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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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탁월했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때때로 구성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만큼 생각지 못한 구성이나,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구성에서 오는 탄성인데 이 책이 그랬다.
5ᆞ18 영상들을 보면 거의 다가 흑백이다.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가 끔찍하거나 슬프서 눈을 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꼭 알아야 하지만 무서워서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같은 내용의 영상을 글로 읽는 기분이지만, 내용이 좋아서 쏙쏙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를 찾아나섰다가 현장에 남아있게 된 소년부터, 죽은 친구인 망자의 시선.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시선까지.
이런 인물의 인터뷰라고 생각하면 영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내면의 감정을 글로 적어놓음으로써 소설인지 사실인지 헷갈릴만큼 빠져 들게 만드는 흡입력이 좋았다.
한 명 한 명의 시선이 너무 길지 않는 단편 같은 느낌으로 장수가 빠르게 넘어 간 듯 하다.

ㅡp. 135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ᆞ광주 망월동을 찾았을 때 묘 옆에서 우시던 유가족들의 모습이 더욱 생각나게 하는 구절.
살아있다는 치욕이라는 말에 목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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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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ᆞp.95
`지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이라고 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옥=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
그러므로 사랑하라.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가 생각나게 하는 부분.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 중심으로 흘러간다.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가 살해되었고, 제 1 용의자로 첫째 아들이 지목이되어 수사했고, 심문했으며, 체포되었다.

증인들의 증언 부분에서 자세히 기록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부분을 읽으면서, 그래 앞에 이야기가 정말 장황하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책 3권의 분량이 나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첫 째 아들인 드미트리의 성격은 아버지를 닮은 듯 하다. 두서없이 말하는 버릇이며, 감정의 기복이 큰 설명들이며.

3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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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 바퀴 웅진 우리그림책 9
정지윤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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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그림책을 보면 따뜻한 그림이다 라고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 느낌이 때론 선이 부드러워서 느껴질 때도 있고, 이야기가 따뜻해서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색채는 선명하지만 엄마 어렸을 적에를 보는 듯 하다고나 할까? 아파트로 빼곡한 골목길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을 구석 구석 보여줘서 참 좋다.

종이 한 장이 준구네 집에서 떠나게 되어 우리가 흔히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며 날라가게 될 법한 종이를 채소가게에 살짝, 폐휴지 줍는 할머니 리어카에 살짝, 이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날라다니는 종이가 아니라 살짝 살짝 여행하듯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므로써 이 동네의 풍경을 보여준다.

종이의 시선으로 모든 풍경이 사심없이 보여지게 되어 참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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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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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책머리에(프롤로그)부터 눈길을 끌거나, 호감을 느끼거나, 와! 재밌겠는데?! 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영화를 강의의 소재로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이 책에도 영화를 많이 인용했다고 하며 이야기가 들어간다.
그러나 처음은 실제 사례들로 시작하는데, 첫 번째 장이 청소년 인권.


나도 언젠가 오겠지.
아이가 사춘기가 되거든 겁 먹지말고 지랄 총량의 법칙을 생각하자.


p. 17ㅡ18
지랄 총량의 법칙

혹시 `지랄 총량의 법칙`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당연히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유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지랄 총량의 법칙은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까지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습니다. 사춘기에 호르몬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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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5-1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지랄 총량법칙이라...그러니 좀 여유있게 봐주라 뭐 그런얘길까요? 그사람의 사춘기는 지금인거니까? 질풍노도의 시기가 왜 질풍노도시기 겠어요. 눈에 보이기 때문인데 ... 어쩌다 보니 펴어엉새앵을 질풍론도 로 연주하고 사는 시대 를 다들 겪고 있는 듯 해요..^^
뭐, 결론은 서로 이해를 잘 하자 ...그런 거겠죠..^^

jjinyyeop_n 2016-05-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죠. 그려려니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사는거겠죠?ㅎ 힘내서 목요일 잘 보내세요^^
 
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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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p. 483
내 인생의 모든 일들을 전부 취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일들을 초래한 실수들이 내가 한 실수들이 아니라면 무슨 권리로 내가 그것을 취소할 수 있겠는가? 사실 내 엽서의 농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을 때 잘못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알렉세이의 아버지가(지금은 복권되긴 했지만 이미 죽어 버린 사람이 다시 살아나진 않는다.) 감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잘못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실수들은 너무도 흔하고 일반적이어서 세상 이치 속에서 예외나 `잘못`도 될 수 없었고 오히려 그 순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이 책의 드문드문 분위기에서(주인공이 엽서에 농담 한 줄로 공산당의 적이 되어 군대에 가게 되고 거기서 검정 방패꼴 부대로 배정되어 탄광에서 육체의 한계에 다다를때까지 일하고 교육받으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내용들)
나는 우리나라의 삼청교육대나 5.18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한 것이란 말인가? 역사 자체가? 그 신성한, 합리적인 역사가? 그런데 왜 그런 실수들이 역사 탓이라고 해야만 할 것인가? 인간으로서의 나의 이성에만 그렇게 보일 뿐, 만일 역사에 자기 고유의 이성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그 이성이 인간들의 이해를 신경쓸 것이며 여선생처럼 꼭 진지해야 하겠는가? 그리고 만일 역사가 장난을 한다면?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 전체가 훨씬 더 광대하고 전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농담(나를 넘어서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나 자신의 농담을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ᆞ농담이 소재로 쓰이긴 했으나, 역사의 실수로 한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과거에 옭아매게 하는 삶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을 놈담이라고 에둘러 얘기하는 듯 하다.

농담... 쉽게 하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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