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정명 작가의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그들이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의 언어와 문화 활동을 금지했던 것처럼,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을 통해서 중국인들의 자유로운 문화 활동을 금지했다. 그들은 인간이 섭취하는 하나의 문장과 한권의 책이 그 사람 자신의 정신과 삶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지 않았을까? 사람은 금지되고 잃어버렸을 때에, 그제야 존재했던 것들의 가치와 영향력을 깨닫고 느끼게 된다.

 


 

 

 

 

 

 

 

 

 

 

 

 

 


 

  이정명 작가의 책은 영문판으로도 곧 출간이 된다. 신경숙 작가의 책들처럼, 우리 문학이 영어로 번역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다는 사실은 참 좋은 일이다. 꽤 만족스럽게 읽었던 소설인만큼, 영문판이 출간되면 꼭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어떤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책을 읽기 전의 사람이 아니다. 문장은 한 인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불치의 병이다. 단어와 구두점들은 몸 여기저기에 세균과 바이러스처럼 스멀스멀 기어다닌다. 문장들은 뼈에 새겨지고 세포 속에 스며들고 자음과 모음은 혈관을 타고 흐른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는 뇌세포를 물들이고 영혼을 재구성한다. 그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며 돌아가서도 안 된다. - 이정명, 별을 스치는 바람 1권, 220페이지

한 권의 책은 누군가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낱말과 조사와 구두점이 모인 문장은 누군가에게 읽히는 순간 삶을 시작한다. 책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헌책방과 도서관으로 긴 여행을 한다. 누군가의 가슴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거대한 우듬지를 이루는 동안 책장은 찢어지고 표지는 낡고 글자들은 바랜다. 그리고 어느 날 먼지와 어둠 속에서 숨을 거두지만 그 영혼은 우리 가슴속에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책은 죽지 않는다. - 이정명, 별을 스치는 바람 2권, 172페이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1-3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을 스치는 바람> 영문판으로 윤동주 시인의 삶도 외국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라파엘 2015-01-31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시를 번역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을텐데, 영어로 어떻게 번역이 되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

라로 2015-02-01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을 한국에서 재밌게 읽어서 여기 오자마자 영문판을 사서 딸에게 줬어요.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잘 안 읽으려고 하는데도 저 이쁜 책은 제목과 표지에 반해서 샀는데 금방 읽혀서 많이 아쉬워했던,,, 그만큼 여운이 남았다는 얘기죠!!ㅎㅎㅎ 안단테님의 글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라파엘 2015-02-01 17:28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가워요 ~ 짧은 내용이 아쉬울만큼 좋은 책이었어요 ㅎㅎ
찾아보니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는 한글판과 영문판의 표지 디자인이 동일하네요 ~~ 정말 예쁘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