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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하지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정신과의사 하지현씨의 저서를 전에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괜찮은 저서였다. 이번에 나온 책 제목은 예능력이다. 아마도 이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읽다보면 맞아맞아 하는 부분들이 꽤 있기에 아마도 예능력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을까.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을 주며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마음의 힘이라는 책의 표지에서 내가 왜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남편이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류의 예능을 보고 있으면 혹은 그 비슷한 프로그램이라도. 회사에서 무척 피곤했는지 쟤들은 좋겠다. 저렇게 놀면서도 돈도 받고..그러면서 애써 예능프로그램을 외면하는데 나는 반대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잠들기 전에 보는 예능프로그램은 단비같은 존재다. 주말에 못 봤던 프로그램들도 찾아 보는데 요즘 <인간의 조건>도 재미있다. 개그맨들이 한집에 모여서 뭔가를 없이 사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재미있고 뭔가를 느끼게 하고 또 혼자사는 싱글남들의 관찰이야기인 <나혼자산다> 도 슬며시 미소짓게 한다. 유독 연예인들의 삶에 관심이 있어서일까. 저들은 과연 어떻게 살까 싶었는데 평범한 우리들과 다를바 없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들 사는거 다 비슷하구나 하는 위로도 된다. 저자인 하지현씨도 바로 그러한 이유로 예능을 즐겨 본다고 한다. 런닝맨도 좋고 야심만만같은 토크쇼도 좋고..
하지현씨는 그 가운데에서도 뭔가를 찾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콤플렉스 덩어리일 것 같은 김병만씨의 활약이나 158cm의 단신으로 어려서부터 컴플렉스였을 작은 키임에도 병만족장으로서의 그는 매우 거인같이 커보인다. 그 높은 나무를 올라갈때나 아무도 잡지 못하는 물고기를 잡을때 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도구를 만들어 낼때 불을 피울때 등 정글에서의 그는 말 그대로 족장답게 우뚝 선다. 콤플렉스를 나만의 장점과 개성으로 만든 예능인들을 또 소개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네가지> 코너도 그러하다. 인기가 없는 개그맨 김기열(이름도 기억 안나서 검색해서 찾아봤다), 키가 작은 허경환, 사투리의 시골스럽다는 양상국, 살이 찐 김준현까지 그들은 컴플렉스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또한 성형돌이라는 황광희는 일년반동안 (성형으로) 누워 지냈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함으로서 웃음을 준다. 강호동은 씨름만 해서 공부를 못했다는 컴플렉스를 무릎팍도사에서 "전 못 알아 듣겠는데요 알아듣게 설명해 주실래요?" 같은 말을 함으로서 시청자를 대신해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데프콘같은 우락부락한 이가 의외로 귀여운 섬세한 면이 있는 남자라는 것도 그렇다. 하지현씨는 이처럼 예능에서 감춰진 어떤 것들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글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읽으면서 다 공감이 갔다.
1박 2일 같은 경우 울릉도를 가려 했는데 태풍으로 가지 못하게 되자 즉석에서 이만기씨에게 전화를 걸어 씨름 대결을 하게 된 일화나(그래서 더 재미있는 방송이 되었다는) 정글의 법칙에서 한치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재치있게 대처하는 것등에서 우리 삶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잦은 이사나 이직같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돌발상황을 잘 대처하는 힘을 기르자는 것이고 예능에서는 무엇보다 리액션이 중요한데 이처럼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삶 같은 내용들이 참 좋았다. 게스트를 빛내주는 유재석이나 일견 병풍같지만 그들이 있음으로서 그래도 조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트라이커가 있으면 후방에서 골을 배분해주는 수비수도 있다는 사실을 멋지게 표현해 주고 있다. 실제로 저자가 아침마당에서 80분 동안 생방송으로 강연을 해야 할때 방청객으로 앉아계시는 분들의 열띤 호응으로 무사히 마쳤다고 한다. 나도 리액션도 잘 해주고 또 리액션을 잘 받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진다. 나의 삶도 예능처럼 재미있게 잘 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