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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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60년 동안에 걸쳐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런걸 쓰는데 60년이나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장의 깊은 맛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파우스트보다 잘 쓰여진 고전도 많은데 왜 심금을 울리면서 고전중의 고전이라 했을까?

원서가 아닌 번역서를 읽어 아름답고 깊은 맛을 감지해 내지 못한 것일까? 아님 기독교인이 아니라 기독교적 사상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까? 혼란스럽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단역은 두고, 다음은 비중 있는 인물들이다. 바그너(파우스트 조수), 메피스토펠레스(악마), 마르가레테(= 그레트 헨, 파우스트의 연인), 마르테(마르가레테의 옆집 아줌마), 발렌틴(그레트헨의 오빠)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천상에서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만나 주님의 종인 파우스트를 시험에 들게 하는 내기를 한다.

파우스트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까지 섭렵하여, 회의나 의혹에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고,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한 가르침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죽음의 유혹에 빠진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죽음 충동에 의하면 외부를 대상으로 복수를 감당할만하지 못할 만큼 철저히 무너지면 자신을 대상으로 몰아가게 되어 심각한 우울증이나 자살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라고 했다. 파우스트가 이런 트랩에 빠진 건가?

 

이에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와이 세상에선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 주셔야 합니다.’라는 계약을 맺고, 마녀의 물약을 먹자 귀공자의 모습으로 변한다.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와 사랑에 빠지고, 임신까지 하지만, 악마의 훼방으로 그레트헨은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아기를 물 속에 빠뜨리고,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의 오빠를 살해한다. 이에 마르가레테는 감옥에 갇히고 파우스트는 구하려 하지만, 그녀는 감옥에 남아 하느님의 심판을 받기를 원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심판을 받았다고 하고, 하느님은 구원을 받았다라는 내용으로 1부가 끝난다.

 

마르가레테 일가는 파우스트와의 한번의 사랑으로 모두가 죽음을 맞이한다. 일가족이 다 죽어야 하는 이유는 뭐지? 악마의 저주 때문이다.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쾌락만 충족시켜주면 타락할 것으로 믿고, 그레트헨을 만나게 하고, 정욕의 쾌락을 주었으나, 그들은 더 나아가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레트헨에게는 어머니와 아이를, 파우스트에게는 오빠를 살해하게 하여 모두를 망쳐 버린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나사 빠진 악마 같이 묘사 되었지만 그레트헨의 가족에겐 무시무시한 악마였던 것이다.

 

그나마 위안은 파우스트나 주님 모두가 악마를 기망하였다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이승에서 미지의 세계까지 경험하며 온갖 쾌락을 누렸으나, 결국 그의 노예가 되지 않았고, 주님은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라는 말로 인하여 사후에는 주님이 천국으로 데리고 가버린다. 내가 봤을 땐 악마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이란 말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는 지적 욕망, 성적욕망, 권력욕망이 발현되는데 매슬로의 욕구 설에 의하면 성적욕망은 생리적 욕구이고, 권력 욕망은 존경의 욕구이고, 지적 욕망은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하위단계의 욕망이 충족되면 상위 단계의 욕망으로 옮겨 가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나는 이렇게 상위 단계로 충족시켜 가는 것은 행복이라 정의 하고 싶다. 그렇다면 괴테는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일까? 나는 쾌락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행복과 쾌락은 닮은 듯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먹는 쾌락은 10, 구매로 인한 쾌락이 30, 격렬한 섹스는 50정도 이고, 도박은 150, 마약은 155 정도의 쾌락이라고 한다. 이렇듯 쾌락은 지속될 수가 없다. ? 그 쾌락이 충족되면 더 강한 쾌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쾌락의 말로는 결국 죽음뿐이다. 인간은 쾌락을 원칙으로 삶을 구하면 죽음 충동으로 내달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쾌락보다는 행복을 추구 합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 사용하지 않는 재산은 무거운 짐이 될 따름이다.’

재산이란 유 무형의 것을 말한다. 지식이든 돈이든 뭐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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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3
김경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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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동화나 청소년 문학 심지어는 만화까지도 읽는다. 가끔이긴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유가 있다. 첫째 교훈이 있다. 둘째 쉽게 쓰여져 읽기가 편하다. 셋째 기존의 지식과 혼합되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실과 접목시키면 생각이 많아진다.) 넷째 자녀들과 함께 읽고 소통할 수 있다. 다섯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한 육아교육에 대해 진취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브랜드 썰전도 위의 이유와 유사한 점이 많다.

 

북한 군이 중2 때문에 공격을 못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변덕이 심한 중2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주인공 현수 부모와 공감대가 형성 되었다.

부모들의 학창시절과 아이들의 학창시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지만 성장 풍속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달라진 이유가 뭘까? 이유가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굴기의 과정과 문명의 발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우리 아이들처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학교수업이 끝나자 마자 산으로 들로 뛰어가 놀다 간신히 숙제나 해서 학교에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다간 성장도 하기 전에 도태 당하기 십상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졌다.

경쟁 때문만은 아니고 여기에 몇 가지 문제가 결합되면서 훨씬 심각해졌다.

 

첫째 부모들은 자신들의 삶이 여유롭지 않다는 생각에, 자녀만큼은 여유롭게 해주고 싶어 자신의 노후를 저당 잡혀 물질적 정신적 자원을 자녀 키우는 데 올인 해 버린다.

이런 문제는 정부에서 사교육을 통제해 버리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같은데??

둘째 부모들의 이런 생각을 반영이라고 하듯 사교육비 시장이 30조원으로 어마어마해졌다. 이것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문제이고 공교육의 직무유기라고 본다. 아마 가처분 소득의 절반 이상이 자녀 양육비로 들어 갈 것이다. 언론에서 학원 한 번도 다니지 않고 공부 했는데 수석을 했느니 만점을 맞았느니 하는 것은 모두 거짓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외고, 특목고, 자사고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사교육으로 무장한 학생들이었다.

셋째 구조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엘리트주의 때문이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것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현상이지만, 점점 심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특정 대학, 학벌주의, 권력, 금력, 지식, 명예 등 사회적 가치를 통해 엘리트에 진입하려 한다. 일반인 들이 여기에 편입하기 위해선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밖에 없고, 그것이 가장 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굴기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교통, 통신, 정보 등 모든 것들이 갈수록 빨라지고 방대해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정보가 유익한 것이라면 몰라도 유해한 것이라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인공 현수가 수 백만 원 하는 캐나다 구스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은 유해한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현수 아빠의 당부처럼 타인의 의지대로 인생을 산다면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수의 말처럼 착한 브랜드도 있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여 주머니를 긁어 내려는 속셈이 훨씬 짙다. 또한 브랜드가 자신만의 개성이나 색깔을 나타내고 일시적인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개성은 성인이 되어 나타내면 되고, 유행이라면 그렇게 비싼 대가를 치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나에게 주어졌다면 화 내지 않고 현수 아빠처럼 자연스럽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어렵겠지만 공부를 좀더 해서 그렇게 접근해 볼 작정이다.

 

교훈적인 내용이 많은 책이다. 2 현수가 등장하지만, 무늬만 중2이고 대화의 내용과 수준은 성인 뺨치는 수준이다. 몇 가지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현수 친구 태지는 인간이 물건에 집착하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인간이 이쯤에서 탐욕을 멈추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랜드의 어원은 brandr(스칸디나비아 말로 불로 지진다는 의미)로 인권을 유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손대지 마 -> 나를 선택해 라는 언어의 순화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사회계층의 계급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브랜드만 키워 큰 돈을 벌고 있지만, 인권, 노동, 환경, 윤리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급적 선 순환이 될 수 있는 소비패턴이 이루어 져야 한다.

설득하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말하지 말고 흥미롭게 말하라. 이성적으로 이야기 하면 대립될 수 밖에 없다. 상대에게 흥미를 주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세상에 하나뿐인 원본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는 비슷비슷한 복사본으로 죽는다. 상당히 의미가 있는 말이다. 이건 타인의 눈 높이를 맞추면 산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제도권 안에 들어있지 않는 사람들을 배척한다. 때문에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딜레마인 건 사실이다.

우리는 갖고 싶은 것을 처음 갖게 될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기분을 상승시키지 못한다. 이것은 한계효용이란 경제적 용어를 들어 설명하였다.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년필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다. 구입할 때는 기분이 정말 좋은데, 수량이 많아지니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라는 말 또한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법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도덕적 의무가 동반된 사유의 의무 또한 인간이 해야 할 중요한 의무라고 하였다.

친일파들은 그 당시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목숨을 내 걸고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은 왜 그렇게 했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학부모, 학생, 선생님, 정책 입안자 등 어떤 사람이 읽어도 교훈이 될만하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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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의 종말 - 지금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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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 육식이 지구 환경 파괴에 지대한 공을 새운다는 것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깨끗한 지구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실천해야 할 일을 찾다 보니,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주변인들은 반응은 한결같이 당신 혼자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지구환경이 좋아지느냐고 했다. 지식인으로써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우매한 짓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70억명 중 몇 백 명만 되더라도 안 한 것 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둘째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잉여 곡물이 발생하고, 고 칼로리 식품이넘쳐나 인간이 필요로 하는 칼로인 보다 훨씬 많은 양을 섭취하여 건강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염려했듯 우리의 질병은 음식으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는 가축 생산자들의 동물복지가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인간에게 고스란히 넘어올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참치가 수은을 직접 먹지 않지만 최상위포식자 이므로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하다 보니 누적되기 때문이다. 동물을 섭취한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꽤 오래 전에 이 책을 구입했는데 다른 책에 밀려 이제서야 완독하였다. 몇 번을 읽다 포기 하다 하여 전 부분의 내용은 거의 외울 수준이다.

리뷰를 쓴다는 것 보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하는 정보를 발췌하였다.

테트라사이클린이란 물질은 가축들의 성장속도가 50%나 빨라지고, 항생제를 주입하면 젖소의 젖이 더 많아지고 돼지는 새끼를 더 많이 배며, 무게도 더 나간다는 사육 법이 알려 지면서 육식의 식량 경제가 시작 되었다. 이렇게 기른 돼지가 1톤이 넘는 것도 있다.

 

300만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주로 채식을 했다. 고기도 먹었지만 몸집이 작아(120cm, 몸무게 18kg) 사냥을 한 것이 아니라 죽은 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50만년 전 호모에렉투스는 설치류나 파충류, 작은 사슴까지 사냥하며, 전체 열량 65%까지 동물성 음식으로 올리며, 몸집도 180cm로 커졌다.

인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열량의 량이 아니라, 열량의 질(고기 중심 식단) 때문이었다. 고기를 먹으면 근육이 빨리 만들어 지고, 지방산을 먹으면 뇌가 활성화되어 대뇌화가 되면서 몸집이 커진 것이다.

18만년 전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등장하며 수렵 생활을 했는데 이때 첫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당시 사냥감은 코끼리, 들소, 코뿔소 등이었고, 전체 열량의 3/2를 동물성 음식으로 채워 최상위 육식 동물과 흡사해 졌다.

1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까지 덩치 큰 동물 사냥을 하였으나, 평균 수명이 18년 밖에 되지 않았다.

11,000년 전 기후가 따뜻해 지며, 몸집이 크고 추위에 강한 사냥감이 북쪽으로 돌아가자, 그 자리를 가젤, 영양, 사슴들이 메웠으나, 이들은 매우 빨라 사냥하기가 어려웠다. 사냥 성공률이 떨어지자 1만을 기점으로 하여, 농경생활과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식단이 고기에서 곡류로 바뀌면서 10cm 가량이 줄어들었다.

3500년 무렵 이집트에서 자가 소비량보다 생산이 많아 잉여 곡물이 생기면서,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있는 상업의 기틀이 마련 되었다.

1300~1600년 사이에 곡물 수확량이 2배로 늘어 풍요를 누렸지만, 영양결핍과 전쟁, 질병으로 인해 인구 성장이 식량 경제의 생산 능력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1600년 잉여 칼로리가 생기면서 세계인구는 급증하면서, 기근으로 수 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세기 영국 남성의 평균 키는 165cm 60kg, 프랑스는 160cm 50kg이었으며, 평균수명이 40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풍부한 환경과 기계화, 세계화로 식량무역이 시작되었다.

농장에서 산출한 농산물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치며, 1800년대 말 공황상태에 빠지자, 종자의 품종개발과 화학비료 등의 농업혁명이 일어나며, 다시 생산량이 증가 하였다.

1980년 중반 미국은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0%를 생산했고, 그 중 25%를 아이오아 주 에서 생산했다. 1885년에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했으나, 1985년에는 3% 미만이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세계 육류의 6/1을 생산하고, 콩과 옥수수는 50%를 생산하며, 세계 곡물 및 식량시장에서 지배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식품들이 넘쳐난다. 조리가 쉽고 편리하며, 원하는 칼로리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켈로그나 네슬레 같은 가공업체들이 어마어마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하락하면 농민들을 죽음으로 몰지만, 네슬레 같은 회사들은 이윤의 폭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가격 결정력을 얻기 위해 식품회사들은 엄청난 광고비를 지급한다. 광고비 지출이 많을수록 판매량도 늘어나 생산단가가 낮아져 개당 이윤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음식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향을 넣는데, 천연향은 열이나 제조 공정에서 쉽게 파괴되므로, 포장할 때 향을 주입한다. 모든 맛과 향은 천연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빵은 더욱 빵 냄새가 나도록, 오렌지 주스는 더 오렌지 맛이 나도록, 고기 통조림은 더욱 고기 맛이 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나 돼지의 배설물은 질소와 다른 영양소를 농축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식수로 들어 가면 인간에게 암을 유발시키고, 생태계가 교란되거나 어류나 다른 동물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질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질뿐만 아니라, 질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아산화질소가 되는데, 이는 스모그의 주 오염원이자 오존층의 파괴인자로, 이산화 탄소보다 300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인간이 만든 아산화질소의 70%는 비료를 사용한 농업부분에서 발생한다.

 

액상과당 이라고 하는 HFCS(high fructose corn syrup)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마약 같은 감미료로 중독 될수록 더 찾게 되어 포만감 감지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란 호르몬이 있는데, 이 호르몬이 하는 일은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포만감을 감지하여야 포만감을 느끼고 식사를 중단하는데 액상과당에 중독되면 렙틴의 기능이 제 기능을 상실하여, 미만이나, 당뇨병, 시력상실, 무력감과 말초순환장애, 사지절단, 호르몬 작용 등을 하여 건강에 치명적이고, 사망에 까지 이른다. HFCS는 다른 당 성분보다 지방으로 쉽게 전환된다.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250그램의 고기를 먹는데, 단백질 섭취 권장량의 4배로 비만을 높이는데 공헌을 한다. 이유를 살펴보면 6개월된 225KG 송아지를 4개월만에 612KG으로 키워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풀밭에서 키운 송아지는 최소 2년은 커야 500KG이 된다. 밀집사육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의 체중 0.45KG 얻는데 3KG의 먹이가 필요하다. 이는 돼지의 2, 닭의 3배이상이다. 소는 60%가 뼈와 내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단백질 전환율이 낮아 0.45KG 얻는데 9K의 곡물이 필요한 셈이다.

 

저자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식량에 대한 전반적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결론을 내리자면, 첫째 육식이 인류에게 중요한 작용을 한 것이 맞지만, 양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에 큰 혼란이 야기될 거라는 것이다. 둘째 음식이 넘쳐 나지만 지구의 절반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니, 적절하게 배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셋째 식량의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으니 대안 농법을 하란다. 넷째 축산업자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동물복지는 꿈도 못 꾸는데 동물복지에도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동물복지를 무시할 때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 유전자 변형한 씨앗이 나오는데 생태계에 혼란이 올 수 있으니 주의 하라는 것이다. 여섯 몬산토, 파이와아, 신젠타, 그룹리마그랭, KWS AG, 랜드 오레이크, 사카다, 바이엘 크롭 사이언스, 다키이, DLP-트리플리움, 델타 엔타인 랜드등 다국적 종자회사들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동일한 양으로 환산했을 때 금값보다 비싼 씨앗이 많다고 한다. 일곱 소나 돼지 등 가축 사육만 하지 말고 바다에서도 대안을 찾으라 한다. 등등 이다.

 

두꺼운 만큼 배울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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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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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많이 보지 않은 편인데 주말에 채널을 돌리다 우연하게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무슨 내용인지 스캔만 하려 했는데 끝날 때까지 보게 되었다. 드라마 원작이 송곳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세트를 주문했는데, 도착한 걸 보니 현재까지 3권이고, 미완이라 추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2003년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프에서 일어난 실제 노조 조직 과정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관리자 이수인과 과거에 노동운동을 하다 고문을 받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를 무료로 돕는 부진 노동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구고신이다. 구고신은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하종강씨가 모델이라고 한다.

 

범인들은 이들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없다. 송곳처럼 삐져 나오면 망치로 맞기 때문이다.

불의에 대항하여 분노하는 것이 지식인의 도리이고, 젊음의 특권임에도 불구하고, 속으로만 분노하며 겉으로 표출을 하지 못한다.

주인공들은 이 시대가 원하는 표본이고 영웅이다. 슈퍼맨이나 베트맨 이런 영웅보다 훨씬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런 영웅들이 발 붙일 수 있게 가만 놔 두지 않는다.

행여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길을 간다고 했을 때 박수 치며 환영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과를 보지 않아도 고생문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1권의 줄거리는 이수인이 송곳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원판 불변의 법칙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정교육이었다.

이수인의 이런 성격은 군인과 너무 잘 맞을 것 같았다. 특히 육사는 더 잘 맞을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도 사회와 같은 부조리가 자행된다니 가슴이 답답하다.

이론상으로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간다.’고 했는데 300명 동기 중 송곳이 이수인 밖에 없다니……

 

생사가 불투명한 노숙자보다, 그가 덮고 있던 박스를 욕심 내는 할아버지.

같이 근무 하다 다친 동료의 산업재해를 알고도 자기에게 피해가 갈까 증인을 거부하는 노동자들.

정권의 시녀가 되어 부하와 생도들에게 보수 정당을 찍으라고 묵시적 강요하는 훈육관.

잘못된 지시에 방관하는 사관 생도들.

아들의 권력을 등에 업고 일용노무자의 임금을 떼어 먹으려는 건설회사 사장.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부하직원들을 잘라내는 과, 부장의 중간 간부들.

수 개월 동안 노동력을 착취하고, 오토바이 사고 냈다고 임금을 체불한 중국집 사장.

사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나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성하고 불의에 조금이라도 분노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185만명이다. 전체 노동자 대비 10.3%로 정도 된다. 한국노총이 90만명 선이고, 민주 노총이 80만명 선, 국민노총이 3만명 내외 정도 되는 것 같다. 민간기업 조직률은 9% 정도인 반면 공무원 노조 조직률은 65%에 이르고, 교원은 17%이다. 10% 노조원이 전체 노동자를 대변 할 순 없지만, 자신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모양새 때문에 정부는 노노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사실 노조라는 것이 가입한 노조원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노조 가입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근로자들이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노조 가입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비 정규직 근로자 수는 600만명정도 되는데 이들 또한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노조의 현실이다.

 

노조의 역사를 보면 1945 11 1일 조선공산당 박헌영의 후원을 받아 조직되었지만, 우파였던 이승만, 김구, 김규식등이 명예 총재로 하고 유진산, 전진한, 김두한 등을 중심으로 대한노동조합 총 연합회가 설립된 것이 최초이다.

하지만 1970, 1980년을 거쳐 경제성장은 급속도로 빨라졌지만, 근무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머리가 깨인 지식인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자 정부에서는 불법단체로 분류하여 탄압하였지만, 끈질긴 투쟁 끝에 1997년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허가 되었다.

 

송곳을 보면서 머리 속에 새겨지는 말이 있다.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저 자신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디디고 마는 송곳 같은 인간……

우리는 이런 송곳 같은 인간들의 노고에 편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송곳이 되는 것 두렵다.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연 뭘까? 모두가 송곳 같은 인간이 되라는 것일까? 아니면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라는 것일까? 어떤 의도 인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내 마음속에 퍽하고 꽂혔다.

 

우리회사 임원이 관리자에게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관리자는 무능한 관리자다.’라고 하였다.

이와 반대로 구고신 소장이 노동 상담소에 온 이들에게 나이 먹고 순수한 거, 그거 범죄야 범죄.’’노동운동 10년을 해도 사장이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란 말이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현재는 대기업이었지만 설립초기에는 작은 구멍가게에 불과했다. 회사가 커진 것은 직원들도 한 몫 거들었기 때문이었을 텐데, 분배는 왜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임금근로자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의 32%를 가져가는 반면, 하위 10%는 불과 0.6%의 소득만 가져 간다고 한다. 소득격차만 문제가 아니라 재산 격차도 문제다. 상위 10%가 부의 66%를 소유하고 하위 50%는 부의 2%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고 한다그러나 경제적 행복 지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젠 세계 143개국 중 118위하고 한다. 매일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할 기회 조차 없고, 열심히 일해도 성공할 수 없으니 마음은 불안하고, 행복은 먼 나라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뿐 아니라 출산율, 사회복지,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등은 최하위인 반면, 산재사망률, 가계부채 증가율, 남녀 간 임금 격차 등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그네누님은 정규직 해고조건 완화와 임금피크제등을 도입하라고 하고,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역사 교과서 바꾸는 것에만 집중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국정교과서 논란만 보더라도 여당과 우파세력들은 찬성을 하고 야당과 좌파세력들은 반대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동시대 사람들은 모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 후손들이 역사를 통해 판단할 것이다. 역사와 사회를 바르게 통찰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국민이 분열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를 통치하는 리더들을 보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제 밥 그릇 챙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안중에도 없어하는 걸 보고, 경영자들도 노동자들을 안중에도 없어 한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 웹툰의 핵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초. 중등학교 수업에 노동관련 수업이 있고,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심지어는 단체교섭방법 등에 대해 토의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성인이 되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반항하는 것 조차 불법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언론이 정부나 사측의 편에 서서 악의적인 기사를 써,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들 또한 자신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 한, 타인의 억울한 사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이기주의를 기업이 적절히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수인 과장이 노조가입서를 내밀었을 때 피해가 올까 봐 슬슬 피하기만 하던 사람들이 막상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지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조에 가입하는 걸 보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약하고 무지하다. 때문에 이수인처럼 송곳 같은 선동자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희생은 감수 해야 한다.

 

농업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기술발달로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땅에 떨어졌다.

노동력이 점점 기계로 대체 되면서 향후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걱정되는 부분이다. 근로자들의 권리도 문제지만, 경영자들도 차세대 먹거리를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장과 분배가 대치될 때 개인적으로 성장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남미국가들은 좌파 정권이 들어선 후 성장보다는 포플리즘적 성격으로 분배를 선택하는 바람에 국가 디폴트 상태가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노사관계는 제로섬 게임으로 알고 치킨게임을 벌이는데,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플러스 섬 게임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이런 계급사회자체도 불만이긴 하지만, 이것까지 어찌할 수 없으니 접어 둔다 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줬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하지만, 인간답게 살 권리까지 포기한 적은 없다.

 

노조를 하는 이들은 노조용어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 같아 약어로 쓰인 지노위, 중노위, 교선부장이란 용어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였다.

지노위는 지방노동위원회로 고용노동부장관 소속으로 해당 관할 구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주된 사업장 소재지의 지방 노동위원회가 관장한다. 이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되어 위촉되고, 중재, 부당노동행위의 판정, 구제에 대한 1심의 절차를 담당한다.

중노위는 중앙노동위원회로 고용노동부 장관 소속으로 지방노동위원회 및 특별노동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재심, 긴급조정 및 중재의 권한을 갖는다

교선부장은 교육부장과 선전부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노조교육에 대한 사항과, 선전에 대한 사상을 책임지고 있는 노조 간부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규칙은 사적 권력을 축소시킨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규칙이 잘 작동하는 것을 꺼려 한다. 그들은 규칙을 바닥에 딸린 그물처럼 꺼진 신호등처럼 방치한다. 잠든 규칙은 권력이 공격받을 때 선택적으로 호출된다.’근로자들의 준법투쟁에 대응하는 방법이 준법감시다. 회사라는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회사가 시스템대로 움직이면, 높은 사람의 일이 축소되기에 권한도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권한을 나눠주지 않고 독점한다. 때문에 부하들은 시스템이나 업무 보다 상사의 눈치를 본다. 이것은 회사에 이익을 저해하는 요인이고, 단지 상사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다.

조직은 계약서에 적힌 규칙과 통제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일에 대한 책임감, 동료에 대한 연민과 우정, 조직에 대한 소속감, 인간의 선함과 약함에 기댄 관행들을 제거하면 조직은 멈춘다.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인간보다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립학교 중 최고를 자랑하는 하나고라는 곳에서 공익제보 한 국어 선생님이 있다. 최고라는 기준이 학생의 자질인지, 학부모들의 재력인지, 아님 최고의 등록금인지, 불투명한 학교 행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학교와 재단, 학부모, 재학생, 졸업생들로부터 마녀 사냥을 당하고 있다. 하나고라는 곳의 명예에 흠집을 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명예이고 어떤 것이 불의인지도 판단하지 못한 하나고를 보니 최고의 똥통학교임에 틀림이 없다.

이튼스쿨 졸업생처럼 노블레스 오블레주는 실천하지 못할 망정, 불의에 동참만이라도 하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송곳 같은 사람들을 국민들이 지켜줘야 좋은 국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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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직톤의 초상 이승우 컬렉션 1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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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 한 권 읽는데 꼬막 이틀이 걸렸다. 괴테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느낌이다. 한 문장 한 문장씩 읽는 것은 좋은데, 한 단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책을 읽고 있지만 생각이 다른 곳을 향하기 때문에 정신 잡는데 신경을 쓰면서 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설 이라고 읽었는데 에세이 같은 느낌이 나고, 에세이인가 생각하고 읽다 보면 신학적 논문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겨울 문턱에 와 있는 요즘 날씨와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상황을 대변이라도 하듯 인간의 무거운 내면을 성찰하라는 주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문은 수직의 축과 수평의 축인 듯 하다.

 

이야기는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는 에리직톤과 요환 바오로 2세 저격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를 비롯한 수 백 명의 신들이 등장한다. 그리스 탄생에 관한 신화로 어쩌면 성경만큼이나 많이 회자 된다. 에리직톤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오만하고 불경스러워 요정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성의 정원에 있는 나무를 베어버려, 땅과 식물의 성장을 주관하는 여신 데메테르의 분노를 사, 아귀로 변하여 자신의 딸을 팔아 먹고, 종국에는 자신을 뜯어 먹다 삶을 마감한다.

 

나는 무신론자이다. 이 때문인지 신들에 대한 평가는 냉혹한 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신은 질투가 많고, 독선적이고, 관용이란 없는 것 같다. 그리스 신 중 가장 큰 힘을 가졌던 제우스는어떠한 신이나 여신도 나의 뜻을 어겨서는 안 되며, 만약 어길 경우 캄캄한 타르타로스(무한지옥)로 던져버릴 것이다.’라고 했고, 야훼 또한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하였고, 데메테르 역시 에리직톤을 처참하게 처벌하였다.

 

제우스는 아버지인 크로노스에게서 권력을 찬탈하였고, 크로노스는 그의 아버지 우라노스에게서 권력을 찬탈하였다. 권력이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모양이다.

권력 찬탈에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것이고, 쿠데타에 성공하면 혁명인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수많은 쿠데타가 존재 하였다. 하지만 역성혁명에 성공한 사람은 왕건, 이성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몇 명 밖에 되지 않는다.

 

폭력으로 얻은 것은 지속될 수 없다. 그렇다면 폭력은 무엇인가? 저자는 인간이 인간을 향해 저지르는 폭력을 수평적 폭력, 신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폭력을 수직적 폭력이라 하였다. 신과 인간 사이 관계의 궤멸이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의 괴멸을 불러왔다. 절대자와의 비뚤어진 수직관계를 방치하고 인간 사이의 평등한 관계만을 기획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 하다.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인간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폭력의 뿌리는 뱀이다. 우리는 각자 우리 영혼의 습지 한쪽에 독성의 혀를 날름거리는 뱀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예술을 통해 우리 안의 뱀을 제거할 수 있다. 그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신과의 관계를 옳게 설정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답이라는 것이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방언인 것 같지만 메시지는 정확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교황을 쏜 사람이 붙잡히면서 한 말이다. ‘한 사람이 터무니 없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 정의롭지 않다. 삶은 총을 똑바로 쏘는 것이다. 나는 총을 쏘았다.’다수를 위하는 일이라 하여 그것이 절대 선일 순 없다. 생각을 많이 하게끔 했던 문장이다.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이 아닌 신문사 기자로 나선 김병욱, 정상훈 교수의 딸이면서 병욱의 애인이었던 정혜령이 목회자의 길을 거부한 김병욱 대신 제자였던 형석과 함께 독일 유학을 가지만, 형석의 편집증 때문에 복귀하여, 수녀가 된다. 수녀원에서 대학동기 태혁을 만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과의 수직적 관계가 절대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혁은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구별은 무의미 하다. 신은 인간적이고, 인간은 신적이다. 신은 인간적이지 않으면 안되고 인간은 신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수직은 수평으로 하여 존재가 가능하고 수평은 수직을 지향한다. 신에게 피신함으로써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환상이다.’

그래서 보육원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아 가고, 태혁은 공권력에 고문을 당하고, 김병욱은 신문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희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고, 형석은 교황을 저격하려다 실패한 델부루케를 뒤로 한 채 추크슈피체 계곡에서 삶을 마감하고, 정교수는 퇴진으 대상이 되며 소설이 종결된다.

 

모택동은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태혁에게 영향을 받은 혜령은 모든 신화는 권력으로부터 나온다. 권력만이 신화를 생산할 자격을 가진다. 권력구조의 신성화. 그것이 신화의 참된 기능이다. 권력을 건드린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신성한 것이 권위 있는 것이 아니라 권위 있는 것이 신성하고, 혹은 그 것만이 신성하다.’고 했다.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시대는 80년대이고, 저자는 광주 출신이고, 당시 상황이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것에 대한 단죄가 진행 중이었다. 혹시 이건가?

관념적이고 철학적이고 종교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래서 어렵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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