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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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아무리 그래싸도 난 천생 기생은 기생인 모양이오. 성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는 밥 없이는 살아도 사랑 없인 못사요."-37쪽

"기생은 마음에 굳은살이 배겨 송판처럼 딱딱해져야 온전한 기생으로 완성이 된단다. 송판처럼 딱딱해진 다음에야 몸도 마음도 물처럼 부드럽게 열릴 수가 있는 법이거든. 정을 둔 곳이 있고 없고는 나중 일이다. 나는.................남자를 믿지 않았다."-68쪽

손을 공중에서 무상하게 떨구어 가을 낙엽 지듯 꺾는 춤사위를 '낙엽사위'라고 한다. 낙엽사위는 가슴속의 시름을 쓰다듬어 울게 하는 손짓이어야 한다. 무겁고,애통하게. 독하게 맺힌 기운을 풀어주는 춤. 사랑이 그리워서 쫓아가 잡고 잡을 듯 말 듯 잡지 못하고 아프게 돌아설때 춤에 무게가 실린다. 한의 무게, 생의 무게를 몸에 실어서 추는 춤이 살풀이다. 살풀이는 교태나 모양만으로 출 수 있는 춤이 아니다.-103쪽

어젯밤 내린 비에 버들 푸른빛. 매화는 벙글어 흰빛 고와라. 새로움을 다투는 이 좋은 시절에 나는 어이타 떠나시는 임. 잔 올려 임 보내는 아린 가슴을. 삼월달 봄바람에 꽃잎은 지는데 강남 땅의 내 임은 돌아 올 줄 모르네.-133쪽

혹여 연꽃을 본 일이 있는가. 물 위에서 쉴새없이 흔들리며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우는. 연꽃의 속대는 텅 비어 있다네. 비워야만 물 위에 뜰수 있으니까. 우린 연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하지. 속 없는 그 꽃을 보고. -155쪽

이사람아, 땅 위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리얼리티가 심각하게 결여될 때에만 사랑은 그 이름값으로 간신히 아름답네. 자네도 아다시피 사랑은 시작이 퍽이나 중요하다네.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게 따라 사랑의 형태가 결정 지어진다네. 그러하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셈이네. 놓쳐버린 꼴이지. 오마담의 손님으로 당당하게 부용각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네. 능소화의 주홍빛에 흘린 것이 문제였네. 그것은 덫이었네. 내 사랑은 시작부터 그렇게 혹독햇네.-156쪽

꽃이 진다. 오마담이 우뚝 걸음을 머춘다. 꽃이 지고 있다. 오마담은 돌아보지 않는다. 눈을 감고 다만 등으로 듣는다. 보지 않아야 꽃 지는 소리가 들린다. '파' 음으로 떨어지는 꽃은 높은 가지에 핀 꽃이고 '레'음으로 떨어지는 꽃은 낮은 가지에 핀 꽃이다. 봄꽃이나 가을꽃보다 여름꽃 지는 소리가 잘 들리고 아침이나 낮보다 해질녘에 잘 들린다.-199쪽

"기생으로 산다는 건, 이 화전과 많이 닮았다. 보기만 좋지 막상 먹어보면 별 맛이 없는것도 그렇고. 찹쌀전 위에 꽃잎을 한장씩 꾹꾹 찍어 기생들은 자기 가슴을 펜촉같이 날카로운 것으로 꾹꾹 찍어야 할 때가 많아. 그래서 기생들의 가슴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아. 동글동글 맺혀 있을 뿐이지. 제 스스로 낸 제가슴의 핏물을 내려다보고는 사는게 기생이야."-201쪽

"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 소리가 그러하고 춤이 그러하다. 나뭇가지에서만 놀면 재가 승하게 되고, 재가 승하면 생명력이 길지가 않아. 나무의 가지만 보지 말고 몸통도 보아야 하느니. 그렇다고 뿌리까지 볼 생각은 아예하지도 마라. 많고 적음은 곧 하나거든. 뿌리까지 봐버린 예인들은 단순하게 변하고 말아. 단순하다는 건 초월의 의미도 있지만 물기 없이 쪼그라들었다는 뜻이기도 해."-203쪽

"육갑허네. 지지 않은 것은 꽃도 아니여. 질 줄 알아야 꽃인 게지."-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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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근데 전체적인 내용이 어떤가 궁금하네요.

실비 2006-12-3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솔직히 리뷰를 쓸려고 했으나 사투리라고 해야하나요. 옛날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 세세히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답니다. 그들의 삶이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대체적으로 이해가 되나 세세한 부분은 자세히 모르는 부분이 많아 밑줄긋기를 선택했답니다. 요즘시대에 기생들은 이렇다 라고 말해주는 책인데 제 느낌엔 오래됀 시절을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옛날말을 써서 그런가봅니다..

짱꿀라 2006-12-3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여러번 읽고 보시는 것이 이 책은 더 많은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실비 2006-12-3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시간이 지난후 읽어볼 생각이랍니다... 그때그때 마다 느낌이 다를것 같아요.
나중에 리뷰를 제대로 쓸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