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색다른 제목의 책이다. 서점에서 처음 보았을때 제목과 두께감 그리고 책의 표지 느낌이 좋아서 들춰보았다. 두껍지만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포리즘들과 그 아포리즘을 쓴 동서양의 유명한 인물들의 사진이 한 페이지에 가득해서 한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지 않아 의외로 가독성이 높은 책이다. 아포리즘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아포리즘이 맞던가? 찾아보니 내 기억이 맞다. 엘리엇 부라는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정착한 인물이다. 현재는 하와이에 머물고 있단다. 그리고 정말 똑똑한 사람일세.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과학자이자 공학도이면서 이렇게 인문학적인 아포리즘도 어마어마하게 수집했다니 지적인 사람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아포리즘만 모아놓으면 그렇고 그런 책이었을텐데 엘리엇 부의 경구가 꼭 그 밑에 하나씩 들어 있다. 기존의 아포리즘을 읽고 발상의 전환을 한 문구들..참 유쾌통쾌하다. 허나 나와 뜻이 맞지 않는 부분들은 약간 눈쌀을 찌푸리게도 한다. 자신의 책이니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고 봐왔던 모든 것, 생각들을 마음껏 발산하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고 마음에 안 드는 파트는 건너뛰면 그만이다. 그리고 속물적인 이야기지만 그 아포리즘의 원문이 영문으로 실려 있어서 영어공부에도 에세이 읽는 법에도 도움이 된다. 하나만 예를 들어볼까? 아무데나 펼쳤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일부일처제만큼이나 과대평가되어 왔다. - 휴이 '킹피쉬'롱
"Hard work is damn near as overrated as monogamy." - Huey 'Kingfish' Long
제기랄! 그래서 어쩌라고? - 엘리엇 부
"Damn!" - 67p.
아 맞다. 이 책이 대단한 점은 바로 한 파트가 시작될 때 엘리엇 부가 그동안 읽어온 모아온 아포리즘들로만 구성한 문단을 쓰고 있는 것이다. 4부의 예술 파트를 예로 들자면,
산다는 것 자체가 예술 행위야. 인생은 수학공식 따위가 아니잖아1.
한 사람의 삶은 그가 처음 마음을 열었던 멋지고 단순한 심상 두 세 가지를, 예술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재발견해나가는 느리고 힘겨운 여행이다2. 우리는 암흑 속에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작품을 완성한다. 의심은 우리의 열정, 열정은 우리의 과업이다. 그 다음은 예술의 광기가 해결해준다3.- 235p
여기에 다 적지는 않았지만 바로 위의 1,2,3 이라고 번호를 매긴 글들은 모두 각각 올리버 웬델 홈즈, 알베르 카뮈, 헨리 제임스의 글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머리말인 것처럼 쭈욱 나열해서 글을 만들었는데 어색하지가 않다. 이 두꺼운 책에서 이런 글들이 꽤 되는데 정말 이 '엘리엇 부'라는 사람, 이 많은 경구들을 어떻게 이렇게 딱 맞게 짜집기를 한거야! 뭔가 역사속의 위대한 위인들의 글을 이렇게 접하는 것 자체가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고 특이한 독서경험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살할 생각 따윈 안하게 될거라는 건 확실하다. 단, 어느 정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 성인인 경우에 한해서. 미성년자들은...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