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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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의 문제들>에서 인식론을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관을 전개한다. 그는 감각과 이성을 통해 인식되는 우리의 세계에서 철학의 진정한 가치는 불확실성에 있다고 선언한다. 철학이란 우리가 과학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원리를 살펴보고 그것의 모순을 밝혀내는 활동이며, 우리의 개인적 관심사에서 한발 물러나 우리 자신의 불확실성을 우리에게 드러내는 방법이자 독단론에 대한 교정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철학은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 오히려 질문을 만들어내며, 이를 통해 우리를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더욱 일반적 차원으로 이끌어준다. 

  이러한 러셀 특유의 철학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인류에게 진정으로 유용한 것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도구적 지식이 아니라 오히려 무용한 사변적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용한 지식의 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여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러셀은 누구에게나 게으름이 가능한 사회를 현실적으로 구상하고 그것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이 책에서 그는 서양의 교육사와 철학사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선행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저자와 대화하며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 P33

아이들이 호의적인 어른들로 자라날 수 있기 위해선 자신의 주변을 호의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자면 아이의 중요한 소망들에 어느 정도 공감해 주어야 하고 아이들을 단지 신의 영광이나 국가의 위대함 따위의 추상적인 목적에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 P127

바람직한 관심이란 아무 목적 없이 아이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자질을 가진 교사라면 아이들의 자유에 간섭할 필요도 별로 없겠지만 혹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해도 아이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업무가 과중한 교사들로서는 아이들에 대한 본능적인 애정을 간직하고 있기란 대단히 어렵다. (…) 그 어떤 이론으로 무장한 교사라 해도 시달리다 보면 피곤해지고, 결국엔 짜증이 나게 마련이고, 짜증스런 마음은 어떻게든 표출되기 쉽다. 자기 조절만으론 필요한 호의를 늘 간직하기가 힘들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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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1-15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있어요!!!!! 으하하하.. 너무 읽고 싶은데... 허,,,...(알라딘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숙제 쌓고 있는 중인 주말.....)

라파엘 2022-01-15 14:35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이유경 작가님의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에서 추천받은 책입니다!! 흥미롭게 읽었어요 ㅎㅎ

다락방 2022-02-21 22:07   좋아요 2 | URL
(수줍수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