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15세의 소녀 작가가 썼다는 첫 장편소설 바이슬 시티, 이제 13살난 딸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너무나 흥미로웠다. 딸도 책을 좋아하며 즐겨 읽지만 어째 학습만화며 만화가 들어있는 학생용 논술잡지같은 읽기 쉬운 책들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에 서운했기 때문인데(2학년때 축약본이기는 하지만 주니어용으로 나온 '모비딕'도 읽었던 아이인데..) 글쓰기도 점점 퇴보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 소녀작가는 어떻게 글을 썼을까 사실 호기심이 가장 컸다. 드디어 읽어 나가는데 오호라 나도 모르게 너무 재미있게 빠져들어서 읽게 되었다. 15세 소녀 작가의 데뷔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어서인지 군데군데 조금 어색하거나 설익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마도 이러한 선입견 없이 읽었다면 남성작가의 괜찮은 소설이며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전혀 이상하지 않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화도 매우 잘 썼고 어색하지 않고 무엇보다 액션누와르 같은 장면들도 어린 학생답지 않게 잘 처리했으며 거의 500페이지가 되는 소설을 단번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으로 수출해도 미국의 청소년들이나 성인들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바이슬 시티라는 미국 동부의 캘럽 아일랜드라는 섬을 개조한 폐쇄적인 시티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불의와 독재와 바이슬 시티라는 울타리안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감금아닌 감금을 타파하기 위한 개혁파 어른들과 시드니와 네이튼같은 학생들의 운동과 시위로 바이슬 시티의 독재적인 막강한 힘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어린 소년들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인해 비로소 많은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언론마저 통제되어 일반 시민들은 이런 일들을 잘 몰랐다가 네이튼의 아버지인 도미닉같은 마피아 거물의 개입으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도 잘 모른다는 소녀가 두달동안 내리 쓴 이야기들이 새삼 읽어보아도 놀랍다. 물론 15세 소녀의 첫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놀랍지만 이 정도 가격을 주고 책을 구입하려면 좀 더 치밀하고 치열한 연구가 필요할 것도 같다. 그렇지만 미래의 작가를 대하는 이 시점에서 이 소녀가 이십대가 되었을때는 '다빈치 코드'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의 성인들이 썼던 청소년소설들을 꽤 읽어보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별로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십대들답게 담담하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것이 조금 신선하긴 했지만 시드니나 네이튼의 비극적인 결과 이후에 감동을 조금 더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낮에 공원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빵셔틀을 시킨다는 요즘 아이들의 못마땅한 모습만 그려왔던 나에게 침묵이라는 불의를 일깨워준 작가. 이 작가를 통해서 십대들의 미래와 호기로움과 불의에 맞서는 용감한 모습에서 희망이 그려졌다. 실제 많은 학생들이 이 작가처럼 정의로움에 대해서 잘 생각하고 있다면 또래 아이들의 일진행태라든가 하는 일에 평범한 아이들도 하나하나 제 목소리를 내고 그런 행동들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용감함을 실제로도 많은 학교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불의가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유일한 것은 정의의 침묵이다." - 에드먼드 버크 -4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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