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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평점 :
<큰비>라는 제목보다는 사실 제 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이라는 타이틀에 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서는 제목 <큰비>에 매료되었고, 아쉬움과 한스러움이 느껴지는 제목이라는 생각에 가장 제 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기억에 남을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김인숙 작가의 <소현>을 책을 읽자마자 떠올렸고, 특히 정미경 작가의 소설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그전에 <소현>이라는 소설을 쓴 김인숙 작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소설의 분위기와 내용적으로는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아마 책을 좀 읽은 분들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략 짐작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설은 무녀 원향이 비를 내리기 위해 청배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 청배는 원향과 여환을 중심으로 황회등의 무리가 한탄강을 떠나는 도성으로의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 청배에서 한 사내가 읊은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천신님, 미륵님, 밭 한 뙈기, 논 한뙈기, 그거면 먹고사오, 그거면 되오."라는 이 말이 여정의 핵심이었다.
사람들은 원향을 용녀라 불렀고, 여환을 미륵님이라고 불렀다.
원향이 용녀인 이유는 용과 교류하여 큰 비를 내릴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었고,
여환이 미륵님인 이유는 미륵님이 다녀간 누룩 3개의 표시가 손바닥에 있기 때문이었다.
황회와 무리는 이 두사람에게 미륵이 강림하여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양반이 상놈이 되고, 상놈이 양반이 되는 소위 체제전복을 이루고 싶어했다.
큰비가 세상을 쓸어버린후 미륵님이 강림하고 그로 인해 새 세상일 열린다니, 용녀인 원향과 미륵이 점지한 여환은 매우 중요한 인물일수 밖에 없다.
소설의 후반부에 그들은 한탄강을 건너 많은 일들을 겪고, 갈등하면서 도성에 도착하게 되고 이야기를 결말은 향해 간다.
여정은 원향의 과거, 여환의 과거, 황회의 걱정, 하랑의 과거기억과 현재와의 만남, 계화의 분노, 무녀들의 목적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약간 산만한 느낌이 있고, 다소 지루함이 없지 않지만, 그들의 여행 끝이 어떻게 끝날지 걱정이 앞서서 책을 놓지 않고 계속 읽게 되었다.
어쩌면 난 이미 그들이 한탄강을 건너는 순간, 그리고 정원태를 남겨두고 한탄강을 건너는 순간 이 책의 결말을 알았다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봉기는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단단한 유교의 중앙집권적인 사회적 틀에서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학농민 운동을 이끌었던 전봉준 장군이 매우 존경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이들의 행보도 뻔히 보이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간절함이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천신님, 미륵님, 밭 한 뙈기, 논 한뙈기, 그거면 먹고사오, 그거면 되오."라는 이 말과 함께 너무나 와 닿아서 책을 읽을수 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그 시기에 태어나고 농민과 천민이었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직한 상황에 놓인 느낌이다.
이런 공감이 있었음에도 그리고, 어느정도의 이해가 있었음에도 하랑이라는 조금 황당한 이야기에 거사의 행방이 바뀌고, 희재의 존재가 결국 이리 끝날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다.
그리고, 무녀들의 한 또한 개인적으로 좀더 중심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중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이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아쉬움에도 작가가 무녀들의 삶을 그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