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풍경
이정숙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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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신이 가진 색의 짙음이 그녀에게는 버거울 것이라는 것을 아는 그와
아직 여자이기보다는 여자애이고
흰 도화지처럼 무엇이 채워질지 모르는 나이인 그녀


수한과 석경은 교수와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만난다.듣기만해도 어색한 관계의 시작이다.  

석경, 21살에 그녀의 삶은 우정과 사랑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동기인 친구를 향한 그 풋풋한 짝사랑이 끝나기도 전인데 비가오던 어느날 수한을 만나고 짙은 푸른 빛의 바람이 가슴에 불어온다.
수한, 그는 봄빛처럼 화사한 그녀에게 마음이 쏠린다. 32살인 그에비해 아직은 솜털날리는 어린애인데..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수 가 없지만 자신의 색으로만 그녀의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도화지를 다 덮어 버리길 바라지 않는다.
그녀를 놓을 수는 없었다. 과거의 핏빛 상처가 여전히 자신을 흔들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자신에게 머물러 주었으면 했다.


짝사랑

온밤을 지세우게 만드는 심각한 사랑의 고민들

우정과 사랑 사이의 감정

마음의 상처

새로운 사랑

 
이러한 이야기들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색채의 시각적인 느낌과 물감의 냄새, 새벽녁 학교의 공기, 하얀 담배연기 등이 갖는 후각의 느낌들과 섬세히 섞여서 평범한 성장소설같은 이야기에 멈추지 않고 보다 입체적인 감각들을 지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게한다. 

젊은날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친근한 감정들이라 책을 넘기며 혼자 미소짓게 했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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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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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서 학교에 가고 싶었다. 얼추 한 학기 등록금을 모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피로'나 '긴장'을 느끼고 싶었다. 긴장되는 옷을 입고 긴장된 표정을 짓고, 평판을 의식하며, 사랑하고, 아첨하고, 농담하고, 계산적이거나 정치적인 인간도 한번 돼보고 싶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실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가전제품뿐이었다. 나는 냉장고에게 잘 보이거나, 전기밥통을 헐뜯고 싶지 않았다. 첫월급을 탔을때 누구를 만나, 어떻게 돈을 써야 할지 몰라 당황했었다.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일만 하다가 죽을 수는 없다고, 매일 어깨에 의자를 이고 등교하는 아이처럼 평생 아르바이트마 하고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손가락이 나뭇가지처럼 기다랗게 자라는 꿈을 꾸기도 했다-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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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s 도쿄놀이
배두나 글.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요즈음의 나처럼 여행을 가지 못하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붕 떠있는 사람에게 알맞지 않을까?

일본은 92년에 그리고 그 뒤로는 2-3번정도 더 다녀왔다. 92년의 대학 입학 선물이었전 일본 배낭여행에 비해 그 후의 여행은 보다 짧았지만...

두나의 도쿄놀이는 내 취향에 맞는 일본여행같아서 가끔 펼쳐본다. 어딘가를 가고 싶을때 그리고 일본 백화점 슈퍼에 가득한 맛난 것들이 마구 땡길때...

뭐 긴 여행에 대한 글을 읽고자하는 이에게서는 별 하나

그냥 그냥 다른이의 여행은 어떠한가 궁금한 사람에게서는 별 2개

부담없고 별목적 없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별 3개

단순히 여행에 자체에 대한 갈망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갖은... 요즘의 나같은 이에게서는 별이 4개 정도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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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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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은궐은 평범한듯하면서 정교하게 잘 짜여진 글로 우리를 18C정조의 시대로 이끈다. 조선의 문화 중흥기라 불리웠던 시대, 치열한 당쟁으로 노론과 소론이 대립하고 벽파와 시파로 나뉘던시대,  이제 아버지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했던 왕자는 힘없이 휘둘리는 아이가 아니라 30살의 젊은 국왕이다. 왕은 규장각을 설립하고 왕권을 강화하며 직접나서서 인재를 등용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만난다.  정조가 주목하는 인재, 새로운 시대를 이끌 그들이...

잠시나마 동생의 이름을 빌어 남장 유생이 된 김윤희, 과거장에서 경쟁자로 만나 그녀가 첫눈에 반한 조선 최고의 신랑감 이선준, 거기에 '미친말' 걸오와 '주색잡기의 대가' 여림 유생이 합세하여 이른바 '잘금 4인방'으로 뭉친다. 그렇게 그녀와 그들이 만나고 성균관에서 겪는 파란만장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은 실타래를 풀어내듯 펼쳐진다.

정은궐님의 글은 참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여진 글들이 아님을 눈치 챌때 쯤이면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있다. 이 책속에 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여러 등장 인물들이 각각의 사연 많은 삶을 말하지만 흐트러짐이 없고  각기 그 매력을 더함에 그 큰 줄기가 균형을 잡아 산만한 느낌이 없다. 연애담에 관심을 두고 읽기 시작한 글이 읽다보니 당시의 시대를 말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고민을 보여준다. 스리슬쩍 과함이 없이.  <그녀의 맞선 보고서>에서 보여진 퐁퐁튀는 상큼 발랄함과 <해를 품은 달>에서 탄탄한  짜임새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하여튼 이 성균관의 유생들의 이야기는 누가 보기에도 한마디로 흥미 진진하다

그래서 이 책을 말함에 남장여자의 흔한 이야기라고만 말한다면 그건 아니라 먼저 말하고 싶다. 오히려 로맨스를 다 잘라내도 좋은 글이 었을 꺼라는 생각을 한다. 남장 여자의 이야기는 저 멀리 중국의 양산백과 축용대의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까이에 연록흔이 있고 커피프린스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사랑에 울고 웃었다. 남장여인의 사랑의 다양한 시대 속에서 다양한 변주는 만화책 코너에만 가봐도 널리고 널렸을 터이지만 그 사랑에 흔들리는 독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남장여인의 사랑을 다룬 글들을 접할때면 이 말이 생각난다.

'사랑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드러낼 수 없는 괴로움이 흘러간다. 누군가를 멍하니 바라만 봐야 하는 감정이 얼마나 쓰린지 안다면 그러나 그 사랑을 이루었을 때 가질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출처 http://reddream.egloos.com/3339320)


이 구절은 남장여인의 사랑을 다뤘던 연록흔에 대한 평의 한 구절이다. 독자로서 우리는 이 남장 여인의 사랑을 판에 박힌 흔한 소재로 말하는데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그 사랑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글을 읽고있다. 그 이유가 딱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장유생 김윤희가 김윤식이라는 허울로 살아가는 애틋함, 동시에 그 시대의 여자가 걷지 못했던 길을 걸어 갈 수 있었던 인물에 대한 통쾌한 만족감. 이를 곱게 엮어서 작가는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삶을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책을 통해 유쾌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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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行 야간열차 문학과지성 시인선 341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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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지룩히 눈이 올 듯한 밤

이렇게 피곤한데
깊은 밤이어서
집 앞 골목이어서
무뚝뚝이 걸어도 되는 혼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죽을 것같이 피곤하다고
피곤하다고
걸음, 걸음, 중얼거리다
등줄기를 한껏 펴고 다리를 쭉 뻗었다
이렇게 피곤한 채 죽으면
영원히 피곤할 것만 같아서
그것이 문득 두려워서

죽고 싶도록 슬프다는 친구여
죽을 것같이 슬퍼하는 친구여
지금 해줄 얘기는 이뿐이다
내가 켜 든 이 옹색한 전지 불빛에
生은, 명료해지는 대신
윤기를 잃을까 또 두렵다.

 

이 시가 마음에 남아서 구입했습니다.

10년쯤 전에...20대의 중반에...술한잔 하고 늦은 저녁 터덜터덜 거리며 아파트어귀를 들어 서면서 느꼈던 그 기분이랄까. 세상 사람들 다 외롭지 않은데...난 왜 헛헛할까 생각했던 그런 일들...그런 감정들이 떠올랐습니다. 피곤함일 지도 그냥 투정일 지도 잘 모를 그런 기분들이 이 시를 읽으며 느껴집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니 내가 소원하던데로 감정의 기복들은 사라져가지만...그게 왜 오늘은 서글프게 느껴질까요.

오늘 나도 그녀의 고양이처럼 겨울 낮에 햇빛드는 지붕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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