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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안도현 시인의 단 세줄짜리 시를 읽고 나서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는 시. 한번쯤 읽어보았을 시일 것이다. 많은 것을 시사하게 하는 시. 남에 대한 편견도 시샘도 무시도 무감각한 생활도 모두 반성케 했던 시. 그런 안도현 시인이 자신의 서재에서 읽은 책들에 대해서 쓴 산문이라고 해서 꼭 읽어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십년전에 쓴 책이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고 다시 편집해서 세상에 빛을 본 책이라니 좀 더 홍보가 되면 좋으련만 또 이 서평을 쓰면서 책 이미지와 평점을 주기 위해 책 제목을 조회해 보니 바로 뜨지가 않고 몇 페이지 뒤를 클릭해서야 이 책 이미지가 나왔다.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학생들은 입시를 위한 인문학 책과 고전만 읽어야 해서 메마른 정서일 테고 성인 역시 흥미로운 추리소설 위주로 읽게 되는 것 같아서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의 일부 내용이지만 그 책들로 인해 다시금 정서적으로 자극되는 글을 읽게 되고 거기에 덧붙여 안도현 시인의 개인적인 소회도 읽게 되니 참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격월간지 <아산의 향기>에 실린 글 중에서 한 젊은이가 쓴 글을 소개해 주고 있다. 조금 전에 손을 흔들고 강의실에 들어와서 문자를 보내고 바로 답장이 오지 않는 몇 분 동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같은 공간에 있어서 다른 세상에 사는 우리는 어느새 사람을 사귀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산 것이 아닐까. 한 젊은이의 글은 나에게도 정말 반성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본이 되어야 할 우리 세대 역시 외식을 할 때에도 온 가족이 각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작년부터 못하게 금지했지만 많은 우리 세대들이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다. 지금 세대의 어린이들 청소년들 대학생들은 사실 걱정된다. 그들은 정말 사람을 사귈 수 있을까, 사이버 세상에서의 사귐밖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시인은 말한다. 편지 봉투 안에 마음을 담아 보내면 상대방에게 닿으려면 사나흘은 걸렸다고 하지만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고. 그리움이 사나흘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그 누구도 불안해 하지 않았다고. 너와 나, 부부.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연인,사랑,이별에 대한 책에서 발췌한 글들과 시인의 글들은 다시금 나에게도 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2부는 솔직한 우리네 삶에서는 성에 대한 해학과 솔직함을 다룬다. 우리 민요 진도 아리랑에 그런 노래가 있을 줄이야. 앞산의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찾는 다는 내용이다. 이정보의 사설시조에 '간밤에 자고 간 그놈'이라는 시조도 큭큭 웃음이 난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라는 여성의 성의 해방에 대한 산문도 판소리 춘향가의 '궁' 이란 대목도 2부에서는 그러한 해학을 맘껏 엿볼 수 있다. 3부 눈물 나는 날에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 쓸쓸한 현대인의 삶, 여러가지 소회들이 너무 좋다. 맑은 날에도 바람부는 날에도, 홀로 있는 밤에도, 비오는 날에도 읽으면 정말 좋을 산문들..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 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