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게으름 때문에 책은 늘어간다. 인터넷 서점을 활용한 이래 굳이 안 사도 되는 책을, 클릭 한 방으로 해결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정리하지 않은 서가는 점점 책들의 무덤이 되어 간다. 언제 한 번 확 쓸어담아 내놓을 건 내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최근에 내 손에 들어온 책은 책꽂이에 꽂히지도 못한 채 마루와 책방을 떠다니고 있다. 잘 버려야 책에게도 미안한데 이게 뭔 짓인지.  

그래도 뜻하지 않게 장식용, 보관용 기능을 하는 책을 만날 때도 있다. 어제 배달되어 온 책 중 몇 권이 그렇다. 반값 세일이라길래 주워담았는데, 그것들의 실체(?)를 보니 이건 뭐 읽기만을 위한 책 같지는 않다.  '장식만 해도 뽀대난다.'는 걸 강조하는 책 같다. 하기야 책이란 게 후다닥 읽어 치우라고만 있는 것도 아닌데다, 가끔씩은 소장하는 것만으로 그 기능을 다 할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사지 않은 분들께 강추! -   

율리시스는 그야말로 율리시스 사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평생을 두고 관심 생길 때마다 들춰보면, 뭘 몰라도 손끝이 저릿해질 듯. 권위자 김종건 교수의 번역인데 그 분도 평생 숙업이니 허영으로 들춰보는 나 같은 이들은 이 정도만 해도 행운이렷다. 칭찬할만한 일은 그 많은 각주를 텍스트 바로 밑에다 친절하게 배치하고 있다는 것. 아무리 좋은 주해도 성의없이 뒷면에 찌익~ 일렬로 붙여놓은 것 보면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빈센트 반 고흐는 앨범 장정이다. 배달되어 온 것 보고 놀라실 분 많을 것이다. 테오를 비롯한 가족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더불어 적재적소에 배치된 고흐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고독한 운명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된다.  일반 독자로서 이런 책 갖는 것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단 번에 보는 책이 아니라 입술 부르트고, 위 갉아올 때 한 웅큼 약 털어넣고  누워서 뒤적이기에 좋은 책.  

세일할 때 좋은 사람들을 위한 선물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출판사가 생각의 나무네. 눈여겨 봐야겠다.

 

 

 

 나머지 한 권 나의 정원(타샤 튜더)인데 반값 세일하던 것이 내가 살 때는 그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 잘 팔린다는 것일까?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영혼의 슴슴한 객토를 열망하는 자들에게 위안을 줄 것 같다. 변화를 원하지만, 만 가지 그놈의 환경 탓에 아무 것도 변하지 못하는 범인들의 한 쪽 가슴을 콩닥이게 하는 책. 절망마라. 잊지마라. 타샤 할매는  56세 때부터 이 정원을 다시 가꾸기 시작했음을...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임을 이 책을 뒤적이는 동안 강하게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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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 저 빈센트 반 고흐책은 누워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책일텐데요. 엄청 무겁잖아요. 저는 위에 올려 놓으신 책 율리시스, 빈센트 반 고흐, 다 반값으로 이미 구매해 놓았답니다. 그런데 이토록 무게가 나갈줄은 짐작도 못하고 사무실로 주문해 놓은터라, 집으로 가져가는데 아주 애를 먹었어요. 휴..

율리시스의 경우, 완독을 할 수나 있을까요?

다크아이즈 2010-01-20 18: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천장 보고 말고 아랫배 바닥에 깔고(옥매트 위라면 더 좋겠지요?)베개 턱밑에 넣어주고 그 무거운 고흐는 절대 고정으로다가 해놓고 몇 장 뒤적이다 자는 거죠, 뭐.

율리시스는 위에도 적었듯이 <율리시스 사전>으로 활용해야지 저걸 완독한다고 고집부리면 손끝 아리고, 목 부러질 것 같아요. 율리시스 학회에서도 십 년 동안 공부해도 다 이해 못한다잖아요. ㅋㅋ

또다른세상 2010-01-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가 인터공원에서 8,740원에 팔아욧!!!!! 이렇게 팔아 뭐가 남을까 심히 궁금해지면서 어제부터 살까말까 고민하다 필시 안 읽을꺼 뻔한데 책장만 차지할꺼란 생각에 참자 하다가도 이건 거저야 가격 오르면 배아프지 않겠어라고 결제창을 왔다갔다. 거참 미치겠네요. 올핸 밀린 책들 다 읽을꺼라고 결심했는데...

다크아이즈 2010-01-20 23:02   좋아요 0 | URL
진작에 다른 곳에선 좀 더 싸다는 것 알고 있었어요. 이 정도만 해도 됐다, 하고 사야 맘이 편해요. 좋은 기획 해놓고도 책 덜 팔리니 덤핑하는 거겠지요. 맘이 좀 그래요. 율리시스 단칼에 읽다가는 목 삐걱거리는 수 있으니 사전식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요. 책 없으면 아쉽잖아요.

또다른님 첨 뵙는 분인데, 반갑네요. 강쥐 구경하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