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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tella.K > ‘세계 5위’ 기업 삼성전자 대해부

‘세계 5위’ 기업 삼성전자 대해부
삼고초려는 기본, 인재 확보 위해 회사 전용기로 미국행도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이라고 주가가 떨어지는 회사.
박사급 인력만 1500명이 넘는 회사. 인재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인사팀장이 회사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는 회사. 삼성전자의 쾌속항진은 멈출 줄을 모른다. 소니, 도요타 등 쟁쟁한 일본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브랜드 평가 5위에 오른 삼성전자 경쟁력의 비밀은?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을 ‘뉴스위크’는 ‘수도자적 제왕(Hermit King)’이라고 불렀다.
미국의 경제전문잡지인 ‘포브스(Forbes)’는 지난 2001년 6월 ‘조심해, 소니(Look out SONY)’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삼성을 다룬 적이 있다.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5년까지 삼성은 소니보다 강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하지만 그 시기는 윤 부회장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당겨졌다.
 
국제적인 브랜드 조사기관인 미국의 인터브랜드사가 지난해 11~12월에 온라인 사이트 브랜드채널닷컴(Brandchannel.com)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삼성은 5위를 기록,9위에 그친 소니를 무려 4계단이나 앞지른 것이다.
 
삼성을 제친 기업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Google), 미국의 PC업체인 애플,자동차 브랜드인 미니(Mini),코카콜라 등 상위 4개사에 불과했다.
 
지난 2001년 처음 실시된 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48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그러다가 지난해 12위까지 뛰어오르며 톱10 진입 가능성을 확인한데 이어 올해 들어 단번에 랭킹 5위까지 수직상승한 것.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원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소니에 한발 뒤져 2위에 머물렀지만 도요타(3위) 싱가포르에어라인(5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모두 제쳤다.전세계 85개국에서 4000명이 넘게 참가한 이번 조사는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2~3년전부터 전자왕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내에서 ‘경계대상 1호’로 자리잡았다.지금은 소니뿐만 아니라 일본의 모든 전자업체가 ‘타도 삼성’의 기치를 내걸 정도다.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 8월에는 일본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인수를 삼성에 요청하기도 했다.이는 반도체 종주국이라는 일본이 삼성에 무릎을 꿇는 일대 사건이었다.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일본의 아성을 깨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36년간 통치했던 뼈아픈 역사를 삼성이 되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1987년 삼성이 처음 반도체사업을 시작할 당시 일본업체들로부터 받은 무시와 문전박대를 생각하면 일본 기업의 인수 요청이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삼성 수뇌부가 도시바의 요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이 일은 삼성전자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 달 영업이익만 1조원
삼성전자는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으로 강한 회사다.매분기 2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매출은 10조원이 넘는다.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12조8500억원에 영업이익 2조6200억원을 기록했다.이런 실적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전자·IT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올해는 매달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국내에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기는 회사가 외국계와 금융기관,유통업체까지 통틀어 150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에 ‘불과’하다고 주가가 떨어지는 기업을 언제 상상이나 했겠냐며 삼성전자를 치켜세웠다.삼성전자가 국내기업에 끼친 해악(害惡)중 하나가 일반인의 숫자 감각을 마비시킨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10대 그룹에 속하는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워낙 천문학적 액수의 이익을 내는 통에 다른 기업이 뼈빠지게 고생해서 천억원대의 이익을 내더라도 별 것 아니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불과 7년 전인 1996년만 하더라도 연간 적자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최악의 기업이었다.이런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외환위기 덕분이었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여파로 몸부림치던 1998년 7월,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렸던 생존대책회의에서 윤종용 당시 사장은 “7월 한 달에만 17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 확실하다”며 말문을 열었다.결론은 대대적인 자산매각과 인원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사업구조조정.이날 회의는 사장단을 포함,삼성의 수뇌부 모두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

장기 비전이 없다고 판단된 소규모 가전제품과 무선호출기 등 34개 사업 52개 품목이 정비됐고 서비스 물류 등 42개 저부가가치 사업은 분사 형식으로 떨어져나갔다.해외법인 12개가 정리되고 8만5000명에 달하던 인원은 1999년 말까지 5만4000명으로 줄었다.반도체 사업의 모태가 됐던 부천공장의 전력용 반도체 사업도 페어차일드사에 팔렸다.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가며 만든 공장이었다.
 
이후 삼성전자에는 상시구조조정 체제라는 표현이 자리잡았다.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장기비전이 없는 사업은 언제든지 도려내는 방식이다.지금 삼성전자의 팀장급 임원중 외환위기 이전부터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어느 전자업체도 갖추지 못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기반이 됐다.이른바 삼각편대라고 불리는 반도체 통신 디지털미디어의 사업축이 IT업계의 장기불황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기반이 된 것.주력품목의 다각화 전략이다.
 
반도체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수익원(cash cow)이 탄생했고 액정표시장치(LCD),디지털TV 등으로 수익이 분산됐다.반도체내에서도 주력 품목을 다각화하면서 끊임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는 플래시메모리가 반도체 분야의 매출 비중에서 37%를 차지하면서 영업이익도 품목 중 최고를 기록, 그동안 반도체의 맹주 자리를 지켰던 D램을 밀어냈다.LCD 역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이 42%나 증가하면서 반도체·휴대전화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게다가 각 사업은 단순히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완충시키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휴대전화가 단기간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디스플레이 컨트롤칩 등의 비메모리와 플래시메모리,S램 등과 같은 반도체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DVD플레이어와 디지털TV 역시 자체 개발,생산한 칩을 장착하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통신 가전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디지털제품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융합의 표본
이 같은 각 사업부문간 경쟁과 협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인재 육성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가능했다.서울대를 능가하는 한국 최대의 인력풀(pool)로 불리는 삼성전자에는 박사급 인력만도 1500명이 넘는다.생산기능직을 제외한 25%가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며 이 숫자는 매년 1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삼성은 핵심직원들을 S(Super)급과 H(High Potential)급으로 분류,별도 관리하고 해외채용팀은 핵심인력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돌며 스카우트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천재급 인재 1명을 데려오기 위해 전용기를 띄우고 윤종용 부회장에서부터 사장단까지 총출동한다.삼고초려(三顧草廬)는 기본.실제로 삼성전자 김인수 인사팀장은 8개월간 공을 들인 인재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2003년 9월 회사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삼성은 연말 사장단 업적 평가에서 계열사별 핵심인력 확보 달성률을 평가해 반영하고 있다.삼성계열사 인사팀장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핵심인력 목표와 현황을 적은 보고서가 항상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인사팀은 우수인력의 유지를 위한 조직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열성적이다.전 사업부문에 걸친 직무분석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 위주로 조직을 재편성해 1인당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삼성전자가 국내외 연수와 해외지역전문가 프로그램 등에 투자하는 비용만 연간 500억원이 넘는다.
 
삼성은 기술등급을 기초 첨단 핵심 미래 등 4가지로 분류,각 단계에 맞는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연간 200여명이 넘는 인력이 해외 유명 연구소에서 미래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교육에 투입된다.이들이 5~10년 후 삼성전자를 먹여살릴 기술적 토양을 일구는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지적재산권을 최고의 기업자산으로 간주하는 삼성전자에서는 전체 임직원의 30%가 넘는 1만7000여명이 R&D 인력이다.미국 일본 영국 인도 러시아 등지에도 해외 R&D센터를 두고 있다.매년 2조원 이상,매출의 8% 가량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한 마디로 엔지니어의 천국이다.
 
삼성전자에 대박을 안겨준 애니콜의 신화도 R&D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의 결실이다.1988년 휴대전화 개발을 시작했지만 애니콜이 탄생한 것은 그후 7년이 지난 1994년이었다. 그나마 품질 확보가 제대로 안 돼 이듬해인 1995년 3월에는 시중에 나간 제품을 완전 회수해 태워버리는 ‘화형식’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당시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 휴대전화만 해도 500억원어치가 넘는다.
 
통신사업부 엔지니어들 중에 유독 15년차 이상 고참들이 많은 것도 10년 후를 내다보는 삼성의 R&D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매달 한 번 열리는 전사 최고기술경영자(CTO)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도 3~4년 후,멀게는 10년 이후 사업화될 기술들이다.

 
‘애니콜’ 화형식
디지털TV와 LCD 등으로 수익원을 분산시킨 것이 삼성전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무수한 시행착오에도 지속적인 R&D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삼성전자는 한때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70%를 장악했던 모토로라를 제칠 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3위를 기록했다.
 
애니콜의 성공 이면에는 삼성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브랜드 관리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삼성이 중저가 제품을 파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첨단 디지털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1996년 5월 이건희 회장이 “C급인 삼성의 이미지를 A급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 김병국 부사장은 “당시 삼성전자는 해외법인별로 50개가 넘는 광고회사를 고용,무차별적으로 단발성 광고판촉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한마디로 제품을 내다파는 데만 열중했던 것.좋은 기업 이미지가 브랜드 선호도를 형성하고 이것이 구매 의사를 생성시켜 브랜드 파워를 다시 강화하는 선순환 과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 회장의 지시로 ‘올림픽 파트너십’을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다.1996년 IOC위원이 된 이 회장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무선기기분야의 공식 스폰서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삼성전자를 끼워넣는 데 성공했다.
 
싸구려 가전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에서 첨단 무선기기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전그룹의 역량이 휴대폰에 집중됐다.후원도 후원이지만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의 무선통신기술을 모두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림픽을 글로벌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대적인 합동작전도 뒤따랐다.올림픽 개최 3~6개월 전부터 전 해외법인이 치밀한 광고,판매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기 시작했다.대규모 판촉행사에서부터 지역별 국가별 스폰서십을 획득하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벌인 것.특히 CNN CBS NBC 등 세계적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삼성의 브랜드가 노출되면서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으로 이어졌다.사실상 애니콜신화의 8할은 올림픽 마케팅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마케팅실의 브랜드전략그룹에서 미주 러시아 등 7개 해외 총괄지역에 전담 요원을 파견,지역별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수립과 집행을 지휘하고 있다.본사 지역 사업부의 브랜드 관리 담당자들은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워크숍을 통해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글로벌마케팅실에서 집행하는 광고비만 연간 5억달러가 넘고 마케팅에 투여된 전체 금액은 매년 20억달러가 넘는다.브랜드 전문가인 고려대 박찬수 교수(경영학)는 “스탠퍼드대에서 개발한 브랜드 자산가치 측정방법을 이용해 애니콜의 브랜드 자산가치를 측정한 결과 3조3081억원(약 30억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도면밀한 성장전략을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오늘의 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성만이 가진 경영모델과 독특한 기업문화를 알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비즈니스위크’ ‘포춘’ ‘타임’ 등 삼성을 특집기사로 한 두번씩 다룬 적이 있는 해외언론들은 삼성식 경영의 성공요인으로 이건희 회장을 정점으로 한,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꼽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다.지난해 11월 ‘뉴스위크’지는 이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수도자적 제왕(The He rmit K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은둔자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hermit’이라는 단어와 ‘제왕’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단어의 액면 뜻 그대로 이 회장은 태평로 삼성본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많지 않다.개인 집무실이자 영빈관인 한남동 승지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이 회장이 각사의 자율경영을 우선시해 일상 경영 현안은 각사 CEO에게 일임하고 전략 구상 등 보다 상징적인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재벌 총수와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때로는 인재경영,강소국(强小國),상생(相生)경영과 같은 사회적 키워드를 내놓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 ‘안 하는 듯하면서 다 하는 스타일’(강영훈 전 총리), ‘방향만 잡아 제시하는 현대형 지장(智將)’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사려깊은 철학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등의 평가가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 때문에 삼성전자 사장들조차 이 회장의 말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경영스타일은 이 회장의 의중을 그룹 경영 전반에 관철시키는 강력한 구조조정본부가 있기에 가능하다.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이나 월드베스트 제품 육성,인재경영 등 경영화두를 제시하면 구조조성본부는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와 협력해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패스파인더(path finder·길안내) 역할을 한다.
 
경영환경이 급변할 때 조기에 경보를 울려주고 계열사간 사업분할이나 경영을 조율하는 관제탑의 기능도 맡고 있다.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안홍진 상무는 “삼성식 경영의 경쟁력은 이 회장의 오너십을 정점으로 구조조정본부와 관계사 경영진들이 양축을 이루는 삼각편대 구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전병서 대우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이를 “일본식 정신과 미국식 실무가 결합된 삼성만의 독특한 경영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계열사를 통틀어 최장수 CEO인 윤종용 부회장도 철저한 실리 위주의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그의 좌우명인 ‘격물치지(格物致知 :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며 지식을 완전하게 함)’는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는 윤 부회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지난1월 ‘비즈니스위크’지가 ‘2003년 전세계 최우수경영자 17명’에 윤 부회장을 포함시켰고 수년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지만 그는 언제나 차분하게 자신을 제어한다.화려한 수사(修辭)보다는 아호인 ‘초하(草夏)’처럼 자신을 겸손히 낮추면서 내부의 자만을 경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위기의식이 없으면 문제의식도 없고,문제에 대응하는 기민성도 떨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톱에서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고 조직화된 관리문화 역시 삼성의 강점이다.미국 아이비리그 출신부터 지방대학 출신까지 일단 한번 삼성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직에 융화시켜 100년은 간다는 콘크리트 같은 조직을 만든다는 의미다.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입사해서 20년이 지났지만 어디서 대학동문회 한다고 오라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60여개의 해외법인을 갖출 정도로 글로벌화되면서 내부파벌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있다.능력과 실력위주로 평가를 받는 철저한 인사시스템도 한몫하고 있다.
 
‘학연’ 따지면 ‘촌놈’ 취급
매년 임원 승진자의 20% 이상이 해외 석박사학위 소지자이고 해외지역전문가 코스를 거친 인원만 2000명이 넘는다.이러니 같은 출신지역,같은 학교 선후배라고 해서 파벌을 만들었다가는 촌놈 취급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실제로 지난달 그룹 임원인사에서 중국의 통신연구소장인 중국인 왕통씨를 상무보로 승진시켜 3년 연속 외국인 임원을 배출했으며 해외 부문 승진자는 91명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프트웨어(기업경영방식)와 하드웨어(사업구조)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지금까지의 그 어떤 기업보다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지난해 삼성전자의 수출액 377억달러는 국가 전체 수출의 20%에 달했고 삼성그룹의 납세액은 6조5000억원으로 국가 조세예산의 6%가 넘었다.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해 35살이 된 삼성전자는 평범한 개발도상국 기업에서 필립스 파나소닉 산요 에릭슨 모토로라 소니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현재와 같은 파죽지세의 성장을 계속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5년이나 10년 후 지금을 삼성전자의 최대 전성기라고 기록할지,아니면 또 다른 도약의 출발점으로 평가할지는 그때 가서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더구나 아직까지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따라잡아야 할 선진기업들이 즐비하고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고 있다.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스스로 개선할 것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조직문화가 체질화될 정도로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삼성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삼성전자의 ‘영화 속 마케팅’
‘전화도 안 터지는’ 매트릭스폰이 300만원(?)

2002년 4월 영화 ‘스파이더맨’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컬럼비아 영화사는 전혀 뜻하지 않은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다름아닌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거리의 한 빌딩 소유주.맨해튼 의 고층 빌딩숲을 종횡무진 누비며 맹활약하는 스파이더맨 사이로 비치는 빌딩의 모습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맨해튼 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의 주된 내용이었다.

시사회에서 컬럼비아 영화사가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빌딩에 걸린 삼성전자 광고판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USA투데이’ 광고로 교묘히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컬럼비아사가 대주주인 일본 소니(SONY)를 의식해 이 같은 ‘작업’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화 개봉을 불과 수 주일 앞두고 벌어진 송사에 당황한 컬럼비아사는 즉각 항복했고 삼성전자 광고판은 이렇게 해서 빛을 볼 수 있었다.

영화속 카메라는 거리의 인파와 맨해튼 빌딩을 누비는 스파이더맨을 쫓아 타임스퀘어 삼성 광고판을 4번이나 보여줬다.시간상으로는 8초 남짓했지만 0.01~0.02초의 엄청난 스피드로 오가는 영화속 액션과 비교해볼 때 8초는 사실상 정지된 시간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SAMSUNG’ 로고가 스파이더맨의 현란한 움직임을 쫓아 스크린 중앙상단 좌우를 누비며 관람객의 두 눈에 각인시킨 광고효과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가만히 앉아서 대박을 터뜨린 셈이었다. 스파이더맨이 전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관람객을 기록하며 빅히트를 기록한 데다 게임 비디오 DVD로 출시되면서 삼성으로서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삼성전자는 2002년 하반기 글로벌마케팅실에 영화속 마케팅 기법인 PPL(Product Placement) 전담팀을 만들었다.그 첫번째 기획상품이 ‘매트릭스2:리로디드(Reloaded)’였다.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사용한 최첨단 디자인 휴대전화인 매트릭스폰은 2003년 2월 삼성전자와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사가 PPL 계약을 맺으면서 탄생했다.삼성전자가 영화에만 사용되는 매트릭스 전용폰을 만들어 영화제작사에 제공한 것.

개봉관에서는 지나친 상업성을 이유로 삼성 로고가 지워졌지만 DVD타이틀과 게임에서는 복원됐다.매트릭스 마니아를 통해 삼성전자가 제작한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매트릭스폰이라는 이름으로 애호가들의 컬렉션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일본 진출 50주년 기념행사로 자선경매사이트에 올려 실시한 경매행사에서 매트릭스폰은 35만5000엔,한국 돈으로 약 400만원에 낙찰됐다.이 경매에는 무려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세계 최대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를 통해 실시된 매트릭스폰 경매에서도 정상 판매가격(500달러)의 5배 정도인 2325달러(약3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실제 휴대폰으로는 사용할 수 없음에도 매트릭스폰은 미국에서만 5000대가 한정 판매되면서 소장가치가 급상승,삼성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든 ‘페이첵’(파라마운트사 제작)에서 삼성전자의 휴대용 DVD플레이어와 LCD TV 모니터 등이 무더기로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PPL 효과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 성공사례로 인용되면서 ‘전자렌지에서 매트릭스까지(From Microwaves to The Matrix)’ 라는 피쳐스토리로 ‘파이낸셜 타임즈’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임원 연봉 얼마나 되나
인재가 곧 경쟁력, 임원 몸값 ‘하루 2000만원’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받는 보수는 얼마나 될까.

400명이 넘는 임원들이 받는 연봉은 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천차만별이어서 정확히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삼성전자의 경우 4만5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만 연간 2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중에서도 이건희 회장을 포함,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최도석 사장 등 삼성전자 사내이사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평균 67억9000만원이다.이는 삼성전자 사내 등기이사 6명이 받은 보수 407억1400만원을 나눈 평균값으로 대략 하루 평균 1인당 2000만원꼴이다.이는 국내 대기업 중에는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임원 보수가 크게 오르게 된 것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면 임원 보수부터 국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결정한 1999년 이후였다.실제로 삼성전자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2000년 14억8600만원에서 2001년 무려 35억7000만원으로 곱절 이상 뛰었다.2002년에는 52억6000만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0% 가까이 또다시 증액됐다.삼성전자는 올해 이사 보수한도를 지난해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상향 조정,주총에 상정키로 해 올해 사내이사들은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될 전망이다.

연봉과 별도로 주어지는 스톡옵션 역시 삼성전자 임원들이 받는 최대의 보너스다.스톡옵션은 받은 지 2~3년이 지난 뒤부터 행사(처분)할 수 있는데 스톡옵션을 받을 때 정한 가격과 행사 당일 종가의 차이가 실제로 챙기는 차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통상 상무보가 되면 5000주를 받고 상무가 되면 3000주를 추가로 받는다.최근 몇 년 동안 스톡옵션 부여가격이 주당 19만~34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현 시세에서 5000주만 갖고 있어도 10억~15억원 상당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삼성전자는 승진할 때마다 스톡옵션을 부여해 윤종용 부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경우 5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확보해두고 있을 정도.

삼성 관계자는 “기업경쟁력은 천재급 인재에서 나온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며 “통상 보수한도를 다 채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총 보수는 5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삼성의 이 같은 파격적인 대우는 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도 적용된다.지난해 국내기업 등기임원의 평균연봉을 조사한 결과 1~10위 중 삼성 계열사가 8개로 단연 많았다.나머지 두 회사는 SK텔레콤과 LGCI였다.2위인 삼성SDI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임원보수 한도를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할 예정이어서 삼성과 비(非)삼성간 임원들의 연봉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전망이다.상위 11위~20위에도 삼성화재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테크윈 호텔신라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6개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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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립간 > [퍼온글] 박노해 - 이불을 꿰매면서

이불을 꿰매면서

                                           박노해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속옷 빨래를 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의 가슴을 친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겆이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달라 물달라 옷달라 시켰었다

동료들과 노조일을 하고부터
거만하고 전제적인 기업주의 짓거리가
대접받는 남편의 이름으로
아내에게 자행되고 있음을 아프게 직시한다

명령하는 남자, 순종하는 여자라고
세상이 가르쳐 준 대로
아내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나는 성실한 모범 근로자였었다

노조를 만들면서
저들의 칭찬과 모범표창이
고양이 꼬리에 매단 방울소리임을,
근로자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보살핌이
허울좋은 솜사탕임을 똑똑히 깨달았다

편리한 이론과 절대적 권위와 상식으로 포장된
몸서리쳐지는 이윤추구처럼
나 역시 아내를 착취하고
가정의 독재자가 되었었다

투쟁이 깊어 갈수록 실천 속에서
나는 저들의 찌꺼기를 배설해 낸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는 신뢰와 존중과
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 홑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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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정희진(여성학 강사)
 
‘여성해방’시로 평가받는 박노해의 <이불을 꿰매면서>는 부부가 같이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담당해온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을 절절히 읊고 있다. 이 시는 ‘당시 남성으로서는’ 선진적이었지만, 시의 주된 내용은 “앞으로는 내가 이불을 꿰매겠다”가 아니라 “나를 깨우쳐준 아내에게 감사한다”이다. 시의 화자는 ‘주인’과 ‘노예’의 자리를 바꾸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체의 성찰과 각성을 위해 타자의 ‘훌륭함’을 동원하고 찬양한다. 이미 많은 남녀 논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한국적 성별 관계의 특징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기대라는 남성의 이중 시선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처럼 이 시는, 여성을 착취하고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여성에게 의존적인 한국 남성 무의식의 ‘80년대 진보 버전’이다.

얼마 전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증명되었듯이, 한국 남성들은 현모양처형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모양처는 기본이고, 현모양처에다 똑똑하고 돈 잘 버는 여성을 배우자로 원한다. 아마 한국 남성의 여성 팬터지가 가장 잘 재현된 티브이 드라마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다모>일 것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밥 잘하고 정숙하면 됐지만, 현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밥만 잘해서는 어림도 없다. 밥 잘하면서 돈도 잘 벌고, 정숙하면서도 섹시해야 하며(물론, 섹시해야 되지만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 예쁘면서도 지적이고, 똑똑하면서도 겸손하고, 헌신적이면서도 앞에 나서지는 말아야 한다. 드라마 <다모>의 여주인공은 이 모든 것을 다 갖추었으며, 게다가 무술까지 잘한다.

성별 분업은 여성의 경험을 드러낼 언어가 없어서 서구·남성의 언어인 실증주의를 빌린 표현이다. 성별 분업은 남자는 ‘바깥 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 일’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계급 문제로 인한 남성 집단 내부의 차이로 인해, 생계 부양이라는 성역할을 모든 남성이 잘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남성의 일이라고 간주되는 공적 영역의 임금노동을 못하는 남성은 많지만, 가사노동에서 제외된 여성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의 두 영역에서 이중노동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억압받는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논리도 억압 세력의 이해 관계에서 구성된다. 앞의 시에서처럼, 타자의 고통은 주체를 위해서 제기될 때만 받아들여진다. 여성의 노동권은 생존권 차원에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노동력 활용 차원에서 주장되거나(활용할 필요가 없을 때는 제일 먼저 해고된다), 여성의 정치 세력화는 여성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패 정치를 청소하기 위해, 동성애 커플의 결혼 합법화는 동성애자의 당연한 권리로서가 아니라 이성애 결혼 제도의 다양성을 위해 옹호된다. 타자화의 내용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때만큼은, 피해자 여성은 억압자 남성을 위한 구원 투수가 되어 ‘좋은’ 타자가 된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영혼을 장식하는 컬러 물감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의 인생은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황폐해져….” 초현실주의에서 좌파로 돌아선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미래의 시>의 한 구절,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낯설지 않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전히 주인공은 남자다. 여성은 설명하는 주체가 아니라 설명 대상일 뿐이다. 여성은 남성 문명의 선후에 있을 뿐, 현재를 사는 같은 시민이 아니다. 남성에 대한 기대는 격려를 동반하지만, 여성에 대한 기대는 비난으로 이어진다. 여성이 원하는 것은, 여성이 인류의 미래이고 대안이라는 높은 도덕적 기대가 아니라 동시대에서 차별 받지 않는 것이다. 정말 여자가 남자의 미래라면, 지금 모든 권력을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에게 이양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남자의 인생은 남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남자의 미래는 남자의 과거다. 피해자에게 해결사의 역할을 요구하지 말라.

출처 : 한겨레 2004-05-26 17:36


바람구두의 중언부언 ------ 이 사람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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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립간 > 나의 가치관 성향 테스트

* 나의 가치관 성향 테스트 - 마립간 버전

* 경제


1. 나는 노력해서 부자가 되고 자선을 하고 싶다. (, 아니오)

2.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다른 여러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잘못된 것이다. (, 아니오)

3. 우리나라는 부유한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 (, 아니오)

4. 실천) 나는 부자가 되는 않겠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 아니오)


* 가족의 권위


5. 아이들에게 쵸코렛을 과다하게 먹지 못하게 하거나 저녁에 이를 닦으라고 가르침을 주되 강요하지 않는다. (, 아니오)

6. 자녀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 아니오)

7. 아이가 잘못을 해도 설득과 설명하며 아이가 처벌을 거부한다면 처벌하지는 않는다.(, 아니오)

8. 자녀가 성년이 되면 부모의 권위를 재신임해야 한다. (, 아니오)


* 생명의 존중


9. 나는 (또는 나의 배우자는) 뱃속의 태아가 기형아라도 유산을 시키지 않는 것이 옳다. (, 아니오)

10. 실천) 나는 (또는 나의 배우자는) 인공 유산을 한 적이 없다. (, 아니오)


* 환경보호


11. 실천) 내복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난방을 하지 않는다. (, 아니오)

12. 실천)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다. (, 아니오)

13. 실천) 유행 때문에 의복을 구입하거나 바꾸지 않는다. 낡아서 바꿨을 뿐이다. (, 아니오)

14. 실천) 에어콘을 사용하지 않는다. (, 아니오)

15. 실천) 고장나서 못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은 최소한 10년은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오)


* 세계화


16. 세계화에 반대한다. (, 아니오)

17. 선진적인 과학 기술은 환경 파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으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 아니오)

18. 범지구적인 관점을 지향해야 되는 이 시점에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니오)

19. 실천) 18번과 같은 이유로 붉은 악마의 응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오)

20. 세계화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단지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이기적 성향이 문제일 뿐이다.(, 아니오)

21. 한국 정치적 통일은 18번과 같은 이유로 중요하지 않고 각각의 체제를 갖고 남북 대립의 해소와 각 체제 내에서 계급같은 계층의 해소가 중요하다. (, 아니오)


* 남녀의 평등, 성 결혼


22. 결혼 생활이 결혼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즉 불평등이 주어진다면) 과감하게 이혼을 할 수 있다. (, 아니오)

23. 실천) 내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결혼 전에 예상했던 생활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즉 불평등이 없기 때문이다.) (, 아니오)

24. 한국에서 남자만 군대가는 것은 남녀불평등이다.(, 아니오)


나혜석의 말을 인용하여


25. 현모양처란 교육가들이 자성 없이 상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 아니오)

26. 정조는 취미와 같은 것이어서 도덕이나 제도로 강제할 일이 아니다. (, 아니오)

27.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 배우자 이외 다른 이성을 만나 사교를 하는 것이 쉽사리 권태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 아니오)


* 사회제도


28. 고 의료비용이 사용되는 의료기술(예를 들면 간이식)은 사회 경제력을 특정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는 잘못된 것이다. (, 아니오)

29. 고비용의 의료를 정부에서 통제해야 한다. (, 아니오)

30. 나는 대량소비, 대량생산 등에 이루어진 자본의 집중화를 반대한다. (, 아니오)

31. 실천) 16번, 30번과 같은 이유에 의해 할인매장에 가질 않는다. 동네의 작은 가게를 이용한다. (, 아니오)

32. 남녀가 데이트 할 때 공평해야 하므로 비용은 같게 부담해야 한다.(, 아니오)

33. 실천) 32번과 같은 이유로 나는 남자로서 여자가 남자에게 비용을 더 부담시키려 할 때 화를 낸 적이 있다. 또는 나는 여자로서 남자가 비용을 더 부담하려 했을 때 화를 낸 적이 있다.(, 아니오)

34. 여학교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모든 학교는 남녀 공학이 되어야 한다.(, 아니오)

35. 국민연금과 같은 것은 복지를 위한 것이라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며, 국가의 권위를 동원한 행정력이다.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 아니오)

36. 학교 선생님은 학생이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이 존경받은 만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아니오)

37. 예의를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이 대접을 받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의를 가르치는 사람이 싫다. (, 아니오)


* 계층의 세습


38. 자녀의 교육은 공교육외에 다른 교육을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아니오)

39. 실천) 문 38번을 실천하고 있다. (, 아니오)

40. 실천) 자녀에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 (, 아니오)


* 이 설문은 상당히 공정하지 못한 질문입니다. 어째든 빨간색은 진보, 좌파, 어머니의 원리에 근거하여 파란색은 보수, 우파, 어머니의 원리에 근거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파란 답이 많다면, 권위적인 우파일 수 있습니다. 혹시 곤혹스러운 질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느 알라디너분이 추전 해 주신 나의 정치 성향 테스트 문제를 풀 때 곤혹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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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The Three Little Pigs 이야기의 원형



[아기돼지 삼형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도 많고 연극으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지요.

이 이야기는 원래 영국의 민담인데 Joseph Jacobs에 의해 문자화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대상연령이 자꾸 낮아지고 또 애니메이션화되다 보니 원래의 이야기가 갖고 있던 매력과 그 힘이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이 서글픈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고...또 굳이 그렇게 원래의 이야기를 알 필요가 뭐 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관심있으신 분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원형에 가까운 이야기를 올립니다.

아래에 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기돼지 이야기의 정확한 원형인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최윤정님께서도 그의 책 [슬픈 거인]에서 말씀하셨다시피 아래의 책, [아기돼지, 늑대를 잡아먹다] - 그린비 출판사에서 발행되었으나 절판되었음- 의 저자, 찰스 베이츠가 제이콥스의 원형에 충실하다고 말하면서 옮겨놓은 내용을 올리는 것이옵니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가볼까~~~~~~요?

옛날 옛적에 아기돼지 삼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평화로운 골짜기 한가운데 자리잡은 행복한 집에서 엄마돼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아기돼지들은 아침죽을 먹고 나면 마음껏 떠들며 장난을 쳤고 엄마돼지는 마당에서 일을 했습니다.
한낮이 되면 아기돼지들은 햇빛을 피해 마당 한가운데를 흐르는 시냇가의 차가운 진흙뻘에서 뒹굴며 놀았습니다.
아기돼지들의 인생은 마냥 행복했고 언제까지나 행복하리라고 믿었습니다.


아기돼지들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엄마돼지는 설거지를 한 다음 아기돼지들을 위해 잠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아기돼지들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화로 앞에서 엄마돼지 주위에 동그랗게 모여 앉았습니다.
그러면 엄마돼지는 아기돼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그것은 계곡 근처의 숲속에 살고 있는 크고 사나운 늑대에 관한 이야기이고 경고와 주의를 담은 이야기여서 아기돼지들은 종종 꼬불꼬불한 꼬리가 쭈뼛하도록 긴장을 하곤 합니다.
매일밤 엄마돼지는 어린 돼지들을 맛있게 잡아 먹는 크고 사나운 늑대를 주의하라는 교훈과 함께 이야기를 마칩니다.

어느날 아기돼지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명한 엄마돼지는 이제 자녀들이 집을 떠나 독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엄마돼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다시 한번 늑대를 조심하라는 경고와 함께 아기돼지들을 각자의 길로 떠나 보냈습니다.

첫째돼지는 엄마돼지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한 다음 깡총깡총 뛰며 즐겁게 달려갔습니다.
얼마쯤 갔을 때 아기돼지는 짚단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기돼지가 말했습니다.
"아저씨,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짚단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아무말 없이 짚단을 내주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짚단을 얻은 첫째돼지는 곧 초가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집짓기를 마친 아기돼지는 또다시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춤추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길모퉁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크고 사나운 늑대였습니다.
아기돼지를 보자 늑대는 군침을 삼키며 발톱을 드러내고 달려왔습니다. 아기돼지는 두려운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그의 초가집으로 달려들어가서 아슬아슬하게 늑대의 발톱을 피하며 문을 닫았습니다.
늑대는 약이 올라 으르렁거렸습니다.
"이봐, 아기돼지. 빨리 문 열지 못 해!"
아기돼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안돼요, 절대 안돼요. 털끝만큼도 열 수 없어요."
그러자 늑대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이 초가집을 한 입에 날려버리겠다."
늑대가 숨을 깊이 들이쉬자 그의 커다란 가슴은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드디어 푸후후우! 하는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아기돼지의 초가집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늑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기돼지를 통째로 잡아먹었습니다.


둘째돼지는 엄마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걷던 둘째돼지는 커다란 나뭇단을 들고가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저씨,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나뭇가지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아무 말없이 나뭇가지를 내주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나뭇가지를 얻은 아기돼지는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첫째돼지의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둘째돼지는 정성스럽게 나뭇가지집을 완성했습니다.
모든 일을 제대로 끝냈다고 생각한 아기돼지는 곧장 밖으로 달려나가 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놀이 질 무렵, 둘째돼지를 정탐하던 크고 사나운 늑대가 자신있게 나뭇가지집으로 다가왔습니다.
늑대가 오는 것을 본 아기돼지는 꽁지가 빠져라 집안으로 달려가 문을 걸어 잠그고는 닥쳐올 위험을 예감하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늑대가 문을 쾅쾅 두드리며 떠나갈 듯 소리쳤습니다.
"이봐, 아기돼지. 문을 열란 말이야"
"안돼요, 절대 안돼요! 털끝만큼도 열 수 없어요"
아기돼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습니다.
늑대는 더이상 참을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집을 단번에 날려버리겠다."
늑대는 전보다 훨씬 크게 숨을 들이쉰 다음 푸후후우 소리와 함께 아기돼지의 나뭇가지집을 날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놀란 아기돼지를 통째로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집을 떠날 때면 항상 그렇듯이 셋째돼지도 서글픈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고 있을 때 아기돼지는 벽돌 한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을 만났습니ㅏㄷ.
"아저씨,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벽돌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아무말 없이 벽돌을 내주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벽돌을 얻은 아기돼지는 벽돌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길고도 힘든 일이있으나 마침내 집짓기를 끝마쳤을 때 아기돼지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그런 다음 아기돼지는 정원을 가꾸어 씨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크고 사나운 늑대가 나타나 집 앞에서 일하고 있는 아기돼지를 보았습니다.
늑대는 당당하게 문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늑대가 다가오는 것을 본 아기돼지는 재빨리 집으로 달려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습니다.
늑대는 다른 아기돼지들을 아주 손쉽게 잡아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신감에 차있었습니다.
그래서 거만하게 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이봐, 아기돼지. 문을 여는 게 좋을거야."
아기돼지는 더듬거리며 간신히 말했습니다.
"안돼요, 절대 안돼요! 털끝만큼도 열 수 없어요. 털끝만큼도."
그러자 늑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흥, 네 형들도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놈들을 먹어치웠지. 좋아, 문을 열지 않겠다면 이 집을 단숨에 날려버릴테다."
이번에 늑대는 얼마나 크게 숨을 들이마셨던지 저고리의 앞단추가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늑대가 문에 대고 바람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푸후후우! 푸후후우! 푸후후우!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벽돌집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처음으로 맛본 패배에 놀라서 그만 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늑대가 매우 영리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여러분도 알아야겠습니다.
그는 평생토록 돼지들의 집을 부수고 아기돼지들을 잡아먹었으니까요.
이 모든 경험에서 얻은 지식으로 늑대는 셋째돼지의 요새를 직접 무너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방법을 짜내기 위해 일단 조용한 곳으로 물러갔습니다.
잠시 후 다시 벽돌집으로 돌아온 늑대는 문을 두드리며 매우 친근한 목소리로 아기돼지에게 속삭였습니다.
"귀여운 아기돼지야, 우리들이 싸운다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일이야. 내일 아침 나와 함께 파머 브라운 씨의 무밭에 가지 않겠니? 무를 마음껏 뽑아올 수 있을거야. 그런 다음 함께 잔치를 벌이는 게 어때?"
아기돼지는 한동안 생각해 본후에 대답했습니다.
"좋은 생각이예요. 몇시에 만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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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웨이 > The Three Little Pigs 이야기의 원형 - 뒷이야기

 



 

"여섯시에 만나자꾸나"
아기돼지를 속이려는 계획이 뜻대로 되어가자 늑대는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며 떠났습니다.
그러나 아기돼지는 늑대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다섯시에 일어나 무밭으로 갔습니다.

 


 
 

늑대가 정각 여섯시에 나타났을 때 아기돼지는 굳게 잠긴 문 틈으로 당황한 늑대를 바라보며 놀려댔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이미 크고 달콤한 무를 한다발 뽑아왔지요. 지금 화로에는 맛있는 무죽이 끓고 있어요"
늑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아기돼지를 속여서 잡아먹는 재주와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셋째돼지도 손아귀에 걸려들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다음날 늑대는 다시 아기돼지의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문 틈에 대고 말했습니다.
"이봐, 아기돼지. 파머 브라운 씨에게는 아주 훌륭한 사과밭이 있는데 지금이 일년 중 사과가 가장 잘 익었을 때야. 사과가 나무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밑에서 줍기만 하면 된다구.
자, 함께 가지 않겠니?"
아기돼지는 즉시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몇시에 출발할까요?"
"다섯시로 하자."
늑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아기돼지는 무밭에서처럼 다시 늑대를 속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한시간 일찍 사과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사과밭은 아기돼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곳에 있었습니다.
아기돼지가 나무 위에서 사과를 따고 있을 때 멀리서 늑대가 좁은 길을 따라 아기돼지를 향해 건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늑대는 아기돼지가 올라간 나무 바로 아래 멈추더니 벌벌 떨고 있는 아기돼지를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는 것이었습니다.

 

 


입맛을 쩍쩍 다시며 늑대가 물었습니다.
"어때, 사과가 잘 익었지?"
아기돼지는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그그그럼요. 맛도 아주 기가 막혀요. 이거 하나 맛보시겠어요?"
아기돼지는 들고 있던 사과 하나를 힘껏 던졌습니다.
달고 향기롭고 맛있는 사과 하나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자 늑대는 마치 보이지 않는 탐욕의 끈에 이끌리듯이 그 뒤를 쫒아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기돼지는 재빨리 나무에서 뛰어내려 사과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습니다.
마침내 자신의 벽돌집에 도착한 아기돼지는 늑대의 허기가 새어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단단히 걸어 잠궜습니다.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피신한 아기돼지는 늑대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늑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귀여운 아기돼지야."
늑대가 이토록 다정하게 아기돼지를 부른 이유는 몇번 만나는 동안 아기돼지가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며 그에 대한 존경심마저 싹텄기 때문이었습니다.
"옆 마을에 장이 설 예정이란다. 너와 함께 그곳에 가고 싶구나. 우리는 공통점이 아주 많으니까 사이좋게 다녀올 수 있을거야.
내일 아침 네시에 만나서 함께 시장구경가지 않겠니?"
"좋아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아기돼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음날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평소처럼 한시간 일찍 출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기돼지가 몰래 시장으로 떠났을 때는 아직 햇님이 지평선 위로 고개를 내밀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늑대는 시장에 갈 마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는 아기돼지의 집 앞 나무그늘에 앉아 아기돼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기돼지가 시장에서 돌아왔을 때는 아주 늦은 오후였습니다.
아기돼지가 시장에서 산 것은 버터를 만드는 통이었습니다.
필료한 물건을 구입한 아기돼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왔스비낟.
아기돼지가 집 앞 언덕에 이르렀을 때 멀리서 늑대가 보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집 앞마당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기돼지는 재빨리 언덕 너머로 몸을 숨기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늑대를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돼지는 무엇을 했을까요?
늑대는 아기돼지와 벽돌집 사이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기돼지는 이것을 보고 재빨리 생각한 후 버터를 만드는 통속으로 들어가 언덕 아래로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점점 빠른 속도로 늑대에게 곧장 굴러가자 늑대는 혼비백산해서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문 앞에 도착한 아기돼지는 통에서 빠져나와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스스로 아주 만족해하면서 아기돼지는 늑대를 막기위해 마지막으로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늑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땅바닥에서 일어나 먼지를 턴 다음 다시 아기돼지 집으로 왔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갈 입구를 찾던 중 그는 지붕 꼭대기에서 굴뚝을 발견하고는 그 속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그는 신이 나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놈이 식탁 위에 오를까?"
집 안에서 아기돼지는 커다란 솥단지를 화로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불꽃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펄펄 끓고 있는 솥단지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뒤섞여 굴뚝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갑자기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굴뚝을 타고 내려온 늑대는 솥단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아기돼지는 늑대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재빨리 솥뚜껑을 닫았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로 아기돼지는 늑대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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