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간된 교양총서 중에서 관심있는 주제들을 몇 권 추려서 읽어보고 있다. 논문을 작성할 때는 해당 연구에서 다루는 개념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이 교양총서에는 동양철학에서 언급되는 중요한 개념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해당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사용되어 왔는지 살펴볼 수 있고, 각 시대와 인물에 따라 그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특히, 이 교양총서는 각 개념에 관련된 원문을 정리해서 책에 함께 실어두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단순히 저자의 설명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직접 원문을 확인하고 그 뜻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논문을 작성할 때는 역사 속의 인물뿐만 아니라 현대의 연구자들이 각각 해당 개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분별할 수 있어야 하고, 기존 연구자들의 해석과 나의 해석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서양철학과 달리 동양철학의 원문을 다루다보면, 논문을 작성할 때 단지 논증적 글쓰기가 아닌 체험적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의 고전에서 등장하는 개념들은 단순히 이론적 논의전개의 맥락이 아니라 저자의 체험에 기반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험적 글쓰기의 필요성은 단지 동양철학만이 아니라 현대의 교육을 연구하고자 할 때도 중요하게 요청된다. 교육학이 교육실천의 장을 다루고자 하는 학문이라면, 교육학 분야의 연구들은 단순히 이론적 논의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현장의 체험적 글쓰기를 통한 실천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만, 문제는 체험적 글쓰기가 학술적 엄밀성을 충분히 갖추고 한 편의 논문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술적 연구에 어떻게 체험적 글쓰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기존의 훌륭한 연구들을 참고하며 고민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