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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현대판 염전 노예 사건이 터졌다. 실은 몇십년전부터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있어왔던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고
후진국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노숙자나 지능이 약간 모자란 사람들을 유인하고 약취하여 임금도 주지 않고 염전에서 일만 하는
노예처럼 부린 사람들 도대체 저런 것들이 사람인가 싶은데 인간에게는 이렇게 잔인한 구석이 있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처음 읽고 충격에 빠졌던 고등학생때가 생각난다. 어찌나 분통터지고 마음이 아프던지.. 이런 일이 정말로
있었단 말인가 하면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잔인한 뉴스도 많이 접하고 세상살이를 하다보니 마음이 무뎌졌나 보다. 처음의
충격은 어느새 무뎌졌다. 얼마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한 젊은 흑인여성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의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노예 12년>이라는 영화의 원작을 읽어보면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저질렀던
악행들이 떠오른다. 이 책은 그렇다. 노예 12년이라는 영화로 인해 재조명된 책이다. 스토우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나온
후 일년만에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서로 우연히 등장한 책이다. 하지만 두 책은 시너지 효과로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고
노예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반대하는 세력들이 더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솔로몬 노섭이 직접 지은 실화이다. 1808년 이미 자유인이었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자유인으로서 성장한 그는 뉴욕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일이 없을때에는 노동자로 살아갔지만 아름다운 부인과 사랑하는 어린 자녀들 셋을 부유하진 않지만 아주 어렵지는
않게 키워왔다. 어느 겨울 일감이 거의 떨어져 생판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일에 관련된 계약을 하러 갔던 것이 큰 실수였다. 그들은
솔로몬 노섭을 안심시키고 같이 술을 먹었으며 그 이후 정신을 잃고 만 솔로몬이 깨어났을 때에는 어느 지하감방같은 곳이었다.
세상에 멀쩡히 잘 살아가는 사람을 가정이 있는 사람을 그것도 다 큰 성인남자를 속이고 납치할 생각을 하다니. 현대에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뉴욕에서 뉴올리언즈같은 남부로 팔려간 그는 목화솜을 따는 농장에 팔려간다.
처음에 그를 사서 데려간 사람은 윌리엄 포드였다. 그는 나중에 목사님이 되었으며 그가 거쳐간 주인중에서는 가장 잘 대해준 인간적인
주인이었다. 그래도 그 역시 노예제를 따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노예를 사갔을 것이다. 그의 재산이 기울자 노예들을 다른 곳에
팔게 되었는데 티비츠라는 악질에게 넘기게 된다. 또한 에드윈 앱스에게 팔리게 된 솔로몬. 이 책을 읽다보면 분통터지는 일들을 읽게
되는데 흑인어머니가 두 아이들을 뺏기는 일이나 목화밭에서 가장 목화를 잘 따는 독보적인 일꾼인 23살의 패치를 농락하는 앱스와
그녀를 질투하는 앱스의 부인이 패치를 못살게 굴 때이다. 솔로몬 자신도 죽을 고비와 고문을 여러번 받았지만 주변인들의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결국 솔로몬은 마침내 구출된다. 그래도 이 책에서 한가지 희망이 되는 것은 솔로몬의
탈출을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쓰고 적극적으로 그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래도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를 도왔던
백인들같은 사람들만 있었더라면..어떻게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교회에도 열심히 나가는 사람들이 노예들을 부리고 학대할 수 있을까. 그
부인들은 그것을 보고도 어떻게 묵인했을까. 정말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노예 12년은 그러한 부끄러운 역사를 증명해 주는
중요한 자전실화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