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100배 즐기기… 서울 예술의전당 9월 1일까지 공연
뮤지컬 대작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 6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1986년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 1988년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 20개국 110여개 도시에서 6만5000여회 공연됐으며 관람객만도 1억여명에 달하는 명작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무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국내 배우가 한국어로 공연한 라이선스 공연이 LG아트센터에서 열렸고, 6개월간 계속된 이 공연에 24만명의 관람객이 찾아 국내 뮤지컬 인구의 폭발적 확산을 이룬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뮤지컬의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제작자로 참여한 동명 뮤지컬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흥행이 시원치 않았던 반면 한국에서는 5주 동안 200만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이번 공연은 2001년과 달리 브로드웨이팀의 내한공연이어서인지 첫날 공연에서 기립박수와 함께 다섯번에 걸친 커튼콜을 받는 등 격찬이 이어지고 있다. 9월 1일까지 계속되는 이 공연은 6월 티켓의 90%가 일찌감치 동났고, 전체적으로도 이미 50%가 넘는 기록적인 사전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심상치 않은 대박조짐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공식카페 팬필(cafe.naver.com/phanphile.cafe)에는 6월 17일 현재 6500여명의 회원이 등록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댓글을 올리고 있다. 3만550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다음카페의 뮤지컬매니아(cafe.daum.net/musicalmania)를 비롯한 각종 관련 카페에도 ‘오페라의 유령’을 둘러싼 질문이 수시로 올라와 이 작품에 대한 열기를 보여준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무대예술의 특성상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게 마련이다. 화제작이 무대에 오르면 어김없이 마니아들 사이에는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교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또 다른 뮤지컬 ‘캣츠’의 내한공연 때는 이런 질문이 있었다. 선지자 고양이 듀터로노미를 납치하는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가 등장할 때마다 드미터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맥캐버티다!”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분위기가 음산해지는데 무슨 까닭이냐는 것이다. 답은 그 고양이가 어렸을 적 맥캐버티에 납치당한 기억이 있는 탓에 다른 고양이들보다 맥캐버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비하인드 스토리를 곁들여 소개한다.
◆알고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운 장면들
1. 팬텀은 왜 크리스틴의 목걸이를 거칠게 낚아챌까? 2막 1장은 신년 전야, 오페라하우스 계단에서의 가면무도회 장면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팬텀(유령)이 크리스틴의 목걸이를 거칠게 낚아채며 “넌 아직 내꺼야”라고 말한다. 왜 그랬을까. 2막 1장은 1막의 10장 내용인 오페라하우스의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사건 후 6개월이 흐른 뒤의 이야기. 그동안 팬텀의 자취는 흔적없이 사라졌고 그 사이 크리스틴과 라울은 비밀리에 약혼을 했다. 팬텀이 낚아챈 것은 크리스틴과 라울의 약혼반지다. 행여 팬텀이 약혼사실을 알게 될까봐 크리스틴이 반지를 손가락에 끼지 않고 목에 걸고 있었던 것을 팬텀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2. 지하 미궁에서는 왜 손을 눈높이 만큼 올리고 다니라고 했을까 1막 7장에서 부케와 멕, 마담 지리와 발레리나들은 ‘마법의 올가미(Magical Lasso)’를 부른다. 지하 미궁에서는 손을 눈높이만큼 올리라는 내용이다. 처음 이 곡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노래의 배경은 팬텀이 사람들을 죽이는 데 자주 사용한 올가미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가미가 감기지 않게 손을 목 주변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하면서 감상하라
1. 극장 매니저인 피르맹과 앙드레 피르맹은 돈만 밝히는 장삿꾼인 반면 앙드레는 예술가적 안목이 높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 귀기울이면 두 사람의 상이한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피르맹은 “극장 표가 얼마나 팔렸다”거나 “극장 앞에 사람이 얼마나 서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반해 앙드레는 음악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2. 영화, 뮤지컬, 소설 지난 연말 전세계적으로 개봉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의 과거를 비롯해 뮤지컬에 담지 못한 세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뮤지컬을 보고 감명을 받았으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DVD와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루르의 원작소설을 읽으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뮤지컬과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이라도 책장을 넘길수록 호기심은 증폭된다. 또 흉측한 외모로 인해 부모에게, 그리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버림을 받아야 했던 팬텀에 대한 연민의 정이 한층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가스통 루르가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1910년이었고, 사람들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던 이 작품을 다시 세상에 드러낸 것은 1920년대 유니버설영화사가 만든 무성영화였다. 론 채니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팬텀역을 맡아 흥행에 성공했다. 장르는 괴기영화였다.
1980년대 들어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 의해 가스통 루르의 괴기소설은 비극적 사랑으로 환골탈태했다. 뮤지컬은 물론 지난해 개봉된 영화의 플롯은 가스통 루르의 원작이 아니라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변형본이다.
3. 극중 극 오페라를 즐겨라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이지만 극중 극으로 오페라 신이 나온다. 1막 1장의 거대한 코끼리 모형과 금장식으로 치장한 화려한 의상을 보여주는 ‘한니발’신, 1막 9장에 나오는 ‘일 무토(벙어리)’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스토리와는 달리 코믹해서 웃음을 선사한다.또 2막 7장에 나오는 ‘돈 후앙의 승리’는 팬텀이 작곡한 오페라로 설정돼 있는데 매우 매혹적이면서도 육감적인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이런 오페라는 없다. 세 편 모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히트곡인 ‘나를 생각해줘요(Think of Me)’는 ‘한니발’에서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리아다. 또 ‘일 무토’에는 심술궂은 칼로타가 ‘어리석은 그가 나를 미소짓게 해(Poor Fool, He Makes Me Laugh)’를 부르는데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애초 팬텀은 오페라 ‘일 무토’의 단역에 불과했던 크리스틴을 여주인공으로 세우고 프리마 돈나인 칼로타에게 시종 역을 맡도록 요구한다.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칼로타가 팬텀을 비웃으며 이 노래를 부르지만, 곧바로 팬텀의 저주 섞인 장난으로 두꺼비처럼 꽥꽥 소리를 지르게 돼 망신을 당한다.
◆앤드루는 곳곳에 살아 있다.
1.뮤지컬이 오페라보다 낫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버지는 음대 교수고 어머니는 피아노 교사였다. 클래식 음악가 집안인 셈이다. 게다가 그는 뮤지컬 작곡가로 명성을 떨친 후에도 ‘클래식을 상업적으로 도용한 장사꾼’이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이런 일부의 시각에 대한 앤드루의 반박은 1막 8장에서 피르맹과 앙드레가 칼로타가 무대에 서도록 설득하기 위해 부르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라는 곡에 담겨 있다.
‘큰 소리로 외국어로 노래하면 그건 관객이 좋아하는 정도의 이야기일 뿐. 실로 완벽한 오페라!’라는 대사는 오페라가 뮤지컬보다 한 수 위라는 일반의 시각에 대한 반격이다. 즉 오페라는 크고 높은 목소리에 외국어로 노래를 부르면 명곡으로 치부된다는 앤드루의 조롱인 것이다.
2.‘밤의 음악’은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만들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사라 브라이트만이 한때 부부였고, 앤드루가 사라를 위해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어 크리스틴역을 맡긴 이야기는 유명하다. 특히 극중 팬텀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 거처로 가서 부르는 ‘밤의 음악(The Music of the Night)’은 앤드루가 사라의 생일선물로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1984년 결혼했으나 1990년 이혼했다. 원래 영화도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히트한 1988년부터 추진됐으나 두 사람의 이혼으로 늦어진 것이다.
항간에는 앤드루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과 크리스틴 캐릭터를 자신과 사라와의 관계를 빗대어 만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천재 작곡가 팬텀이 자신의 곡을 사랑하는 크리스틴에게 부르게 했듯이 작곡가 앤드루도 자신의 주옥 같은 곡들을 사라를 통해 세상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못지않게 사라가 천상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기에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과 라울의 ‘사랑 전쟁’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경매가 한창 열리고 있는 1911년 파리 오페라하우스 장면에서 시작된다. 70세 노인이 된 라울은 휠체어에 앉아 포스터와 뮤직 박스를 구입하고 있다. 경매인이 소개하는 오페라하우스의 샹들리에. 라울은 오페라의 유령과 관련됐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한 줄기 섬광과 함께 관객들은 파리 오페라가 절정에 달했던 그 시절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1막의 시작은 오페라 ‘한니발’의 리허설 현장이다. 새로운 극장 매니저인 피르맹과 앙드레가 소개되고 프리마 돈나 칼로타가 노래에 열중하던 순간 갑자기 무대장치가 떨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오페라의 유령이 한 짓이라며 수군대고 화가 난 칼로타는 더 이상 노래하기를 거부한다. 그러자 마담 지리의 딸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크리스틴 다이에를 칼로타의 자리에 대신 추천한다.
그간 알 수 없는 스승으로부터 레슨을 받아온 크리스틴은 오페라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오페라의 후원자인 귀족 청년 라울은 한눈에 크리스틴이 어린 시절 친구임을 알아본다. 분장실을 찾아간 라울은 크리스틴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지만 크리스틴은 자신을 지금까지 지도해준 ‘음악의 천사’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함께 갈 수 없다며 거절한다.
잠시 라울이 크리스틴의 분장실을 떠난 순간 등장한 팬텀은 크리스틴을 오페라하우스의 지하세계로 인도한다. 이후 뮤지컬은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과 라울의 사랑과 질투, 팬텀에 의해 벌어지는 오페라하우스의 끔찍한 사건들을 거쳐 슬픈 결말로 치닫는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