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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TV는 많이 보지 않은 편인데 주말에 채널을 돌리다 우연하게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무슨 내용인지 스캔만 하려 했는데 끝날 때까지 보게 되었다. 드라마
원작이 송곳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세트를 주문했는데, 도착한 걸 보니 현재까지 3권이고, 미완이라 추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프에서
일어난 실제 노조 조직 과정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관리자 이수인과 과거에 노동운동을 하다 고문을
받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를 무료로 돕는 부진 노동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구고신이다. 구고신은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하종강씨가 모델이라고 한다.
범인들은 이들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없다. 송곳처럼
삐져 나오면 망치로 맞기 때문이다.
불의에 대항하여 분노하는 것이 지식인의 도리이고, 젊음의
특권임에도 불구하고, 속으로만 분노하며 겉으로 표출을 하지 못한다.
주인공들은 이 시대가 원하는 표본이고 영웅이다. 슈퍼맨이나
베트맨 이런 영웅보다 훨씬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런 영웅들이 발 붙일 수 있게 가만 놔 두지 않는다.
행여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길을 간다고 했을 때 박수 치며 환영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과를 보지 않아도 고생문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1권의 줄거리는 이수인이 송곳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원판 불변의 법칙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정교육이었다.
이수인의 이런 성격은 군인과 너무 잘 맞을 것 같았다. 특히 육사는 더 잘 맞을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도 사회와 같은 부조리가 자행된다니 가슴이 답답하다.
이론상으로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간다.’고 했는데 300명 동기 중 송곳이 이수인
밖에 없다니……
생사가 불투명한 노숙자보다, 그가 덮고
있던 박스를 욕심 내는 할아버지.
같이 근무 하다 다친 동료의 산업재해를 알고도 자기에게 피해가 갈까 증인을 거부하는
노동자들.
정권의 시녀가 되어 부하와 생도들에게 보수 정당을 찍으라고 묵시적 강요하는 훈육관.
잘못된 지시에 방관하는 사관 생도들.
아들의 권력을 등에 업고 일용노무자의 임금을 떼어 먹으려는 건설회사 사장.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부하직원들을 잘라내는 과,
부장의 중간 간부들.
수 개월 동안 노동력을 착취하고, 오토바이
사고 냈다고 임금을 체불한 중국집 사장.
사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성하고 불의에 조금이라도 분노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185만명이다. 전체 노동자 대비 10.3%로 정도 된다. 한국노총이 90만명 선이고, 민주
노총이 80만명 선, 국민노총이 3만명 내외 정도 되는 것 같다. 민간기업 조직률은 9% 정도인 반면 공무원 노조 조직률은 65%에 이르고, 교원은 17%이다. 10% 노조원이
전체 노동자를 대변 할 순 없지만, 자신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모양새 때문에 정부는 노노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사실 노조라는 것이 가입한 노조원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노조 가입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근로자들이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노조 가입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비 정규직 근로자 수는 600만명정도 되는데 이들 또한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노조의 현실이다.
노조의 역사를 보면 1945년 11월 1일 조선공산당 박헌영의 후원을 받아 조직되었지만, 우파였던 이승만, 김구, 김규식등이
명예 총재로 하고 유진산, 전진한, 김두한 등을 중심으로
대한노동조합 총 연합회가 설립된 것이 최초이다.
하지만 1970년, 1980년을 거쳐 경제성장은 급속도로 빨라졌지만, 근무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머리가 깨인 지식인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자 정부에서는 불법단체로 분류하여 탄압하였지만, 끈질긴 투쟁 끝에 1997년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허가 되었다.
송곳을 보면서 머리 속에 새겨지는 말이 있다.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저 자신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디디고 마는 송곳 같은 인간……
우리는 이런 송곳 같은 인간들의 노고에 편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송곳이 되는 것 두렵다.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연 뭘까? 모두가 송곳 같은 인간이 되라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일까? 어떤 의도 인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내 마음속에
퍽하고 꽂혔다.
우리회사 임원이 관리자에게’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관리자는 무능한 관리자다.’라고 하였다.
이와 반대로 구고신 소장이 노동 상담소에 온 이들에게 ‘나이 먹고 순수한 거, 그거 범죄야 범죄.’’노동운동 10년을 해도 사장이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현재는 대기업이었지만 설립초기에는 작은 구멍가게에 불과했다. 회사가 커진 것은 직원들도 한 몫 거들었기 때문이었을 텐데, 분배는
왜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임금근로자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의 32%를 가져가는 반면, 하위
10%는 불과 0.6%의 소득만 가져 간다고 한다. 소득격차만
문제가 아니라 재산 격차도 문제다. 상위 10%가 부의 66%를 소유하고 하위 50%는 부의 2%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행복 지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젠 세계 143개국 중 118위하고 한다. 매일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할 기회 조차 없고, 열심히 일해도 성공할 수 없으니 마음은 불안하고, 행복은 먼 나라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뿐 아니라 출산율, 사회복지,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등은 최하위인 반면, 산재사망률, 가계부채 증가율, 남녀
간 임금 격차 등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그네누님은 정규직 해고조건 완화와 임금피크제등을 도입하라고
하고,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역사 교과서 바꾸는 것에만 집중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국정교과서 논란만 보더라도 여당과 우파세력들은 찬성을 하고 야당과 좌파세력들은
반대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동시대 사람들은 모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 후손들이 역사를 통해 판단할 것이다. 역사와 사회를 바르게 통찰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국민이 분열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를 통치하는 리더들을 보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제 밥 그릇 챙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안중에도 없어하는 걸 보고,
경영자들도 노동자들을 안중에도 없어 한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 웹툰의 핵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초. 중등학교 수업에
노동관련 수업이 있고,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심지어는 단체교섭방법
등에 대해 토의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성인이 되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반항하는 것 조차 불법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언론이 정부나 사측의 편에 서서 악의적인 기사를 써,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들 또한 자신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 한, 타인의 억울한 사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이기주의를
기업이 적절히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수인 과장이 노조가입서를 내밀었을 때 피해가 올까 봐 슬슬 피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막상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지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조에 가입하는 걸 보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약하고 무지하다. 때문에 이수인처럼 송곳 같은 선동자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희생은 감수 해야 한다.
농업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달로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땅에 떨어졌다.
노동력이 점점 기계로 대체 되면서 향후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걱정되는 부분이다. 근로자들의 권리도 문제지만, 경영자들도 차세대 먹거리를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장과
분배가 대치될 때 개인적으로 성장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남미국가들은 좌파 정권이 들어선 후 성장보다는
포플리즘적 성격으로 분배를 선택하는 바람에 국가 디폴트 상태가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노사관계는 제로섬 게임으로 알고 치킨게임을 벌이는데,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플러스 섬 게임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이런 계급사회자체도 불만이긴 하지만, 이것까지 어찌할 수 없으니
접어 둔다 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줬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하지만, 인간답게 살 권리까지 포기한 적은 없다.
노조를 하는 이들은 노조용어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 같아 약어로 쓰인 지노위, 중노위, 교선부장이란 용어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였다.
지노위는 지방노동위원회로 고용노동부장관 소속으로 해당 관할 구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주된 사업장 소재지의 지방 노동위원회가 관장한다. 이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되어 위촉되고, 중재, 부당노동행위의 판정, 구제에 대한
1심의 절차를 담당한다.
중노위는 중앙노동위원회로 고용노동부 장관 소속으로 지방노동위원회 및 특별노동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재심, 긴급조정 및 중재의 권한을 갖는다.
교선부장은 교육부장과 선전부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노조교육에 대한 사항과, 선전에 대한 사상을 책임지고 있는 노조 간부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규칙은 사적 권력을 축소시킨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규칙이 잘 작동하는 것을 꺼려 한다. 그들은 규칙을 바닥에 딸린 그물처럼 꺼진 신호등처럼
방치한다. 잠든 규칙은 권력이 공격받을 때 선택적으로 호출된다.’근로자들의
준법투쟁에 대응하는 방법이 준법감시다. 회사라는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회사가 시스템대로 움직이면, 높은 사람의 일이 축소되기에 권한도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권한을 나눠주지 않고 독점한다.
때문에 부하들은 시스템이나 업무 보다 상사의 눈치를 본다. 이것은 회사에 이익을 저해하는
요인이고, 단지 상사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다.
조직은 계약서에 적힌 규칙과 통제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일에 대한 책임감, 동료에 대한 연민과 우정, 조직에 대한 소속감, 인간의 선함과 약함에 기댄 관행들을 제거하면
조직은 멈춘다.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인간보다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립학교 중 최고를 자랑하는 하나고라는 곳에서 공익제보 한 국어 선생님이
있다. 최고라는 기준이 학생의 자질인지, 학부모들의 재력인지, 아님 최고의 등록금인지, 불투명한 학교 행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학교와 재단, 학부모, 재학생, 졸업생들로부터 마녀 사냥을 당하고 있다. 하나고라는 곳의 명예에 흠집을 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명예이고
어떤 것이 불의인지도 판단하지 못한 하나고를 보니 최고의 똥통학교임에 틀림이 없다.
이튼스쿨 졸업생처럼 노블레스 오블레주는 실천하지 못할 망정, 불의에 동참만이라도 하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송곳 같은 사람들을 국민들이 지켜줘야 좋은
국가가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