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스빌 이야기 -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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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쪽, 에필로그 중
경기후퇴가 빚어낸 최악의 결과들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소도시라 할지라도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운명이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산업과 노동이라는 외부의 거대 세력들이 한때 번성했던 중상층을 원래 자리로 되돌릴 능력을 상실하자 제인스빌은 그들이 가진 자원에만 의지해 미래를 기대하는 처지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제인스빌은 경제적 곤란을 겪는 다른 도시들에 견줘 포용력과 창의력이 풍부하고, 고통의 강도 역시 덜하다. 이것은 제인스빌이 지닌 자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부는 형편이 피고, 일부는 비통해하고, 일부는 그럭저럭 살아간다.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해놓았다.

GM자동차 생산라인 폐쇄로 인해 제인스빌이라는 도시가 무너지는 모습을 5년 동안 연도별로 나눠 정리하며 소설처럼 이야기 중심으로 적어놓아 #노동문제 카테고리에 속한 책이지만 술술 잘 넘어간다.
(이야기로 엮을 수 있게 출판사에서 팀을 짜준거 같은데 이 부분 흥미롭다.)

또한 도시가 의존하는 GM자동차 생산라인에 집중되다 보니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회사노동자, 협력업체들과 더불어 그들이 소비하는 재원들이 무너지면서 경제 뿐만이 아니라 가족의 큰 구성원인 아버지들의 근심이 아이들에게로 전가되며 심지어 홈리스 아이들까지 늘어나는 도미노 현상을 다각으로 소개했고, 공동체로 묶어 지방자치 공무원, 비영리재단, 정부차원 공무원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다.


글의 말미에 제인스빌에는 2개의 제인스빌이 존재한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부의 양극화를 얘기하는데 중산층에서 몰락한 시민들은 외환위기 후 경제적 체감이 회복되지 않았다 말 하지만 중상층 삶을 영위하는 집단은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이 이야기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배경이지만 코로나를 겪는 우리와 다르지 않아 나와 주위가 아니라 조금 더 큰 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 줬다.

📌434쪽
˝주어진 환경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던거야. 그런데 제인스빌이 회복되었나? 절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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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디오
남효민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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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걸 주위 사람들은 안다. 자동차에 주파수 고정으로 라디오가 흘러나오는데 굳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님 말씀대로 라디오 모습으로 듣진 않지만 어플을 노트북이며 핸드폰에 깔아 일과 중 틈틈이 듣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작가님 방송을 내가 들었던가 생각하면서 읽게되네. 아쉽게도 작가님 방송은 안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책 말미에 붐에 대해 오해한 일화를 얘기하셨는데, 내가 그랬다. 붐이 진행하는 방송을 듣다가 떠난 청취자 중 한 명이었다. 나도 작가님 말씀대로 뭔가 아쉽다 싶은 마음에 쏙 끌리지 않았으나 또 작가님 말씀과 반대로 어수선함이 보였다.
나도 오해했었나보다. 지금 붐이 진행하는 방송을 보면 라디오 들을 때 감정은 없고 재밌고 편안하다 싶으니.

구구절절 좋은 부분 많아서 딱 하나가 떠오르지 않을만큼 고르지 못하겠다. 귀접이가 저래 많은거 보면 말이다. 필사하고 싶은 생각으로 내내 읽었고 끄덕끄덕 공감하며 읽었다.

📌149쪽
사람 목소리가 없으니까 라디오 같지 않아요.
바로 그거였다. 우리가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 라디오는 사람이었다.

음악에도 사람의 목소리는 들어있지만 라디오는 그냥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고 웃음이 있고 삶이 있는듯 하다.


📌313쪽
라디오가 없었다면
너와 나는 있어도
우리는 없었겠지.

각자의 사람들을 ‘우리‘로 만들어준 게 라디오라서, 라디오에서 만들어진 ‘우리‘가 나는 더 좋다. 라디오만 있다면 너와 나는 언제든 ‘우리‘가 된다.


📌315쪽
예전에 함께 일한 피디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라디오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시그널 음악으로 사람들의 시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 같아.˝

그 말을 떠올리면서, 이만큼만 욕심 내보려고 해요.
˝어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한 당신, 그 시간의 틈을 운 좋게 이 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면, 그래도 어느 한 줄쯤으로,
그때, 우리의 그 시간을 떠올려 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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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정미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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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앞두고 있으면 설렘반 두근거림반으로 마음이 가득찰 것이다.
혹여나 잘못될까싶고 혹시나 나의 부재가 일에 지장을 주는것은 아닌지 말도 잘 안통한다는 두려움으로 도착지에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환희를 찾아서)
- 베트남 달랏(트린)
- 터키 보드룸(고양이 소년)
- 프랑스 파리(Merci)
- 포르투갈 에리세이라(서핑 보호 구역)
- 태국 방콕(개를 끼고)
- 한국 인천(싫다고 해도 굳이)

첫 비행으로 세계여행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행지에서 꾼 꿈이 내용의 한 편을 이루는데 아마 여행이라는 모호한 느낌이 투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서핑 보호 구역‘이 실제 있는지 궁금했고 한 블로그를 보고 아! 가고 싶다로 이어졌다.
개할머니를 안고 태국까지 간 노년의 아저씨 이야기를 읽을 때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 친구 강아지 깜쥐님을 안고 세계 여행을 가는 친구를 상상했고
(가고싶은 여행지마다 반려동물 입장 가능한지 물어보는 집사다운 마음이 넘쳐나니까), 아직 경험하지 못한 배우자의 죽음 후 남겨진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 스트레스지수가 가장 크다고 하고, 못해준 것들만 생각난다는데 나도 그럴까? 하는
생각과 부재의 삶이 이만큼 공허할까 싶기도 하다.


더구나 개를 끼고에 등장하는 개할머니 성함이 햇님이라 햇님이는 좋겠다 싶었다.
나의 가족이 작가라 이렇게 남겨줄 수도 있고.

나도 울집 꼬북이, 꼬꼬북이를 기억할 수 있게 남겨놔야 할텐데..
쟤들은 정말 나보다 오래 살거 같은 느낌..은 뭐지?ㅋㅋ


임경선 작가님도 그렇고 정미진작가님도 그렇고 <코로나시대>에 사랑이야기를 내놓기 미안하고, 여행책 내놓기 미안하다 하셨지만
오히려 이런 제한으로 놓치고 있는 본성을 깨워주는 책들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다.
비록 언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가능해질지 모르겠지만 꿈꾸게 한다.


📌161쪽
환상이 지나가고 포르투갈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 그냥 파도 위에 서 있는 그 사람이 부러웠어. 아, 나도 파도를 타야겠다. 지구의 모서리를 타야겠다. 그런 생각이 밀어닥친 파도처럼 차올랐거든.


📌205쪽
그렇게 쳇바퀴 도는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낯선 것은 곧 죽어도 싫고 살아생전 도전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야망 없는 남자는 재미없다고 혀를 찼지만 어쩌겠나, 내 그릇이 고만큼인걸

나도 나도 쳇바퀴 도는 일상에 안정감 느끼는 유형인듯 매우 공감 갔다.


📌242쪽
여전히 여행이란 번거롭고 위험하고 극히 비효율적인 활동이라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심경에 아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마음은 늘 보던 책이 아닌 다른 장르를 파보고 싶은 탐구심, 새로 출시된 게임을 플레이해 보고 싶은 도전 의식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늘 가던 길이 아닌, 한 번쯤 경로를 이탈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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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서점 주인 김상윤과 부인 정현애 주인의 동생 김상집 씨가 겪은 518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긴 책

논문이나 기사처럼 딱딱하지 않고
운동권 김상윤
교사 정현애
갓 제대한 청년 김상집
의 시선으로 518을 바라 봐서 좋았다.

특히 정현애씨의 내용은
광주의 시민들 이야기 중심이어서 좋았다.
주먹밥 해 주는 아주머니
양말이라도 갈아 신었으면 좋겠다는
어린 시민군, 버스터미널에서 구두를 닦다가 공수의 만행에 떨쳐 일어선 박래풍, 술집에서 술을 팔다가 항쟁에 발벗고 뛰어든 아가씨 등 5ㆍ18의 중심에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고, 녹두서점은 그들 곁에 있었다.

5ㆍ18 항쟁하면 사진이나 자료들이 남성 중심의 이야기들이 많지만 위에서 언급한 정현애씨의 이야기에서 여성들이 갖는 의미가 크다.
마치 <#세여자>책 처럼 자칫 묻힐 수 있는 주제가 될만하다 생각한다.

📌210쪽
이번에도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모두 회수하고 이를 박용준에게 맡겼다. 그런데 이 신분증들은 곧 소각되고 만다. 27일 새벽 계엄군이 쳐들어오자 박용준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소각한 박용준 또한 총을 맞고 사망하고 만다.


안타깝게 읽은 장면.
가족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남은 가족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물품인데.


서점 가족 모두(부인, 동생, 처제) 잡혀온 걸 서점 주인이 보게되며 걱정하고 미안해 하는 상황이나
부인이 같이 잡혀간 동생이나 시동생을 보며 걱정하는 장면
시동생이 형수와 형수의 동생을 걱정하는 장면은
눈물이 저절로 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고 안부를 물어보는 현실인데 고립되고 총살당하고 고문당하는 상황에서는 오죽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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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 원화 그림,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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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티비로 보며 들었던 대사를 글로 읽으며 다시 그 감성에 빠져들게 만들어주었다.

성장소설, 로맨스소설 더불어 페미니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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