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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평점 :
노보우의 성으로 잘 알려진 일본작가 와다 료의 '바람의 왼팔'을 읽었다. 워낙 일본 소설에 심취해 있기도 하지만 남에게 폐 안끼치려고 하고 예절바른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에 일본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 올해 2월에 드디어 일본에 처음 가보았는데 갑자기 3.11 대지진이 일어나서 방사능 걱정으로 일본에 언제 다시 가게 되련지...정말 거리가 너무나 깨끗하고 아기자기 예쁜 나라였다. 그런 일본의 작은 마을이나 골목을 센코쿠 시대(일본의 전국시대)로 상상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산이 많고 사무라이 정신이 살아있던 영주와 가신들과 농민의 시대로 말이다.
이 책의 줄거리도 간단하고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일본인들 특유의 약간의 과장된 말투와 눈물과 전쟁신이 돋보였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는 재미면에서는 만족할만한 책이었다. 어린애면서 6척(181cm)에 가까운 큰 키를 가진 열한살이라니. 여기서부터 약간의 과장이 시작된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가진 마력의 왼팔을 가진 '고타로'가 주인공이기 보다는 도자와 가문과 고다마 가문의 힘겨루기가 마침내 전쟁을 일으켰고 맹주를 섬기는 도자와 가문의 맹장인 하야시 '한에몬'이 이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한에몬을 어려서부터 키워온 가신 '산쥬로'의 친아버지보다 더한 한에몬에 대한 애정은 남자중의 남자인 한에몬을 어린아이 부르듯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한에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함에도 한에몬이 얼굴을 찌푸리지만 산쥬로의 잔소리를 다 듣게 만들었다.
한편, 고타로를 어려서부터 키운 '요조' 할아범도 마찬가지이다. 전설의 왼팔의 위력을 잘 알면서 평범한 아이로 순진한 미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키워온 할아버지이다. 이런 요조의 바램에도 당시의 센코쿠 시대에서는 고타로는 이내 눈에 띄어버리고 전쟁속에서 이런 타고난 저격수를 그냥 내버려둘리 없다. 자의건 타의건 화승총을 가장 잘 쏘는 인물로 부각되게 된다. 마치 '최종병기 활'의 천재적인 궁수인 박해일을 보는 듯하다. 옛날 시대의 화승총의 위력과 입지와 일본의 성과 영지, 그리고 산과 강을 둘러싼 싸움방법등 남자들이 더 좋아할만한 책일수도 있지만 여자들도 이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드라마틱한 구조가 로맨스물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휘리릭 빠른 속도로 다 읽고 나면 왠지모를 감동에 휩싸이게 된다. 역사속에서 우리 한 개인의 역사는 지극히 짧고 미미하다. 그런 속에서 이렇게 자신의 한몸을 희생하면서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그 기개를 보면 막연하게 그런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싹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