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레슬리 베네츠 지음, 고현숙 옮김 / 웅진윙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정말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은행에 입사해서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중간에 잠깐 육아휴직을 한 것 외에는 쉰 적이 없었다. 복직해서 잘 다녔지만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시기 힘드셔서 봐주시는 분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내 아이에게 마음을 뺏긴 나는 그냥 미련없이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휴직이 되면 좋겠지만 병에 걸린 것도 아니라서 휴직을 할 수 없었고 퇴직을 했던 것이다. 몇년 뒤에 파트타이머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른 후반이 되었고 어디서도 더 이상 나이 많은 파트타이머는 뽑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둘째가 있어서 아직도 육아의 길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는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십년 뒤의 나의 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이 책은 저자인 레슬리 베네츠의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서 일을 하였고 아이들을 위해 중간중간 쉬면서 이직도 잦았기 때문에 그만한 경력에 비해서 봉급도 작고 연금도 작게 받았다는 사실을. 지은이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육아와 일을 열심히 병행하면서 사는 여성이었다. 그 와중에 이 책까지 써 냈으니 작가로서의 명성과 부도 아마 거머쥐었을 것이다. 이 책은 평생 그녀가 봐왔던 여성과 육아와 일이라는 관점에서 여성들이 놓치고 있는 그 무엇을 끄집어내고 있다.

 

수많은 중산층의 여성들이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쿠키를 구우며 맛있는 정찬을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내조를 하였는데 사십년이 지나 남편이 젊은 여성과 바람이 나 같이 일군 재산을 정당하게 받지 못하고 이혼전쟁(이혼 위자료 법정소송) 에 휩싸이는 여성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과 그런 여성들을 인터뷰하여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를 남겼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어떤 책보다 독창적인 저서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는 여성들은 매우 놀라면서 읽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먼 일이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나만 해도 남편을 믿으며 같이 열심히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기 때문에 먼 나중의 일까지도 함께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이 아프거나 병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다거나 바람이 난다거나 하는 일들을 전혀 생각하지도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굉장히 많은 여성들의 지나온 생애 이야기와 갑작스런 가장의 부재로 혼란과 가난에 빠진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체로 재구성한 글을 읽을 때마다 이거 정말 대책이 있어야 겠네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여자 나이 마흔이 넘어서 오십이 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자기자신을 계발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기회가 온다면 과감하게 일터에 복귀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 일하며 육아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경험자로서 말이다. 믿을 수 있고 오래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의 확충이 어서 빨리 되어야 겠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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