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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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내용이 주로 신촌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마치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전해듣는 것처럼 주요 장면들이 머리 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기자 출신 작가답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료한 문체로 전달하며, 등장 인물들의 성격도 있는 그대로 직접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문체는 극단적인 소재를 사용한 이 소설의 문제의식을 더 확실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살 외에는 개인의 자유의지 실현이 불가능할 만큼, 이 세대는 더 이상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표백되고 완성된 세대인가?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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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6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9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9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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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의 작곡처럼 꼼꼼하게 공을 들여 구성된 작품이다. 첫문장부터 확실하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중간중간의 복선들과 마지막 인용문장까지, 불필요하게 사용된 문장이 전혀 없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적으로 독자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선입견이 스스로를 속이게 만드는 기법은 정말로 훌륭했다. 고령화 사회라는 이 시대의 배경과 문제점들을 건드리면서, 이야기 진행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영화로는 결코 표현될 수 없으며, 오직 책으로만 즐길 수 있는 참신한 추리물. 이미 읽었는데도 한번 더 확인하며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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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1-1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단테님 리뷰 보고 많이 배워야지~~~^^

라파엘 2015-01-13 17: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러워요... ^^;;
 
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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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주인공이 토익만점을 얻기까지의 수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저자가 토익을 공부해본 흔적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토익만점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아니다. 저자는 영어성적이 인간의 용도와 가치를 결정하는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현실을 다루면서, 그 어두운 내용을 유머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잘 녹여낸다. 이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문학의 역할이 그 시대의 모습을 통찰력있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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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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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책은 그 작가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삶의 경험으로 구성된 작가의 존재 자체를 넘어서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에, 정유정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였다. 작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환자와 병원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자신이 고민하는 삶의 실존적인 문제들을 유쾌한 이야기와 문체로 무겁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다. 특별히 이 소설이 나에게 공감이 되었던 이유는, 주인공을 미치게 했던 ˝도망치는 병˝이 사실은 내가 앓았던 병명이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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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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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위정자 이야기

  작가는 후기에서 자신을 소설가가 아닌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한다. 이 표현처럼, 영원한 제국은 영남 일대의 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추리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소설이다. 이 책은 정조 24년 어떤 하루 동안의 사건들을 보여주지만, 그 시대적 배경은 영조부터 정조까지 하여 사도세자의 사건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소설에서는 이백 여년에 걸친 노론과 남인의 갈등을 보여준다. 각자가 학습 받아온 배경에 기반하고 있는 정치적 갈등이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정조는 치밀하게 개혁을 준비해 간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지식과 권력 그리고 개혁의 정치철학적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 지식 - 동기 부여의 원인

  소설에서 노론과 남인의 갈등은 서로 다른 철학적 입장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론은 그들의 정치론에 있어서 주자학을 계승하여 사서(四書)를 중요시하는 반면에, 남인은 그들의 정치론에 있어서 삼경(三經)을 중요시한다. 사서는 송나라 시대에 교과서로 채택된 책들이고, 삼경은 주나라에서부터 전해져 온 고경들이다. 이 둘은 이상적인 정치구조의 이론적 토대를 설명하는 면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삼경을 중요시하는 남인은 현실 정치에서 왕의 권위를 적극 옹호하는 왕권중심주의의 입장을 취하지만, 사서를 중요시하는 노론은 예(禮)라는 보편적인 질서 아래서 왕과 사대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신권중심주의의 입장을 취한다. 이 갈등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명분을 위해 각자의 정치철학을 끌어온 것이 아니라, 그 대립보다 앞서서 각자가 옳다고 주장하는 철학이 스스로에게 믿음으로 학습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들은 서로 자신들이 내세우는 입장이 진실로 정의로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들의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들은 새로운 상황을 인식하는 일에 있어서 빠르고 편리한 수행능력을 보이기 위해, 자신이 살아온 과정의 경험들을 유목화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 개개인의 안경 렌즈는 그들이 성장하면서 받아들인 지식으로 두터워지게 된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렌즈를 통해 상황을 분별하게 되는데, 소설의 주인공인 이인몽과 주요 인물인 심환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각각 남인과 노론의 사람으로서, 각자가 학습 받은 지식이 자신들을 움직이도록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식을 추구하는 일에 있어서 모든 인간은 상황 논리에 빠지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치에 있어서 옳고 그름을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인간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원인이므로, 우리가 당연하게 넘겨버리는 지식은 그 결과에 있어서 치명적인 오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본질적인 지식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 권력 - 목적 성취의 도구

  이야기에서 정조는 정치에 있어서 굉장히 치밀한 인물로 묘사된다. 정조가 왕이 되었을 때에, 조선은 사대부들로 인해서 왕권이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그래서 그는 하나의 무리에게 권한을 맡길 때, 그 무리를 견제할 세력도 동시에 키우게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조는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계획하고 실행해나간다.

  지식을 통해서 얻게 된 문제의식과 목적은 그 성취를 위하여 현실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지식 자체만으로는 그 지식을 소유한 개인의 이상으로 끝나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통치 체계에서의 가장 높은 위치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정조가 그런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론을 경계해야 할 상황이었다.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수의 위정자들이 노론이었기 때문이다. 정조가 자신의 계획을 실천해 나간다고 하여도, 현실적으로 노론 무리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정조가 생각했던 것처럼 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었다. 권력이란 것에 있어서는 위계적인 구조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권력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여론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목적성취를 위한 필연적인 도구가 된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 권력은 어떤 형태로든 갖추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 지식으로 인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식을 단순히 이론으로 묻어둘 수도 있고, 실제로 자신이 실천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아는 것이란 그대로 행해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아는 지식이 정말 옳은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것을 밝히 드러내는 일이 마땅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권력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을 가진 각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추구하게 되고, 여기에서 서로간의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 개혁 - 변화를 위한 표현

  외부의 변화에 따른 행동 선택의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방법을 개혁이라고 한다. 영원한 제국에서는, 정조의 개혁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었으며, 그가 옳다고 여기는 지식이 그에게 개혁을 요구하였다. 분명한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사고할 수 있었던 그는, 또한 권력의 자리에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위치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개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권력은 개혁에 있어서 부족함을 드러내었다. 정치에서 중요한 위치에 속한 반대세력들이 있었고,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여론을 등에 업으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정조가 꿈꾸었던 개혁의 실패는 그가 주장했던 지식에서 문제점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 실패의 원인은 권력 사용의 실패에 있었다. 결국 정조는 개혁을 위한 과정조차 다 밟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혁은 변화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인간과 세상은 완전하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시대의 지식에 따른 사회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고, 그 변화를 수구로 대처할 것인지 개혁으로 대처할 것인지는 권력을 가지거나 가지려하는 인간의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진정한 앎이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인간은 당연히 개혁을 선택하게 된다.


# 앎의 실천을 위한 리더십

  지식과 권력과 개혁은 동기와 수단과 표현이라는 방식으로 정치에서 필연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먼저, 본질적인 지식이 인간에게 옳고 그름의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그로인한 변화를 추구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변화를 위해 권력이라는 수단을 필요로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권력에는 위계구조의 가장 높은 위치뿐만 아니라 여론이나 권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개인이나 집단 간의 경쟁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에는 권력을 얻은 자에게 선택의 가능성이 주어지게 되며, 그는 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수구 또는 개혁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정도 또한 조절할 수 있다. 그가 처음에 올바른 지식에서 출발을 했다면 당연히 개혁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머리에만 들어있는 지식은 아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일 뿐이고, 자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표현될 때라야 진정한 앎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본질적인 지식을 추구하고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표현되기 위해서는 그 도구가 되는 권력의 과정이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권력이라는 것은 리더십으로 연결된다. 획득된 권력은 리더십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지식을 사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수조건이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지배하는 권력이 아닌 통합하는 권력을 의미한다. 내가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긍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위정자는 스스로를 정직하게 평가하고, 자신이 먼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을만큼 바른 지식에 확신을 가지며, 이러한 진정한 앎에 근거한 리더십을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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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2015-01-0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봤던 책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라파엘 2015-01-07 10: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재독할만한 좋은 책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