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들판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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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멍해 있으면, 나를 배반하지 않는 것은 글쓰기 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건 전적으로 내게 달린 일, 나의 감각을 인화해내고, 나의 경험을 완성해주어서, 내게 삶을 삶으로 명확하게 살도록 해주었으니까. 잘못되었을 경우 내 탓이라고 하면 되니까. 책임의 실체가 있고 능력의 부재가 뚜렷한 거니까. 최소한 운명이나 배신은 아닌거니까....
그러니 이제는 알게 된것이다. 쓰는 일보다 사는 일이 더 중요한게 아니라, 그두개가 적어도 내인생에 있어서는, 실은 처음부터,갈라놓은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모든 인생길이 나침반처럼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새삼 내가 작가라는 일이 감사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그러는데
진심 감사하다.-263p쪽

그렇다는 이야깁니다.심각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들 그렇다고 말하는 대로 사는 게 실은 편해요. 깊이 생각해보면 결국 가장 불행한 방법이긴 하겠지만 불편하지는 않지요. 언제나 무엇이 옳은 길인가 생각하고 살면 불편해져요 . 어떤 의미에선 피투성이가 되니까.-211p쪽

그러자 문득 아버지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뿌연 생크림을 다 걷어내면 나오고야 마는 검은 커피처럼 일순 가슴을 뜨겁게 하며 떠올랐다.

둥글고 선한 눈에 고인눈물이 오후에 비낀 햇살에 부딪혀 두개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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