 시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알콜성 치매로 인해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지요.
작년 겨울 11월부터 6개월간 집에 모시고 산 적이 있습니다.
술만 드셨다 하면 정신이 헤롱헤롱...그렇게 똥오줌 구별을 못합니다.
벽에 똥칠한다는 말, 그거 그대로입니다.
문 뒤에 가서 똥싸고 그거 문질문질거리고 있고 거기에 당뇨가 있으셔서 소변은 끈적끈적하기 이를 데 없는데 제대로 변기에 누질 못하셔서 늘 화장실청소를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 추운 2월에 이불빨래 해대느라 사람이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왔습니다.
7살 6살 연년생 남매는 그 6개월간 극도로 날카로와진 엄마의 총알받이였으며 거의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더랬습니다.
지금도 6살 계집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할아버지라고 합니다.
할아버지로 인해 엄마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그 힘듬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부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4시경,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한 여자가 복도에서 투신하는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몰지각한 관리사무실에서 그걸 연고자를 찾는답시고 그 사건 그대로 방송을 연거퍼 내보내는 바람에 당시 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방송을 듣던 저를 비롯하여 그 엄마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방송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마나 가슴이 벌렁거렸는지 모릅니다. 오죽하면 한 집은 남편이 "얼른 나가봐라, **엄마 아닌가 겁난다"라고 했겠습니까?

견디다 견디다 못해 아들된 그집 아저씨도 도저히 못참겠는지 요양소에 맡겼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시아버지는 8월초에 요양소에서 탈출하고 말았습니다. 들어간지 3개월된 시기였습니다. 다시는 요양소에 안들어가겠다고 하는 걸 내년에 방 얻어서 모시고 나온다고 간신히 달래어 다시 들여보냈는데 오늘 요양소에 다녀온 그집 아저씨는 언니에게 시아버지를 다시 모셔야겠다고 했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뻔히 아는 상태에서 모신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어도 안 모신다고 하자니 다른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언니와 맥주 한 캔씩 했습니다.
그 언니에게 제가 해줄수 있는 건 이런 거 밖에 없네요.

옆탱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내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나는 못 모셔, 죽어도 못 모셔 했더니만 말도 안된다고...당연히 모셔야지 그럽니다. 어구구...왜 이리 등골이 오싹해질까나요.....
이게 아들과 며느리의 차이일까요?
똥 치우고 이불 빨래하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수발들고..애들은 애들대로 겉돌고 그걸 감당해야 하는 건 여자입니다.
아들은 그저 아침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하루종일 힘들게 일한 남편에게 여자가 왜 이리 쨍쨍될꼬..정말 피곤해 죽갔구만...그러고 말 뿐입니다.


노인문제..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부모들에 대한 근심있는 집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갑니다.  제가 먹는 나이만큼 우리의 부모들도 늙으시기 때문이겠지요.
방법이 없이 미칠 것만 같은 그런 상황인 집도 정말 많습니다.
제 친정도 마찬가지인 상태이지만 딸이기에, 모른 척 한발 빼고도 있지만 시댁에 대해서는....어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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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8-29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도 아들이지만, 요양원행 절대 찬성입니다. 생명은 모두 존엄하고 핏줄도 물론 소중하지만, 어린 아이들도 역시 아버지와 같이 한 핏줄이고,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야할 시간이 더 길다는 양적인 차이는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그 어린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겪을 다양한 어려움과 앞으로 있을지 모를 부정적인 영향은 말도 할 수 없구요. 물론 어머니 본인도 힘드신 건 말할 것도 없구요. 더군다나 알톨성 치매라면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분명하고 그런 환자에게 가족으로써는 억지로 술을 금할 억지력이 없는 것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혈연으로써의 감정과 도리도 소중하지만, 인간으로써의 상식이라면 더이상 떠맡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런 식의 노인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해요. 제 일도 아닌데 괜히 흥분해서......)

panda78 2004-08-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과연 모실게요.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자신없습니다. 휴우...

starrysky 2004-08-2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갑갑해서 울고 싶어질 정도네요... 이런 상태에서 모신다면 사정 모르는 남들한테서 효자 효부 소리 들을지는 몰라도, 가정 전체가 피폐해지고 구성원 모두가 힘들 텐데 왜 남편분은 꼭 그렇게 힘든 선택을 강요하는 건지요.. 로렌초님 말씀처럼 아이들 생활부터가 지옥같아질 생각을 하면, 안 그러셨으면 좋겠네요..
어후, 제가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 보태는 것도 참 그렇습니다. 죄송해요..

깍두기 2004-08-2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에 대해서는...뭐라 말하기가 참 조심스럽네요. 다만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시라는 말 밖에는....(그 언니분 말입니다)
모시자니 내가 죽을 것 같고, 못 모시겠다고 하자니 남편이랑 어떻게 될 것 같고. 사람이 힘든게 자기 마음을 자기가 잘 몰라서이기도 하고, 어느것 하나도 놓치기 싫어서이기도 하지요.
일단 자신의 마음이 어느 쪽인지 확실히 정한 후(기꺼운 마음으로 웃으며 모실 수 있다/가정이 깨져도 난 죽어도 못한다) 주변사람에게는 자신의 결심을 조용히 통보만 하는 겁니다. 전 제가 무지 힘들 때 어느 곳에서 이 방법을 배웠더랬습니다.
이런 얘기 말로 할 때도 힘든데, 글로 쓰려니 더 힘들군요. 남들이 보면 무슨 소린가 할 거 같습니다. 마음에 안들더라도 용서를.......

마태우스 2004-08-29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법이 없다는 말밖에... 추한 모습 안보이고 죽고 싶은 게 대부분의 인간들 소망이지만, 그게 뜻대로 안되는 수가 많지요....

두심이 2004-08-2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곁에서 지켜보시는 밀키웨이님의 마음이 이렇게 아프신데 당사자이신 분은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저는 이글을 읽고 울 엄마라면..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사람이 이렇게 간사해서 내부모 네부모를 이런순간에 따지나봅니다. 그분..닥쳐보지않으면 아무도, 누구도 알 수없는 그런 고통속에 계시는군요.. 아무 해결방안의 말도 못 드리고 괜히 마음만 심란해져서 갑니다. 죄송해요..

불량 2004-08-2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깍두기님 말씀처럼 그 분께서 자신의 마음을 정하는 방법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우리나라 요양원 시설이 좋다면..고민의 수위도 좀 낮아질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10여 년 동안 모셨던 분이 계셔서..일반 가정에서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가족의 모든 생활이 그 쪽으로만 맞춰진다는 것이니까요.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언니 분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그 분은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도 텔레비젼에 치매이야기만 나왔다하면 먼저 눈물 흘리시고. 아직도 그 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하시더군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에휴..저도 횡설수설하고 갑니다.

밀키웨이 2004-08-29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다들 같이 고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딸꾹...>.<
그런데요...정말 방법이 없어요, 그죠?
그게 더 답답하고 미치겠는거죠.
도저히 나는 죽어도 못모신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거든요.
글타고 어흐흑..나 죽었소..라고 하면서 다시 모셔올 수도 없고.
똥만 안싸도 모시겠다고 하니 정말 말 다했지요.

근데요, 전 제 옆탱이 때문에 화났어요.
우쒸...그래도 모셔야 한다니....흑흑흑.....

밀키웨이 2004-08-29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제가요, 정말 술을 못 마시거든요.
맥주 한 캔도 다 못마시고 취해요.
그런데 두 캔을 마신 이유가 바로 그 집 아저씨 때문이야요.
아니 이런 상황이면 정말 마누라한테 잘해야 하잖아요.
미안하고 미안해서라도 마누라 일도 좀 거들고 말이라도 한마디 살뜰하게 하고.
그런데 이 아저씨, 나이는 많지 않으신 분이, 저보다 두살 많으니 37입니다.
어찌나 고루한지....당연한 일을 하는거지! 라고 하십니다.
그게 정말 열받고 분하고 언니가 너무너무 바보 같고 안쓰럽고...에구..말을 말아야죠.
제 일도 아닌데 미주알 고주알 말씀드리기도 그렇고....

panda78 2004-08-29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어.. 당연한 일? 당신이 한번 해보지! 화납니다,정말.

panda78 2004-08-29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만 아저씨가 치워도 되겠네. 내 참 기가 차서..

마냐 2004-08-2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더 분위기가 좋은 요양소를 찾아보면 안될까요?
너무 마음이 답답하군요. 이 상황을 거부하면 우리 사회는 '효부'가 아니라며, 설마 돌을 던질까요. 타인에 대한 배려, 아니 반려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네요.

stella.K 2004-08-29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님의 그 선배언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도 우리 엄마 가끔 방금 무엇인가를 하고도 금방 돌아서서 딴소리하실 때가 있죠. 그러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도 치매환자가 많은 세상이라...언젠가는 치매환자도 나라에서 관리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거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옆에 있는 사람이 남아 나겠습니까?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소린 줄 알지만, 빨리 우리나라도 좀 세계적인 복지국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영엄마 2004-08-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매걸리신 분, 그것도 성별이 다른 남자분의 뒤치닥거리 하시느라 참 힘드셨을 겁니다. 저희 친정어머니도 양할아버지 병수발 드실 때 본인은 싼 거 치운다고 하시는게 오히려 온 사방에 묻혀서 그거 빠느라 고생하신 거 들어서 짐작만 하였었답니다.(이젠 돌아가셨지만...)
위의 남자분이나 님의 부군이나 자기 부모이니 모셔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겠지만 실제로 본인이 해보라고 하세요. 자식이라도 힘들어서 돌아서고 싶은 일을 본인은 바깥일 한다고 며느리, 즉 아내에게 맡겨버리면 끝인지.. 엄마가 힘들면 자식들에게도 영향이 가는데, 형편이 되면 요양소가 좋을 듯 한데.. 한번씩 없어지면 찾기도 힘들다던데 말이죠..
어쨋든 저희 부부도 자식 고생 안시키고 가야 하는데..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4-08-2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8-3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저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언니를 만나고 왔습니다.
누군가에게 터놓고 싶을때...마땅한 상대가 없어서..저에게 이야기를 하지요.
누군가에게 본인의 치부를 밑바닥까지 들키는 심정으로..이야기를 하더군요.
너무나 참고 살았는데..스스로에게 돌아온 것이 없다구요.
모든 일에 시댁 일이든, 친정 일이든, 나 아니면 안되는 것은 없다구요.
그리고, 남편은 언제나 ...시댁 편이고, 당연한 것으로 안다구요.

그러나...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스스로...이제 그만하겠다고..아니...
정말 측은지심이 들 때만, 하겠다고 결정했을 때...스스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즐거이 할 때와 그나마 의무로 할 때와...짐이 될 때...
짐이 된다면...안되는 것이지요. 치매...사람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요양원에 보내드려야 합니다. 다른 쪽으로..그 분이 사위로써 장모의 치매를 견딜 수 있겠는가 묻는게 먼저입니다.
며느리도 사람이구요. 일곱살, 여섯살 아이들이 받을 고통과 상처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너무나 큰 장애가 됩니다.
분명..아들이 하루면 하루 일주일 이면 일주일 혼자서 ...한 번 겪은 다음에..그리 말하라 해야지요..전 단호하게 못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저나 제 신랑이 그런 일이 있을 시 백프로 요양원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돈 벌자 다짐합니다..짐...너무나 두렵습니다.

2004-08-30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