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는 106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4
칸노 유키코 그림, 마츠다 모토코 글, 최진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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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할아버지는 106세! 나는 6세...
100세, 한 세대나 차이가 나는 고조부와 그 이하 5대가 함께 사는 가족의 이야기.

이 책은 6세 아이의 눈으로 본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의 이야기이자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생명의 길 가운데에 있는 아들, 손자, 증손자, 고조 손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처럼 핵가족 시대엔 할아버지와의 교류조차도 뜸하여
할아버지는 그저 할아버지일 뿐이지 나와 똑같은 어린 시절을 겪은 한 사람이며
나를 존재하게 한 근원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고들 산다.
때론 할아버지가 나의 아빠의 아빠라는 사실에 뜬금없이 신기해하는 아이들도 종종 볼 수 있으니까...

이 책에서는 주인공과 100세가 차이 나는 고조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부터 
고조 할아버지가 어떻게 아빠가 되고 아빠의 아빠가 되고, 또 아빠의 아빠의 아빠가 되어가는지
그 100여 년의 역사를 자연스럽고 소박한 삽화로 보여주고 있다.
새삼, 아...할아버지도 아기 때가 있었구나...할아버지도 우리 아빠처럼 젊었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낸 할아버지는 지금 병들어 홀로 침대에 누워 계신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돋보기를 쓰며 책을 읽으셨는 데 말이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고통스럽기보다는 평안하고 조용해 보인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집안 가계도를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어준다.
사실 요즘처럼 핵가족화된 사회에선 2대 이상 그리기도 어렵고,
사실 일가친척이 많지도 않아 어떤 아이는 이모가 없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고모나 삼촌이 없기도 하다.
이젠 그저 이론적으로만 외워야 할지도 모르는 친척 관계가 되었으니...
고조부에서 시작된 주인공의 집안 가계도는
굳이 빨간 선으로 그 흐름을 표시하지 않아도
고조부에서 시작된 생명의 선이 지금 6살인 주인공에게까지 이어짐을 금방 알 수 있게 해 준다.





조용히 누워 계시다 임종을 맞이한 고조 할아버지...
하지만, 그 생명의 끈은, 고조 할아버지의 아들인 증조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의 아들인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들인 나의 아빠,
아빠의 아들인 주인공 ’나’에게까지 이어지고 있고
’나’는 지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생명의 끈 위에 서 있다.

이 책은 현재 늘 ’나’에게 집중되어 있고
모든 시간과 환경이 ’나’에게만 맞추어져 있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이어질지에 대한 다소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생각들을 던져준다.
일본이 배경이고 전통적인 의상과 문화가 다소 낯설기도 하겠지만
자연스러운 필치의 삽화가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어쩌면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고조 할아버지 - 나의 생명의 근원-을 한 번 상상해 보게도 하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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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사계절 그림책
이은홍 지음 / 사계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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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을 현대에 맞게 각색하고 이은홍님이 만화로 그린 책이다.
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땐,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에 관한 옛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원전이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읽게 되었다.

여러 명의 도령들을 가르치는 서당 훈장님은 매일 똥을 푸러 오는 사람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그뿐만 아니라 여느 다른 양반들 대하듯 진심으로 예를 다해 대한다.
글을 배우러 오는 아이 중에 한 도령은 이를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훈장에게 따지듯 묻는다.
어찌 저런 천한 자와 친하게 지내시느냐고...
아마도 ’귀한’ 나 같은 사람을 가르치시는 ’귀한’ 선생님이 천한 사람과 사귀는 것이 못마땅한 듯 싶다.

이후의 내용은 도령의 불만과 물음에 대한 훈장 선생님의 대답이 주로 이어진다.
진정한 친구란,
친구의 외적 조건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것.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어떤 일이나 성실하고 성심을 다해 할 때 귀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똥’이라는 것을 더럽게 여기는 것에 대해
우리 몸을 나간 배설물이지만 그것이 자연의 순환 과정을 통해 다시 우리 입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 무언중에 자리잡은 직업에 대한 귀천과
친구를 사귈 때에 있어서의 편견들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도령은 훈장님의 가르침과 설명을 듣고 결국 똥퍼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지만
표정만은 아직 어둡다...
아마도 훈장님의 말씀이 다 옳고 가치있는 가르침이라 여기지만
아직도 자신이 몸으로 체득해 온 사회의 가치관과 충돌하기 때문인 듯 하다.
천한 사람을 규정지음으로 상대적으로 자신은 귀한 위치가 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유교적 사회,
그 영향에 따라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까지 그런 의식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아무래도 <우정>이나 <인간에 대한 존중> 같은 가치적인 면들을 다루고 있다보니
형식적으로는 만화라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친구사이의 우정이나 가치판단에 있어 추상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보아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전달받을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기존에 줄거리 위주의 동화책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라면
아무리 형식이 만화라 하더라도 지루하게 여길 수 있지만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독후활동을 다시 만화로 이끌어 낸다던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에 대한 글을 써 보게 한다던가.

또한, 형식적인 면에서는 ’만화’를 빌렸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만화들과는 기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자극적인 만화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환기가 될 듯한 재치와 풍자가 넘치는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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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의 하얀말
오츠카 유우조 재화,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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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의 하얀 말>은 몽골의 전통 악기인 <마두금>과 관련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전래 동화이다.
표지만 보고 느꼈던 느낌은,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에서 보여지는 해학이나, 유럽의 전래 동화에서 보여지는 예술적 느낌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랄까.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한 우리 아이들도 다른 책들은 선뜻 집어 들어 읽었어도 이 책은 내가 읽어주기 시작해서야 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었 던 것 같다.

몽골의 유목민족들, 그 중의 한 소년인 주인공 ’수호’는 양치기 목동이다. 넓디 넓은 벌판, 양들을 몰며 때마다 옮겨 다니는 수호와 할머니의 삶은 늘 조용하고 평온한 하루하루였을 것 같다.
어느 날, 버려진 하얀 망아지 한 마리를 우연히 만나 집으로 데려와 키운 후, 하얀 말은 수호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이렇게 정이 들고 함께 자라게 된 수호는 어느 나쁜 원님의 욕심으로 하얀 말을 빼앗기게 되는 사건을 겪게 된다.
가족 같은 하얀 말을 빼앗기고 몸까지 성치 못하게 돌아온 수호...하지만 하얀 말 역시 수호를 잊지 못하고 나쁜 원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화살을 맞은 아픈 몸을 이끌고 수호의 집으로 먼 길을 찾아 돌아온 하얀 말. 결국 죽음을 맞이했지만 죽은 하얀 말의 뼈와 털 등으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한 수호. 그 이후로 그 악기인 <마두금>은 몽골 유목민들의 고단한 삶에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악기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책을 덮으며 우리 아들은 이 슬픈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던 듯, 나쁜 원님의 악행에 대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하얀 말의 뼈와 털로 만들었다는 <마두금>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한다. 약간은 슬픈 이야기.
동물과 인간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렇게 마음 찡하고 슬픈 이야기는 더더욱 아이들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마두금>의 소리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말의 순수하고 충직한 우정이 담긴 소리....넓디 넓은 몽골의 초원에서 목동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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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할머니 (작가가 읽어 주는 파일을 QR 코드에 수록) - 2010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1
김인자 지음, 이진희 그림 / 글로연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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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책을 매개체로 삼아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이 서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책 읽고 듣기의 즐거움과 기쁨을 경험케 해 주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할머니, 주인공 화자인 손녀딸 ‘나’, 그리고 주인공의 엄마, 가족들이다. 한 평생 글자를 모르고 살아오신 할머니는 딸이 어렸을 적 학교에서 돌아와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좋아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책을 읽을 줄 모르고 80세가 되셨다. 그런 할머니에게 매일 밤 전화기를 통해 책을 읽어주는 손녀딸인 주인공 ‘나’는 책에 푹 빠져 똑같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할머니로 인해 매일 책 읽어주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80세 생신 잔치를 하는 날, 할머니는 1년 동안 들어왔던 책을 펼쳐들고 가족들 모두의 앞에서 읽어 내려가신다. 어느새 가족들은 책 읽어주시는 할머니로 인해 감사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할머니가 매일 밤 전화기를 통해 주인공 ‘나’에게 책을 읽어 주신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처음엔 화자인 ‘나’의 입장이 되었다가 중간엔 손녀딸이 읽어주는 책에 몰입하고 계신 할머니의 입장도 되었다가, 중간엔 할머니의 책 읽는 모습에 감동한 가족들이 되었다가..다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너머로 잠이 드는 ‘나’가 되어 본다.
잔잔한 이야기 사이로 하나의 책을 통해 소통하고 성장하는 각 주인공들이 되어 보며 나도 어느새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펼쳐 들게 된다.


이 책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문자를 통한 책 읽기 이전에, 소리를 통한 책 듣기와 그림을 통한 책 보기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을 때, 아이들은 글자를 따라 잡기 이전에 먼저 내용은 귀로 듣고 눈은 그림에 집중했다. 책 한 장 한 장, 느릿한 이야기들 사이로 펼쳐져 있는 여백 많은 따스한 그림들은 책을 읽어주는 ‘나’의 마음을, 듣는 할머니의 마음을, 읽어주는 할머니의 마음을 담아 상징적 표현을 가지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려졌다.


특히 그림책에 있어서 그림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림책의 그림은 그 책의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상상한 것을 읽는 사람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된 그림은 자칫 작가의 본래 의도나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너무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그림들은 아이의 상상력을 지극히 제한하고 왜곡시키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아이들의 제한된 사고를 좀 더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그림을 가진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면을 예를 들자면, 손녀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할머니는 ‘깜깜하던 세상이 환해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장면이 있다. 그 페이지의 그림은 어두운 한 구석에 할머니가 앉아 계시고, 그 앞으로 허공에 떠 있는 글자들이 마치 가로등처럼, 또는 별빛처럼 할머니를 비추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림 없이 글자로만 이 장면을 읽었다면 단순히 세 줄로 싱겁게 지나가며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세 줄로 설명되는 이 장면을 묘사한 그림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했다. “글자들이 살아있는 것 같아~” “할머니는 귀로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볼 수 있나봐~” “이야기들이 빛이 되었나봐~” 라며 듣고 보는 즐거움에 왁자지껄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며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을 보며 그림책에 있어서 그림이 가지는 비중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 읽어주는 할머니>처럼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상상력있게 전달하는데 있어 그림의 역할이 중요하다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책 읽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공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책을 누가 읽어주느냐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주로 글자를 아직 깨치치 못한 어린 아기들에서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읽힌다. 특히나 글자를 깨치지 못한 아기들은 읽어주는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어린 아이가 읽어줄 때, 또는 엄마가 읽어 줄 때, 혹은 작가가 읽어 줄 때 각각 경험하게 하는 상상과 즐거움이 다를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 또는 다른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책을 읽어주는 친구의 목소리, 또는 자신의 이야기를 읽읽는 작가의 목소리...거기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이 다르게 전달될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서도 등장하는 책은 단 한 권이다. 똑같은 책이지만 이 책을 주인공인 ‘나’가 할머니에게 읽어줄 때의 느낌과 ‘할머니’가 가족들과 주인공에게 읽어주는 느낌은 다르다. 손녀는 할머니가 글자를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전화기를 통해 읽어주는 느낌을 즐거워 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고, 할머니가 읽어주는 책은 오랜 기간 충분히 몰입하고 감상했을 깊이와 인생에서의 연륜과 따뜻함이 듬뿍 담겨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세심하게 기획된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내용과 잘 맞는 ‘작가가 읽어주는 이야기-CD’가 아닐까 싶다. 읽어주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상상과 즐거움과 공감을 주고자 작가는 정성을 다해 한 자 한 자 읽어내려 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주면 문자 교육도 저절로 따라 온다’ 내지는 ‘읽기 교육만큼이나 듣기 교육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애써 찾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읽어주고 듣는 ‘할머니’와 ‘나’의 소통을 충분히 상상케 하는 그림들과 이 책을 읽어주는 작가의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귀기울여 듣고, 상상하고, 다시 읽어주고 있는 나와 우리 아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경험케 하고 즐겁게 해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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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 싫어! 풀빛 그림 아이 11
맨주샤 퍼워기 지음, 이상희 옮김, 린 프랜슨 그림 / 풀빛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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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 너무 좋아!"
내 어릴적 기억은 이 책의 제목과는 정말 정반대였다.
책이 너무 좋아서 책이 많은 친척 집 방문하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책방을 지날때면 꼭 빼놓지 않고 들러서 
책 냄새, 종이 냄새, 신간의 산뜻함과 구간의 따뜻함을 느끼곤 했다.
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집에는 아주아주 오래되고 누렇게 변색된 낡은 책들이 책장 가득 있었는데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 내용을 읽지는 못해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린이 책은 너무 귀했고 
어쩌다 위인전 전집 같은걸 물려받기는 했어도
요즘처럼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책을 접하기는 참 어려웠다.
가끔가다 생일 선물이나 특별한 날 책 선물을 받으면 뿌듯했던 기억이 날 정도로...

반면에 요즘은..정말이지 너무나 읽을 책들이 넘쳐난다.
좋은 책들도 많고, 그림이 훌륭하여 아이들 감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책들이 정말 많다.
서점의 아이들 책 코너에 가보면 하루종일 있어도 행복할 만큼....
’요즘 아이들은 너무 좋겠다...이렇게 읽을 거리들이 많아서...’
서점에 가면 늘 속으로 되뇌이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만 해도 책이 택배로 오면 "또 책이야!" 이런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의 주인공인 미나에 비하면 책을 무척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말이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너무 넘쳐나게 많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
좋은 것이 너무 많으면 그걸 좋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책 한 권의 가치를 충분히 음미하며 읽고 또 읽고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들...
읽을 거리들이 넘쳐나고 부모들이 넘쳐나게 공급해 주니
금새 읽어서 던져 버리고 또 다른 읽을거리들을 찾는다.

이 책의 주인공 미나. 책을 무척 싫어하는데
원인은 다름아닌 집안 가득히 쌓여있는 책이다.
아빠 엄마가 빌리고 사들인 책들로 넘쳐나는 집안.
 주방, 욕실, 방, 거실 할 것 없이 온통 집 안이 책으로 쌓여있다.
미나는 너무나 많은 책들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책이 싫다.
하지만 어느 날 쌓여있던 책이 우르르~무너지면서
그 수 많은 책 속 주인공 동물들을 만나게 되며 미나의 마음은 조금씩 바뀐다.

쌓여있는 책만으로도 숨이 막혀
정작 그 속엔 뭐가 있는지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했던 미나가
책 속에서 튀어나온 동물들을 만나 그 동물들을 제자리로 돌이키려고 읽기 시작한 동화책.
그 동화책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리는 것이다.

책의 권수나,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이 느끼고 경험하는 실제적인 경험치인 것 같다.
미나가 만난 책 속의 동물들이, 그냥 책 속 죽어있는 동물들이 아니라
살아 움직여 미나와 소통하는 실제 동물들인 것처럼...
책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주인공과 읽는 내가 소통하기 시작할때
비로소 ’읽는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역시....
학습을 위해 강요하는 ’책 읽어제끼기’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주인공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책읽기를 할 때에야
비로소 책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미나가 책을 읽기 시작하며 즐기기 시작했을 때 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저 권수 채우기에 급급하지 않고, 독서를 위한 독서를 하지 않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나며, 생명력 있는 주인공들을 만나며
그렇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책을 통해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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