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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탄생 - 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과거 역사적 인물로의 여행은 가끔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내가 당황하는 이유는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이책속의 인물들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마치 주변에서 볼수 있는 손자와 자식걱정뿐인 할아버지 같았고, 동네 조금은 꼬장하지만, 반듯한 느낌을 주는 이웃집 할아버지 같았다.
손자가 공부하지 않음을 걱정하는 편지에서 그리고, 가족을 걱정하는 시에서, 부모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모습,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는 태도에서 현재의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유명인들은 좀더 다른 모습으로 권위적이면서, 관습을 중요시하는 모습일거라고만 상상하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들이 적잖이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두번째로 내가 당황한 이유는 이런 인간관계가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였다.
사실 이책속의 인간관계는 요근래는 절대 (절대로 볼수 없다고 단정한다) 볼수 없는 모습이었다.
퇴계는 첩의 죽음에 장자에게 제를 지내게 하는 모습, 제자와의 학문적 교류와 의리,
남명 조식의 친구를 위해 상상을 초월할 거리를 걸어서 간 점,
율곡이이와 송강 정철의 아름다운 우정과 애뜻함,
난설헌 허초희와 교산 허균의 형제애,
고산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친 우정과 믿음,
다산 정약용의 경우 아내를 생각하는 그 애절한 사랑,
추사 김정희의 경우 제자와의 교류를 통해 유배시절 탄생한 추사체까지
모든 점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낯설었으며, 그 가능성 여부까지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각박한 세상, 인간들 속에서 인간미를 그리워 하며, 진정한 우정과 인간관계를 찾는 현실에서 이런 이론적이고 아름다운 관계들이 모두 꿈같이 다가왔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과거 선조들이 살아온 발자취가 너무나 그립고 아득하고, 저 먼 세상의 이야기 처럼 다가오는 이유는 내 스스로 옳고 바르게 살아가지 못한것이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퇴계 이황편에서 이황과 고봉의 학문적 교류를 상상해 본다면,
난 어린녀석이 대든다고 생각할수 있었을 것이다.
퇴계처럼 '세상에 진리는 무궁무진하고 알 수 없는데, 어찌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는 태도를 잃지 않을수 있었을까 싶다.
특히 과거 조선시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사대부 선비들에게 있었다는 점도, 현재의 인스턴트 사랑속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 속에서 만난 선비들은 정말 내게 새롭게 탄생하였다.
그동안 업적이나 집필서적을 중심으로만 이해했던 선조들을 주변 인물과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재 발견하였기 때문이고, 선조들 모두 하나같이 나의 선배였고, 올바른 사람으로 멀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명성에 맞게 진정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핵심에 대해 한수 배우게 되었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스스로에게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