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서야 정연이방학숙제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죽 읽어보니 박물관, 고궁도 관람하라는둥 권장도서도 읽고 확인하고 인라인도 배우면 좋고 뭐 그런류의
숙제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난 읽으면서 '꼭 해야할 것들은 해야지' 속으로 계획을 짠다.
정연이는 내가 읽는 걸 듣고는 옆에서 걱정이다.
"엄마, 어떻게 해? 이제 유치원 가는데 우리 내일은 박물관 가고 다음날은 스케이트 배우고 또 그러자.
엄마, 그러면 이거 다하고 나서 유치원 가야돼?"
열흘전부터 유치원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늦어지면 안되겠지.
(니만 안되는게 아니라 우리도 안된다. 흑흑 빨리 유치원 가야지)
몇장을 넘겨보니 지혼자 해놓은 것도 있다. 책읽고 주인공을 쓰라는 다섯칸은 지혼자서 해놓았네.
대충 다 봤다고 바닥에 내려놓은 유인물을...
나은이가 덥썩 잡더니 이빨로 물어뜯어 구멍이 생겼다.
참을 수 없던 정연이가 대뜸 나은이 등짝을 때리고 머리도 콩 쥐어박는다.
정연이를 혼내고선 미안해진 난 좋은 말로 구슬려본다.
가만보니 이렇게 숙제를 가지고 가면 어떡하나...걱정이 있는것 같았다.
"정연아, 선생님이 이거 왜이러니 물어보시면 동생이 그랬다고 말씀드리고 그래도 정연이는 착해서 동생 안 때렸다고 말씀드려"라고 시켰더니
"안때린건 거짓말이잖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는건 챙피해. 엄마가 나대신 말해줘"
"........."
정연아, 엄마가 챙피하다.
알게모르게 좋든 나쁘든 엄마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사는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