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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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505페이지의 두툼한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분명 가독성도 훌륭하고 빠른 전개방식에 기발한 소재를 담고 있으며 마지막 의외의 인물이 범인인 점까지 용의자X의 헌신을 뛰어넘는 작품이 아닐까 기대했었는데 분명 재미있게 읽었지만 혼이 덜 담긴 작품같은 느낌이랄까. 너무나 다작을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약점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도 만약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만족을 할 것이다. 워낙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으로서 여러 작품을 접하다 보니 이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책 자체만으로 보면 훌륭한 작품이다라고 다시 한 번 사족을 달아본다.
 
아사마 레이지 반장은 살인사건을 보고받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한 심부름을 맡게 된다. 퀵서비스도 아니고 다시 한번 나스 과장으로부터 또 한번의 심부름을 하라는 소리에 심사가 꼬여버리지만 표시된 곳으로, 경찰청 도쿄창고라는 곳으로 피해자의 털을 운반하게 된다. 그곳에서 뜻밖의 최첨단 유전자 감식장비와 수퍼컴퓨터를 보게 되고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 소장 시가의 아래에 있는 주임 해석 연구원 가구라 류헤이을 만나게 된다. 단정한 얼굴의 미남자인 가구라..처음엔 아사마 반장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은 무척이나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가구라의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넘어간다. 소설의 거의 첫 부분부터 시작되는 내용이라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가구라는 본인이 쫓기는 신세가 되어 스스로 이 모험을 헤쳐나가게 된다. 이중인격자로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에서 분리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인격인 '류' 를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아사마는 끝부분에서 가구라와 모험에 합류하게 된다.
 
앞서 특수해석연구소는 일본의 전 국민의 유전자를 갖게 되면서 범인을 빠르게 색출해 낼 수 있는 거대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곳인데 이미 90퍼센트 아니 거의 다 개발된 상태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만들어낸 천재수학자겸 사회적 자폐증인 다테시나 소키라는 여자과 그의 오빠인 다테시나 남매가 자신들이 연구하고 기거하는 대형병원 7층 VIP대규모 병실에서 22구경에 의해 살해되고 그 권총은 의문의 여인연쇄살인사건에서 쓰인 권총과 같은 것으로 밝혀진다. 그런데 이미 개발된 유전자 감식체계에서 Not Found 로서 전혀 찾을 수 없는 유전자로 밝혀진 범인의 유전자는 과연 누구일까. 누군가 가구라를 모함하며 범인으로 몰아가고 가구라 류헤이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게 위해서 정체불명의 여자 스즈링과 여기저기로 도망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미국에서 온 리사라는 여인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미국은 왜 일본의 유전자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가. 그리고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거대한 음모의 한 축을 알게 되는데...다테시나 남매는 왜 살해되었으며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다테시나 소키의 소중한 물건은 어디에 숨겨져 있는가. 그 의외의 장소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슴 아픈 짝사랑까지 그려지고 있다. 초반의 복잡한 인명과 이야기만 넘어가면 일사천리로 읽히고 마는데.. 역시 이야기의 귀재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책 한 권으로 "제가 가진 최대의 창조력을 구사하였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는지요?" 라는 저자의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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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절대가이드 - 89개 지역 700개 명소 절대가이드 시리즈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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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부터 가족여행을 좀 더 알차게 다녀보자 싶어서 여행가이드 책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한민국 절대가이드>라는 제목에 삼성출판사 특유의 선명한 표지에 끌려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절대가이드라는 말답게 이런 여행서의 종결자같은 책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종결자 한번 써보고 싶어서..) 요컨대 우리집에 있는 네다섯권의 책보다 이 책이 월등하게 더 좋았다는 것이다.

어떤 책은 올레길처럼 걷기길만 소개한 책도 있는데 그 책은 판형도 작고 자세히 살펴보면 대단한 정보랄 것이 없는 책인데다가 사진도 너무 흐릿했다. 또 다른 책은 너무 에세이스러워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모처럼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정말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어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89개 지역과 700개의 명소를 빼곡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특히 여행을 자주 떠나는 강원도부터 소개해 주고 있고 가장 많은 부분을 자세히 할애해 주고 있어서 이런 명소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이 맞나 싶게 가볼만한 곳이 정말 많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처음에 큰 지도 화면에 여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소개해 주고 맛보기를 보인 다음 줌인으로 들어가 보면 설악산국립공원의 가는길, 먹을 곳, 잠잘 곳이 아주 정리가 잘 되어 있고 보통 주변 가볼만 한 곳은 짧은 글로만 소개되어 있기 일쑤였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하나하나 작은 사진을 띄워놓고 그곳 자체를 소개하고 홈페이지며 관람료며 전화번호까지 정말 필요한 정보들로 가득차 있다. 아까 적은 설악산국립공원 주변 갈 곳은 동명항&영금정, 아바이마을, 청초호, 석봉도자기미술관, 설악워터피아, 설악씨네마(대조영 촬영장, 광개토대왕비까지 고스란히 재현), 청간정, 대포항을 사진 하나하나까지 싣고 있는 식이다.

 

5편은 삼척 환선굴로 줌인에서의 환선굴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동양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답게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런 동굴조차 가 본 적이 없었다니 우리나라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지고 갈 곳이 많은데 말이다. 정선 5일장만 알고 있었는데 바로 주변의 가 볼 만한 곳에서 여러 명소를 찾을 수 있었다. 화암동굴, 레일바이크 타는 곳, 아우라지, 아라리촌, 화암약수, 소금강(정선 소금강은 화암팔경 중 제 6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몰운대까지..강원도만 해도 이 정도라 각 도에서 소개해 주고 있는 곳들이 수도 없이 많다. 560페이지에 달하는 육중한 책과 책가격이 결코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지금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도 많이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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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수학 개념 별거 아니야 - 중 1, 2, 3학년 개념을 한 권으로 끝내는 중학수학 학습서 중학수학 별거 아니야 시리즈
하지연 지음, 문진록 그림, 배수경 감수 / 동아엠앤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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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을 받고 내용을 보자마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중 1,2,3 학년 개념을 한 권으로 끝내는 중학수학 학습서'라는 부제 답게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는 개념들의 향연. 이제 5학년이 되는 딸에게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되고자 먼저 읽게 되었지요. 다른 초등학교 부모개발서등을 보아도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내내, 그리고 고등학교 1, 2학년이 아이들이 슬럼프에 빠지기 쉽고 그 단계를 잘 넘겨야 수학에 자신이 붙는다고 써있더라구요. 씽크빅 수학도 지겨워하고 4학년 학기말 시험에서도 반에서 일등을 하여서 내심 학원도 안 다니고 이 정도니 그냥 문제집만 잘 풀어보자 했는데 자꾸만 다른 과목보다 가장 나중에 풀거나 꼭 풀어라 해야지만 풀게 되어서 속상했어요. 다행히 씽크빅 선생님이 하나하나 마치 개인교습처럼 너무 잘 가르쳐 주셔서 수학을 끊었다가 부랴부랴 다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건 선생님을 잘 만나느냐하는 운인 것 같고 일단 부모로서 기본적으로 알고 가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5학년은 혼자서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부모서를 보아도 과도한 선행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고 지겨운 과목이라는 인상으로 남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예습은 1개월 정도가 적당하고 복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엄마라면 아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혼자서 고민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기에 이 책도 기쁜 마음으로 훓어보았습니다.

 

뭐랄까 이 책을 보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처럼 수학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잠깐 듭니다. 물론 하나하나 제대로 들어가보면 어렵겠지만. 그만큼 수학자로서 잘 풀이해서 개념을 설명하고 있어요. 수학이 좋아서 수학과에 들어간 저자인 하지연 선생님의 마음과 생각이 들어있다고 할까요. 아이들이 무지막지한 학원서에서 좀 벗어나 수학의 기본이 되는 이런 책을 좀 읽어야 할 것 같다라는 필요성마저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6학년을 졸업하면 방학에 바로 이 책을 하나하나 그냥 이야기책 읽듯이 같이 읽어볼 생각입니다.

 

중학교 수학의 기본인 자연수와 0, 음의 정수, 그리고 정수가 아닌 유리수, 무리구, 실수 등을 너무나 가볍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 간단한 도표만 보면 아이들이 아하! 하고 기억하기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지금 배우고 있구나 중심을 잡기가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란 사실, 왜 교육계에서는 이런 것 하나 안 고치는 지 모르겠어요. 유리수란- 유리수는 영어로 'rational number'로, 'ratio'는 비율을 뜻한다. 분모와 분자를 정수로 표현하는 분수는 수나 양의 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rational number' 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ratio'를 '합리적'이라는 뜻의 'rational'과 착각하여  '이치에 맞는 수' 라는 뜻으로 '유리(有理)수'로 오역하는 바람에 '유리수'로 부르게 되었다.- 헉 놀랍지 않습니까.

암튼,,이런 식으로 이 책은 개념을 정말 확실하게 너무 착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주변에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자꾸 앞으로만 나아가게 밀지 말고 개념부터 고등학생이라면 중학교 개념부터 다시 차근차근 알려주어야 그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강력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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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 -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아론 랠스톤의 위대한 생존 실화
아론 랠스톤 지음, 이순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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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자마자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개봉되나 궁금해졌다. 바로 검색해보니 2월 17일 개봉.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바위에 손목부터 팔의 아랫부분까지 깔려버린 아론. 그는 바로 자신의 팔을 절단하고 그 암흑에서 탈출했다. 그런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언젠가 들은 것 같은데 2003년의 실화라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이내 책을 읽어내려가자 그가 겪은 일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제목조차 잊어버리고 24시간을 버틴 이야기까지 읽었을때 손목을 언제나 자르나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곤 다시 제목을 보자 세상에 127시간.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앞으로도 버텨야 된다는 말인가. 이미 벗어나 새삶을 살고 있는 저자였지만 진심으로 불쌍했다.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런 지옥같은 순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 500ml의 생수와 조그만 빵 두개만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127시간을 버티게 된다.

 

나는 깜깜한 자일가방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협곡의 아래까지 눈길을 돌렸다. 선명한 햇살이 번지면서 밤을 지배했더 그 영상은 약해졌다. 하지만 120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머리가 완전히 뒤틀려 버려서 새로운 날이라는 현실이 환각의 조합처럼 느껴졌다. 팔을 누르고 있는 그 지긋지긋한 쐐기돌은 정신착란 상태의 내 마음이 만들어낸 형상과 거의 식별이 되지 않았다. 닷새 동안 콘택트렌즈에 잔모래가 엉겨 붙은 탓에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이 아팠고......나는 좀비였다. 나는 죽지 않았다. 5월 1일 목요일이었다.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며칠 전에 죽었어야만 했다. 지난밤의 저체온 상태를 어떻게 견뎌내고 살아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p283.

 

어려서부터 영특한 저자는 12살에 서부 콜로라도로 이사를 한 후 스포츠 애호가가 되었다. 카네기홀멜론대학 기계공학부에 입학했고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공부도 잘 했으며 졸업 후 인텔사의 엔지니어로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내면이 요구하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그만두고 스포츠 용품점에 취직하며 휴일에는 매번 등반을 하고 트레킹을 하는 등반가가 되었다. 그런 지난날의 자신의 이야기가 지금 현재 바위에 깔려 갇혀 있는 현재와 교차 편집되어 읽을거리를 더욱 주었다. 하지만 이내 갇혀 있는 부분만이 강렬하게 읽혀서 거의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그가 겪는 매 시간이 내게는 두려움과 동시에 경이로웠다.

 

오랜 기간 등반을 했기에 그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 앉은 채로 한숨도 자지 못하고 목마름과 배고픔과 추위와의 사투를 벌인다. 매 장면이 삶과의 전쟁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벌이는 노력은 매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매우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정말 그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었다. 가족마저도 실종신고를 하고도 그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혼자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난 여행이어서 남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그가 어디로 여행했는지 찾아내는 과정도 박진감과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가 어떻게 버텼고 어떻게 탈출했는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그 모든 것을 다 쓰고 싶지만 자세히 쓰면 책을 읽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책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결국 탈출에 성공하고 회복된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산을 탄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인간에 대한 경이로움마저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우주에서 작은 인간 하나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은 물론 세계 곳곳에 있지만 그 숫자가 결코 많지 않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감동하고 느끼는 것이다.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영화가 상영되면 꼭 보러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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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레슬리 베네츠 지음, 고현숙 옮김 / 웅진윙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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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정말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은행에 입사해서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중간에 잠깐 육아휴직을 한 것 외에는 쉰 적이 없었다. 복직해서 잘 다녔지만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시기 힘드셔서 봐주시는 분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내 아이에게 마음을 뺏긴 나는 그냥 미련없이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휴직이 되면 좋겠지만 병에 걸린 것도 아니라서 휴직을 할 수 없었고 퇴직을 했던 것이다. 몇년 뒤에 파트타이머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른 후반이 되었고 어디서도 더 이상 나이 많은 파트타이머는 뽑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둘째가 있어서 아직도 육아의 길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는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십년 뒤의 나의 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이 책은 저자인 레슬리 베네츠의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서 일을 하였고 아이들을 위해 중간중간 쉬면서 이직도 잦았기 때문에 그만한 경력에 비해서 봉급도 작고 연금도 작게 받았다는 사실을. 지은이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육아와 일을 열심히 병행하면서 사는 여성이었다. 그 와중에 이 책까지 써 냈으니 작가로서의 명성과 부도 아마 거머쥐었을 것이다. 이 책은 평생 그녀가 봐왔던 여성과 육아와 일이라는 관점에서 여성들이 놓치고 있는 그 무엇을 끄집어내고 있다.

 

수많은 중산층의 여성들이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쿠키를 구우며 맛있는 정찬을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내조를 하였는데 사십년이 지나 남편이 젊은 여성과 바람이 나 같이 일군 재산을 정당하게 받지 못하고 이혼전쟁(이혼 위자료 법정소송) 에 휩싸이는 여성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과 그런 여성들을 인터뷰하여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를 남겼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어떤 책보다 독창적인 저서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는 여성들은 매우 놀라면서 읽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먼 일이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나만 해도 남편을 믿으며 같이 열심히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기 때문에 먼 나중의 일까지도 함께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이 아프거나 병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다거나 바람이 난다거나 하는 일들을 전혀 생각하지도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굉장히 많은 여성들의 지나온 생애 이야기와 갑작스런 가장의 부재로 혼란과 가난에 빠진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체로 재구성한 글을 읽을 때마다 이거 정말 대책이 있어야 겠네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여자 나이 마흔이 넘어서 오십이 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자기자신을 계발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기회가 온다면 과감하게 일터에 복귀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 일하며 육아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경험자로서 말이다. 믿을 수 있고 오래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의 확충이 어서 빨리 되어야 겠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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