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필 -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
공선옥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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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고정욱 같은 작가들의 휴먼에세이라고 해서 꼭 읽고싶었다. 책을 받고 읽어나가다 보니 어 하나같이 어딘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표지에 그 답이 있었으니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내가 생각한 그런 에세이들은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의 인권을 그 누가 이렇게 글로 잘 쓸 수 있겠는가. 작가들이라 역시 소박하게 쓰는 글에서도 필력과 감동이 느껴진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에 돈을 벌러 온 사람들, 여러나라에서 농촌으로 시집을 온 여자들, 그리고 넓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고충을 느끼게 해주는 성희롱, 성차별적 인권의 이야기까지. 마지막으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소설가인 심윤경씨의 글까지 정말 잘 읽었다. 심윤경씨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대상을 받았을때 홈페이지였던가 자주 가던 곳에 글을 남긴 것을 우연히 보았다, 나처럼 평범한 젊은 아이엄마여서 더욱 부러웠었는데 그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더라. 지금까지도 그래서 이 작가만 보면 왠지 반갑다. 이렇듯 나 혼자만의 앎이지만 권지예, 김별아, 노경실, 박범신, 서성란, 이명랑, 전성태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서 더욱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느낀 인권의 구멍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단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궁금했다. 작가들은 우리에게 상상력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라 역시 어떤 해결책을 주진 않았다. 대신에 글을 읽으면서 가슴속으로 느껴지는 무엇이 있게 했다.

 

'샘터'라는 작은 책이 있다. 마치 그 책에 실려 있는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오히려 생각이 정리가 되는 그런 글. 이 책에 실려 있는 모든 글들이 그렇다. 어제 읽고 오늘 또 읽어도 좋은 글.. 여자로 태어나서 젊은 시절, 성폭행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나같은 평범한 여자들. 왜 여자들은 밤늦게 다니면 안되고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다니면 안되나. 이 책에 어느 성매매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보호받을 곳이 없어 가출했다가 그 성장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경험들이 쌓이게 되고 결국 성매매여성으로까지 되어버린 가슴 아픈 '미아'들이라고 했다. 남성들은 왜 성을 살까. 외롭다고 왜 술집에서 여성을 살까. 여자들은 외롭다고 바로 성을 사러 가지 않는다. 공감했다. 왜 성매매가 적발되면 성매매 여성은 40시간의 교정 교육을 받으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남성은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는 말 이후에 귀가조치가 내려지는지 이 땅의 수많은 여자'미아'들을 방지하려면 이러한 모순된 남성과 여성의 성의식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와야 한다고 나 역시 생각했다. 동남아인들이나 외국인들의 인권부분도 공감이 가지만 여성으로서 이러한 여성문제와 청소년문제를 다룬 글들이 더욱 와닿았다. 펜이 칼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좋은 글들을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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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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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제목의 책이다. 서점에서 처음 보았을때 제목과 두께감 그리고 책의 표지 느낌이 좋아서 들춰보았다. 두껍지만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포리즘들과 그 아포리즘을 쓴 동서양의 유명한 인물들의 사진이 한 페이지에 가득해서 한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지 않아 의외로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아포리즘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아포리즘이 맞던가? 찾아보니 내 기억이 맞다. 엘리엇 부라는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정착한 인물이다. 현재는 하와이에 머물고 있단다. 그리고 정말 똑똑한 사람일세.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과학자이자 공학도이면서 이렇게 인문학적인 아포리즘도 어마어마하게 수집했다니 지적인 사람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아포리즘만 모아놓으면 그렇고 그런 책이었을텐데 엘리엇 부의 경구가 꼭 그 밑에 하나씩 들어 있다. 기존의 아포리즘을 읽고 발상의 전환을 한 문구들..참 유쾌통쾌하다. 허나 나와 뜻이 맞지 않는 부분들은 약간 눈쌀을 찌푸리게도 한다. 자신의 책이니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고 봐왔던 모든 것, 생각들을 마음껏 발산하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고 마음에 안 드는 파트는 건너뛰면 그만이다. 그리고 속물적인 이야기지만 그 아포리즘의 원문이 영문으로 실려 있어서 영어공부에도 에세이 읽는 법에도 도움이 된다.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 아무데나 펼쳤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일부일처제만큼이나 과대평가되어 왔다. - 휴이 '킹피쉬'롱

"Hard work is damn near as overrated as monogamy." - Huey 'Kingfish' Long

 

제기랄! 그래서 어쩌라고? - 엘리엇 부

"Damn!" - 67p.

 

 

아 맞다. 이 책이 대단한 점은 바로 한 파트가 시작될 때 엘리엇 부가 그동안 읽어온 모아온 아포리즘들로만 구성한 문단을 쓰고 있는 것이다. 4부의 예술 파트를 예로 들자면,

 

산다는 것 자체가 예술 행위야. 인생은 수학공식 따위가 아니잖아1.

한 사람의 삶은 그가 처음 마음을 열었던 멋지고 단순한 심상 두 세 가지를, 예술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재발견해나가는 느리고 힘겨운 여행이다2. 우리는 암흑 속에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작품을 완성한다. 의심은 우리의 열정, 열정은 우리의 과업이다. 그 다음은 예술의 광기가 해결해준다3.- 235p

 

 

여기에 다 적지는 않았지만 바로 위의 1,2,3 이라고 번호를 매긴 글들은 모두 각각 올리버 웬델 홈즈, 알베르 카뮈, 헨리 제임스의 글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머리말인 것처럼 쭈욱 나열해서 글을 만들었는데 어색하지가 않다. 이 두꺼운 책에서 이런 글들이 꽤 되는데 정말 이 '엘리엇 부'라는 사람, 이 많은 경구들을 어떻게 이렇게 딱 맞게 짜집기를 한거야! 뭔가 역사속의 위대한 위인들의 글을 이렇게 접하는 것 자체가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고 특이한 독서경험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살할 생각 따윈 안하게 될거라는 건 확실하다. 단, 어느 정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 성인인 경우에 한해서. 미성년자들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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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10cm 더 키우는 법
고시환 지음, 김영곤 그림 / 가치창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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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의 키가 150cm도 되지 않아 살짝 걱정이 된다. 예전같으면 그리 작은 키도 아니겠건만 요즘 아이들이 워낙 빠른 성장을 하다보니 많이 작은 편이다. 물론 반에서 가장 작지는 않지만 여학생이 15명이라면 앞에서 5~7번째 되는 것 같다. 게다가 팔다리가 너무 가늘어서 요정같은 몸매인데 얼굴도 작고 내 자식이라 너무 이쁘기만 한데 남들이 보면 아마도 가실가실하고 너무 연약해 보일 것이다. 게다가 내년에 당장 중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른 아이들은 몸무게도 어느 정도 나가고 키도 클텐데 너무 초등학교 중학년같은 몸매라 놀림이나 큰 아이들틈에서 치이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내 아이 10cm 더 키우는 법이라는 책이 눈에 번쩍 들어왔다. 분당 고시환 소아과 원장이며 대한임상건강의학회 상임이사에 맞춤 가족 영양건강연구소 소장으로 일찌기 1990년대 초반부터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내분비 계열을 연구하고 소아비만과 왜소증을 가진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얻게된 노하우와 생각들을 일찌가 반영하고 있는데 어느새 우후죽순 생겨난 성장클리닉을 보면서 언제 그렇게 전문가들이 많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니 진정 제대로 된 성장클리닉을 운영할만한 의사들은 부족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엄마들이 부지런하고 어떤 생활습관이 아이의 키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지 어떤 식습관이 좋은지 당연히 잘 알려줌과 동시에 그렇다고 너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은 좋지 않다고 잔소리를 한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식습관을 잘 챙겨주면서 가끔 인스턴트를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호들갑을 떨며 못 먹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가끔은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리고 10시에 취침해야 성장호르몬이 나온다고 해서 억지로 잠도 오지 않는데 눕히지 말 것이며 12시 이전에만 잘 수 있도록 잘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좋다고 한다. 억지로 잠을 자야만 한다는 압박에 오히려 잠을 설치는 것이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윗집 아이가 너무 늦게까지 부모와 밖에 외출하고 오고 우리 아이들이 이미 잠든 후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흉을 봤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열심히 운동도 하고 적당히 잠이 잘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부모가 먼저 아이를 병적으로 인식하지 말고 가장 심각하다고 할 때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한다. 너무 죄책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무슨 죄라도 지은 양 너는 왜 안 크냐고 닥달할 것이 아니라 병적인 요인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 책을 읽고서 개선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개선하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보면 '체질성 왜소증'이 있다는데 체질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사춘기가 늦게 시작되어 성장이 둔하고 골 연령이 지연되어 있지만 결과적으로 늦게나마 성장을 보여 자신이 자랄 수 있는 정상적인 성장을 하고 평균 신장에 도달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 성장에 유전적인 요인은 단 23% 로 부모가 키가 크다고 무조건 크지는 않으며 작다고 작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충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이 적혀있는데 직접 대입해 보니 딸의 키가 162cm가 나왔다. 아주 흥미로웠다. 이는 예상치일뿐이다. 키가 작은 형님네 딸의 경우 이 공식에 대입해보니 160cm 정도여야 할 조카의 키가 18세인데 벌써 165cm 정도이다. 이 책을 통해서 괜히 마음속으로만 불안해 하는 부모들은 뭔가 한줄기 빛을 본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책을 보고도 병원을 찾아야 겠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에는 병원에 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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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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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씨는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사의 한 단면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내게 각인이 되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었던 <조선공주실록> 덕분이다. 이 책에서 왕의 딸로서 살았던 수많은 공주들과 옹주들의 삶을 추적하고 단 몇 줄이라도 찾아내어 기재했던 공주들의 삶이 세월을 초월해서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런게 역사를 아는 묘미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지 않은 자녀들이 혹시라도 사고나 질병으로 죽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고 또 그만큼 거의 모두 생존하게 되고 아이에서 성인이 된다. (나조차도 내 자식이 그렇게 된다면 살아갈 자신이 없다) 조선 시대에서는 성인이 된 공주나 옹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많은 아이들이 질병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기록으로만 남아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신명호씨가 이번에는 궁녀들의 역사를 들고 찾아왔다. 사실 이 책은 2004년도에 출간된 <궁궐의 꽃, 궁녀>의 개정증보판이라고 한다. 신간으로 다시 재출간된 덕분에 잊혀질뻔 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국의 과거의 역사를 연구하고 집필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진정성이 조금 아쉽달까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역사의 한 부분만을 들춰내는 그런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은 진정 세분화된 역사속 뒤안길에 파묻힐 뻔한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의의가 큰 그런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부분이지만 구중궁궐속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궁녀들에 대한 기록은 조선의 놀라운 역사 기록 속에서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이상은 알 수가 없는 한계에 부딪혀 버린다. 실록이나 야사의 단 몇줄로서는 그녀들이 입궁한 나이도 자세한 사건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궁녀들은 나인이나 상궁들로서 후에 후궁이 되는 인물도 있지만 대개는 궁중의 복식과 음식 등 궁중문화를 만들어내는 주역들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이야기가 조선 시대안에서의 역사서에 자세히 실리지 않는 것은, 왕의 옆에서 시중을 들면서 알게 되는 비밀이나 여러가지 왕의 사적인 일들을 관장하며 돕게 됨으로서 왕의 치부를 알게 되는 여인들의 이야기임으로 감춰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인천하' 등 사극이나 사극영화를 통해서 왕비와 후궁과 궁녀들의 삶을 많이 아는 것 같지만 드라마화하면서 상상력이 더해지는데 드라마를 조선의 역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조선 시대의 궁중 여성들이 조명되는 것 이상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좀 더 많은 자료들이 발굴되어서 이 부분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학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극을 통해서 나쁜 궁녀의 대명사로 알려진 장녹수나 김개시의 이야기가 되풀이 되는 것은 이처럼 왕가를 저주하고 반기를 드는 반정을 일으킬 수 있는 궁녀들의 이야기는 왕의 반대세력으로서 실록등에 실리기 때문에 그나마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궁녀들의 이야기는 이런 궁녀들이었던 것이다.

 

1장에서는 그야말로 역사의 파편속에서 찾아내는 단편적일지라도 진실에 가까운 궁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2장에서는 나쁜 궁녀의 대명사인 장녹수와 김개시의 이야기가 그리고 조선의 신데렐라로 사노비에서 후궁까지 오르는 신빈 김씨의 이야기가 실려있으며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궁녀의 이야기인 고대수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장이었다. 고대수는 마흔 두살의 나이에 몸이 건장하고 힘이 세어서 남자 대여섯은 너끈히 감당한다고 해서 고대수라고 불리는 무수리 출신의 궁녀가 있었는데 명성왕후 민씨는 고대수를 호위병 정도로 생각했는지 늘 가까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3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에게 포섭되어서 창덕궁에서 폭약을 터뜨려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해냈다고 핝다. 김옥균이 기록한 <갑신일록>에 그 일이 비교적 자세히 실려 있었는데 훗날 3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김옥균은 자객에게 암살당했지만 고대수는 궁중에서 체포되어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더욱 험한 죽음이다. 단번에 죽는 것도 아니고 그 고통을 겪고 죽다니.. 불쌍하다.

 

그리고 이 일을 해방이후까지 생존했던 조하서 상궁이 어린 시절에 길에 끌려 다니며 산발을 하고 온몸에 피를 흘리며 거리에서 돌을 얻어맞는 고대수를 보았던 기록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역사는 이토록 아귀가 맞아떨어질때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정말 일어났던 일이구나 진짜구나 하는 확인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신명호씨의 이 같은 아주 작은 단서들을 모아모아서 집대성하는 책이 나오는 것은 독자로서 크게 반길 일이다. 앞에도 썼지만 더욱 많은 자료들이 발굴되어서 하나하나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그런 책들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고대수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기록이 많은 것이 아니라서 이 책에서 몇 장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흥미로워서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았지만 고대수말고도 많은 궁녀들의 진실이 이 책에 실려있다. 그러니 이런 리뷰만 읽어서는 알 수 없고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직접 읽어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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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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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의 소녀 작가가 썼다는 첫 장편소설 바이슬 시티, 이제 13살난 딸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너무나 흥미로웠다. 딸도 책을 좋아하며 즐겨 읽지만 어째 학습만화며 만화가 들어있는 학생용 논술잡지같은 읽기 쉬운 책들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서운했기 때문인데(2학년때 축약본이기는 하지만 주니어용으로 나온 '모비딕'도 읽었던 아이인데..) 글쓰기도 점점 퇴보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 소녀작가는 어떻게 글을 썼을까 사실 호기심이 가장 컸다. 드디어 읽어 나가는데 오호라 나도 모르게 너무 재미있게 빠져들어서 읽게 되었다. 15세 소녀 작가의 데뷔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어서인지 군데군데 조금 어색하거나 설익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마도 이러한 선입견 없이 읽었다면 남성작가의 괜찮은 소설이며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전혀 이상하지 않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화도 매우 잘 썼고 어색하지 않고 무엇보다 액션누와르 같은 장면들도 어린 학생답지 않게 잘 처리했으며 거의 500페이지가 되는 소설을 단번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으로 수출해도 미국의 청소년들이나 성인들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바이슬 시티라는 미국 동부의 캘럽 아일랜드라는 섬을 개조한 폐쇄적인 시티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불의와 독재와 바이슬 시티라는 울타리안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감금아닌 감금을 타파하기 위한 개혁파 어른들과 시드니와 네이튼같은 학생들의 운동과 시위로 바이슬 시티의 독재적인 막강한 힘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어린 소년들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인해 비로소 많은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언론마저 통제되어 일반 시민들은 이런 일들을 잘 몰랐다가 네이튼의 아버지인 도미닉같은 마피아 거물의 개입으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도 잘 모른다는 소녀가 두달동안 내리 쓴 이야기들이 새삼 읽어보아도 놀랍다. 물론 15세 소녀의 첫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놀랍지만 이 정도 가격을 주고 책을 구입하려면 좀 더 치밀하고 치열한 연구가 필요할 것도 같다. 그렇지만 미래의 작가를 대하는 이 시점에서 이 소녀가 이십대가 되었을때는 '다빈치 코드'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의 성인들이 썼던 청소년소설들을 꽤 읽어보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별로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십대들답게 담담하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것이 조금 신선하긴 했지만 시드니나 네이튼의 비극적인 결과 이후에 감동을 조금 더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낮에 공원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빵셔틀을 시킨다는 요즘 아이들의 못마땅한 모습만 그려왔던 나에게 침묵이라는 불의를 일깨워준 작가. 이 작가를 통해서 십대들의 미래와 호기로움과 불의에 맞서는 용감한 모습에서 희망이 그려졌다. 실제 많은 학생들이 이 작가처럼 정의로움에 대해서 잘 생각하고 있다면 또래 아이들의 일진행태라든가 하는 일에 평범한 아이들도 하나하나 제 목소리를 내고 그런 행동들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용감함을 실제로도 많은 학교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불의가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유일한 것은 정의의 침묵이다." - 에드먼드 버크 -4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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