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게으름 때문에 책은 늘어간다. 인터넷 서점을 활용한 이래 굳이 안 사도 되는 책을, 클릭 한 방으로 해결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정리하지 않은 서가는 점점 책들의 무덤이 되어 간다. 언제 한 번 확 쓸어담아 내놓을 건 내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최근에 내 손에 들어온 책은 책꽂이에 꽂히지도 못한 채 마루와 책방을 떠다니고 있다. 잘 버려야 책에게도 미안한데 이게 뭔 짓인지.
그래도 뜻하지 않게 장식용, 보관용 기능을 하는 책을 만날 때도 있다. 어제 배달되어 온 책 중 몇 권이 그렇다. 반값 세일이라길래 주워담았는데, 그것들의 실체(?)를 보니 이건 뭐 읽기만을 위한 책 같지는 않다. '장식만 해도 뽀대난다.'는 걸 강조하는 책 같다. 하기야 책이란 게 후다닥 읽어 치우라고만 있는 것도 아닌데다, 가끔씩은 소장하는 것만으로 그 기능을 다 할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사지 않은 분들께 강추! -
![](http://image.aladin.co.kr/product/88/98/cover150/898498681X_2.jpg)
율리시스는 그야말로 율리시스 사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평생을 두고 관심 생길 때마다 들춰보면, 뭘 몰라도 손끝이 저릿해질 듯. 권위자 김종건 교수의 번역인데 그 분도 평생 숙업이니 허영으로 들춰보는 나 같은 이들은 이 정도만 해도 행운이렷다. 칭찬할만한 일은 그 많은 각주를 텍스트 바로 밑에다 친절하게 배치하고 있다는 것. 아무리 좋은 주해도 성의없이 뒷면에 찌익~ 일렬로 붙여놓은 것 보면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빈센트 반 고흐는 앨범 장정이다. 배달되어 온 것 보고 놀라실 분 많을 것이다. 테오를 비롯한 가족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더불어 적재적소에 배치된 고흐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고독한 운명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된다. 일반 독자로서 이런 책 갖는 것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단 번에 보는 책이 아니라 입술 부르트고, 위 갉아올 때 한 웅큼 약 털어넣고 누워서 뒤적이기에 좋은 책.
세일할 때 좋은 사람들을 위한 선물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출판사가 생각의 나무네. 눈여겨 봐야겠다.
나머지 한 권 나의 정원(타샤 튜더)인데 반값 세일하던 것이 내가 살 때는 그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 잘 팔린다는 것일까?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영혼의 슴슴한 객토를 열망하는 자들에게 위안을 줄 것 같다. 변화를 원하지만, 만 가지 그놈의 환경 탓에 아무 것도 변하지 못하는 범인들의 한 쪽 가슴을 콩닥이게 하는 책. 절망마라. 잊지마라. 타샤 할매는 56세 때부터 이 정원을 다시 가꾸기 시작했음을...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임을 이 책을 뒤적이는 동안 강하게 와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