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킹 애드립 - 유머의 달인을 위한
신상훈 지음 / 차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유머의 필살기, 실전 애드립 비법전서라고 쓰여 있어서 포복절도하는 유머모음집인 줄 알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책이었다. 오랫동안 코미디 작가로 미국유학도 4년을 다녀온 신상훈 작가는 유머강의로도 아주 유명하단다. 대기업 알만한 곳에서 활약중이다. 그런 경험과 국내외의 유명인의 애드립이나 유머실력을 들려주기도 하고 있어서 초등학교 딸아이에게 몇 가지나 읽어주었는데 5학년인 딸이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다고 박장대소하는 부분이 있어서 놀라웠다. 물론 성인들만 보아야 할 내용들도 많아서 아이에게 넘겨서 읽게는 하지 않았고 초등학생에게도 좋을 내용만 읽어주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고령의 나이를 걸고 넘어지는 상대편에게 TV토론에서 이렇게 멋지게 한방 먹였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그러자 상대방 먼데일 후보는 그게 무슨 말이라고 물었을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 말로 승리를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너무 멋진 반전의 필살기적인 말이 아닌가. 케네디 대통령의 경우는 반대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금주 톱뉴스는 야구왕 테드 윌리엄스가 나이 들어 은퇴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경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예지요." 이번의 결과는 애송이의 승리였다. 이처럼 애드립은 자신을 바꾸게 해준다는 것이다.

애드립 역시 준비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조크는 오랫동안 준비된 말로 상대를 웃기는 것이라 한다. 영국, 프랑스, 한국의 학생이 번지점프앞에서 망설이고 있을때 영국의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신사답게 뛰어내려라 했더니 뛰어내렸고 프랑스도 비슷한 말을 했고 한국의 선생님은 학생의 귀에 뭐라고 속삭였더니 바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 말이 무엇일까? 바로 "내신에 들어간다~".  이 말을 듣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웃어버릴 것이다. 씁쓸한 현실이다. 그래도 코미디나 조크는 씁쓸한 현실도 한바탕 비틀어 웃기기 때문에 고충이 있어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앞으로의 미래사회에서의 젊은 일꾼들에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필수적이라 한다. 성공을 부르는 비장의 카드이기도 한 애드립의 달인이 되기 위한 여러가지 실전 유머들도 가득 들어있다. 눈 맞추기 같은 말하기의 방법부터 실제적인 유머가 가득하고 언어유희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책이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써먹을 만한 것들도 챙겨놓았고 혹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때 이 책으로 준비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부모들의 자녀 교육법 - 아이들을 하버드에 보낸 8인의 비밀노트
변윤숙 외 지음 / 물푸레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초등학교일 때에는 반에서 일등만 해도 의기양양하다. 우리 아이는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다. 그것도 잠시 중학교와 고등학교 엄마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을 잘 읽고..이 이야기도 먹히지 않는다. 책 많이 읽는 아이들도 많다나..초등학교때 잘하던 아이들도 중학교 첫 시험에 좌절하고 이내 수학을 포기하고 인서울하기도 힘들다고 한숨 짓는단다. 우리네 학부모들의 요즘 풍경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때는 그냥 어느 정도 공부만 잘 했어도 서울안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취업도 그럭저럭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치열하다. 입학사정관제다 뭐다 덕분에 포트폴리오며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더더욱 온갖 사교육으로 시키는 추세이다.

이 책 <하버드 부모들의 자녀교육법> 을 읽으면 일단 하버드에 자녀를 보낸 부러움과 도대체 어떤 교육법을 썼기에 자녀들을 그렇게 좋은 대학에 입학시켰을까 하는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읽었다가 이내 그네들의 인생역정이랄까 그들의 스토리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책은 어떤 한 사람이 인터뷰해서 쓴 책이 아니라 7인의 학부모들이 직접 수기나 에세이식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더욱 실감나게 와닿는다.

역시 모두 책읽기를 밥먹는 것처럼 좋아했고 고등학교때 교내지 편집장이나 봉사활동을 몇년동안 진심으로 해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방학때마다 영재여름캠프같은 곳에서 어려운 공부도 이수하고 고등학교 재학시절 대학교 프로그램을 미리 이수하기도 하는 등 정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여러가지 활동과 공부를 수행했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민 세대임에도 영어도 완벽해서 에세이에서 큰 점수를 받았던 아이들. 그들의 에세이 내용을 살짝 알 수 있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나게 큰 일을 겪은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느낀 점을 담담히 인생에 견주어 써내는 아이들의 내공이 정말 깊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심으로 하고 책을 다방면으로 읽어서 에세이를 써보게 하면 어떨까. 그러면 또 다른 글쓰기 사교육이 또 넘쳐나겠지. 이 땅에서는 무슨 계획을 발표해도 다 사교육 열풍을 몰고 오니 정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살고 선생님들의 위신과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 교육현장은 체벌금지로 인하여 온갖 악행들까지 일어나고 있다니 정말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들이 공부만 잘하면 된다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인성교육과 학교와 연계된 여러가지 것들을 같이 연구하고 토론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을 수록 부럽기만 하고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공부만큼은 본인들이 정말 열심히 밤잠 덜 자며 할 정도로 지독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자기주도학습으로 인한 자기가 하는 공부여야만 하는 것이다. 본인이 깨달아야만 한다. 그렇게 뒤에서 묵묵하게 지켜주고 밀어준 하버드 부모들의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내가 먼저 아이에게 지시를 하진 않았는지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서 무조건 스스로 하기만을 바라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할지..우리나라는 부모들의 지혜로운 자녀교육이 시급한 것 같다. 내 아이만 잘해서는 안된다. 남의 아이도 보듬고 같이 이끌고 가야 한국 사회가 건전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1등 위인들이 들려주는 아주 특별한 시간 관리 습관 니케북스 인물 이야기 책 시리즈 1
박은교 지음, 송향란 그림 / 니케주니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 1등 위인들이 들려주는 아주 특별한 시간 관리 습관'- 다소 긴 제목의 이 책은 어린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쓰시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박은교님의 책이라서 더욱 믿음이 갔다. 요즘의 어린이책들은 우리때와는 또 다르게 참 기획부터 출판까지 정성에 정성을 들이는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자연스러운 삽화가 여지없이 이 책에도 적용된다. 200년전의 칸트의 세계면 그 시대답게 웅장한 거리의 모습은 그대로면서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을 거북스럽지 않게 재미있게 담은 삽화와 내용들이 정말 좋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3~4학년부터 읽기 좋고 고학년의 아이들이 읽기에 딱 적합한 책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수학학원에 거의 다 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영어도 수학도 모두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반에서는 물론 우리 아이가 항상 일등을 하고 글쓰기로 학년에서 우수상을 여러번 타서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받는다. 이건 선생님이 직접 하신 이야기이니 아이의 허풍이 아니다. 물론 만화를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스스로 앉아서 하기에 어려울 때도 많아서 좀 더 공부할때는 확실히 집중하고 놀때는 잘 노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아직 전해주지는 못했지만 이제 방학이니 내일 당장이라도 읽게 하려고 한다. 엄마인 내가 먼저 읽었을때에는 아이에게 정말 좋은 시간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유명한 인물들이 어떻게 시간관리를 했으며 어떻게 성공한 삶을 살았는지 생생하게 깨닫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스스로 관리하며 스스로 작정하고 사는 삶이 얼마나 나중에 자신에게 풍부하고 풍요롭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그렇게 만드는지 말이다.

시계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지킨 칸트의 이야기, 자신만의 수첩으로 시간을 관리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야기, 하루 시간을 몽땅 기록했던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 많은 일을 하면서도 늘 여유로웠던 류비셰프의 이야기, 남들보다 일찍 깨어 꿈을 이루어갔던 빌 게이츠의 이야기, 하루 스무 시간 집중했던 토머스 에디슨의 이야기, 낮잠 덕분에 열정을 간직했던 윈스턴 처칠의 이야기, 5분조차 아끼려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던 공병우의 이야기, 그 밖의 정약용과 데일 카네기의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를 자아냈고 나도 이들처럼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잠시라도 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읽은 나로서는 정말 당장 내일부터라도 이들처럼 시간관리를 잘하며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위베르 리브스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체물리학자인 위베르 리브가 어느 여름밤 손녀와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는 책이다.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던 책으로 우주와 우주선과 우주비행사를 좋아하다못해 사랑하는 일곱살난 아들아이의 쏟아지는 질문에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읽어본 책이었다. 온화해 보이는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첫 속지의 사진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그 옆에 있는 글귀도 참 철학적이어서 한참을 가만가만 읽어보았다. 눈을 감고 '나는 존재한다' 하고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철학적으로 깊이있게 깨닫게 해주었다. 들어가는 글에서 손자와 손녀 사랑에 푹 빠진 할아버지의 진정한 후손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독자를 열다섯 살 정도의 아이들로 생각하고 썼다고 하나 성인들이 읽기에도 더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었다.

밤하늘 아래에서 처음으로 손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은 우주의 크기와 빅뱅등 우주의 탄생과 빛의 속도에 대해서 아이들이 알기 쉽도록 이해를 돕는 그야말로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들려주는 이야기여서 정말 감명깊었다. 이렇게 쉽게 설명해 주시니 정말 어른들도 쉽게 우주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었다. 우주에 대해서 등한시 했던 것을 잊게끔 하는구나...하고 말이다. 그 빛의 속도를 가지고 별까지의 거리를 설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북극성은 430광년의 거리에 있는데 오늘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 북극성의 빛은 1580년경에 출발했다는 이야기가 되지 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어서 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자를 가지고 설명을 시작하는 부분, 태양은 무엇 때문에 뜨거운 거에요? 태양의 나이는 어떻게 알아요? 에 대한 질문 역시 할아버지다운 온화한 음성으로 조근조근 알려주고 있는데 와 정말 이런 선생님께 지구과학을 배웠더라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남아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손녀와 할아버지의 우주에 대한 대화는 점점 깊어가고 철학적인 성격을 띄는데 어려운 철학이 아닌 살면서 노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듯한 그런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은하를 벌집에 빗대어 설명해 주는 부분도 너무 좋았다. 벌집 안에서 나고 살고 죽는 벌들처럼 우리은하에 속한 지구는 그렇게 생성되고 소멸될 것이다. 태양도 역시 우리 은하의 일부분인 것처럼. 정말 좋은 책들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정말 청소년에게 이토록 좋은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부교재로 쓰면 어떨까. 요즘 체벌금지로 인해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는데 아무리 체벌을 금지했어도 우리 어릴 적에는 요즘 같은 일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점점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어서 그럴까? 부모들은 공부하라는 소리만 하지 아이들이 학원이나 학교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심이 없는 것인가? 인성교육이 먼저 되어야 할 일이다. 어제 방송에서 본 바로는 나이가 지긋한 영어선생님이 학생들과 오히려 더욱 교감하며 아이들이 은근히 존경하며 그 수업 시간만큼은 기다린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바로 이 책의 위베르 할아버지같은 선생님인 것이다. 우주와 인간에 대해서 따스한 관점을 갖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머나, 멋스런 표지의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의 자주빛과 먹색 표지를 넘기다 그만 실수로 벗겨져 버린다. 어? 알고 보니 띠지같은 표지가 둘러쳐져 있는데 바로 저 표지의 자주색이 아닌 수묵화 부분이 모두 띠지이다. 그냥 하나의 표지인 줄 알았다가 발상의 전환에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멋진 책이다. 책표지부터 점수를 얻은 이 책은 학고재 주간인 손철주님의 책이다. 한시와 꽃, 그림과 붓글씨에 조예가 깊고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는 스테디셀러의 작가인 손철주님의 엄선된 옛 그림들이 보면 볼수록 정감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주제를 잡아 총 68점의 옛 그림들이 선보인다. 우리가 흔히 보던 김홍도의 씨름이나 혜원 신윤복의 알려진 그림들을 또 보겠구나 생각했지만 선입견일 뿐이었다. 역시 조예가 깊은 분 답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의 혜안에 콕 찍힌 그림들을 보자마자 탄식이 나왔고 감동이 느껴졌다. 우리나라에 이런 그림들도 있었구나 역시 이래서 옛 그림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로서는 행운이다. 그가 엄선한 그림들을 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봄> 항목만 해도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들이 그저 나오는데...심사정님의 양귀비꽃을 그린 '양귀비와 벌 나비' 라는 18세기의 그림은 마치 서양화를 보는 느낌도 났다. 무릇 아름다운 것은 독이 있다는 손철주님의 해석처럼 무엔가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니 언제 한 번 꼭 보러가야겠다.

그런가 하면 18세기 오명현님의 '소나무에 기댄 노인' 은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보던 짜부라진 갓에 어딘지 헐렁해 보이는 도포를 입고 있는 양반이 수줍게 혹은 나무를 느끼며(?) 기대어 있는 그림이다. 손철주님의 해석을 잠깐 보자. "망건 아래 머리칼이 삐져나오고, 귀밑털과 수염은 수세미다. 취객의 꼬락서니가 민망하기보다 우스꽝스럽다. 이 노인, 그래도 입성은 변변하다. 넓은 소매와 곧은 끝자락에 옆트임 한 중치막을 걸쳤다. 이로 보건대 신분은 틀림없이 사인(士人)이렷다. 중략...멋 부린 티가 난다. 무늬를 넣은 갓신도 태깔이 곱다. 왠일로 벌건 대낮에 억병으로 취했을까. 지금 그는 느슨해진 고의띠를 여미고 있다. 무슨 수상쩍은 짓인가. 아, 안 봐도 알겠다. 소나무 등치에 소피 한방 시원하게 갈겼구나. 꽉 찬 방광을 비운 후련함이 입가에 흐뭇하게 남아 있다. 중략...이 그림은 추저분하지 않다. 외려 정겹다. 중략..무얼 봐서 용서하라고? 코 대고 맡아봐라. 지린내가 안 난다." - 이처럼 손철주님의 해석을 보면서 놓친 부분도 다시 보니 정말 그렇다. 중치막이니 하는 우리가 잘 모르는 옛 말들은 따로 주석이 따라온다. 게다가 얼마나 정겨운 문체인가. 전혀 지루할 새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네 옛 그림은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서울에 왔던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에는 열광하면서 고흐의 노란방을 보며 와 정말 어떻게 저런 색이 나올까 감탄했지만 우리의 옛 그림을 찾아보러 다니지는 않았다. 이 책으로 비로소 우리네 그림도 정말 멋스럽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평이란게 길어지면 지루해서 한두개만 소개했지만 정말 놀라고 감탄한 작품들이 많았다. 손철주님의 해석에 또 한 번 반하고 말이다. 한 번 실물을 직접 보러 다니고 싶다. 일단 서울에 있는 간송미술관부터 찾아가 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