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사계절 그림책
이은홍 지음 / 사계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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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을 현대에 맞게 각색하고 이은홍님이 만화로 그린 책이다.
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땐,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에 관한 옛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원전이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읽게 되었다.

여러 명의 도령들을 가르치는 서당 훈장님은 매일 똥을 푸러 오는 사람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그뿐만 아니라 여느 다른 양반들 대하듯 진심으로 예를 다해 대한다.
글을 배우러 오는 아이 중에 한 도령은 이를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훈장에게 따지듯 묻는다.
어찌 저런 천한 자와 친하게 지내시느냐고...
아마도 ’귀한’ 나 같은 사람을 가르치시는 ’귀한’ 선생님이 천한 사람과 사귀는 것이 못마땅한 듯 싶다.

이후의 내용은 도령의 불만과 물음에 대한 훈장 선생님의 대답이 주로 이어진다.
진정한 친구란,
친구의 외적 조건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것.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어떤 일이나 성실하고 성심을 다해 할 때 귀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똥’이라는 것을 더럽게 여기는 것에 대해
우리 몸을 나간 배설물이지만 그것이 자연의 순환 과정을 통해 다시 우리 입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 무언중에 자리잡은 직업에 대한 귀천과
친구를 사귈 때에 있어서의 편견들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도령은 훈장님의 가르침과 설명을 듣고 결국 똥퍼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지만
표정만은 아직 어둡다...
아마도 훈장님의 말씀이 다 옳고 가치있는 가르침이라 여기지만
아직도 자신이 몸으로 체득해 온 사회의 가치관과 충돌하기 때문인 듯 하다.
천한 사람을 규정지음으로 상대적으로 자신은 귀한 위치가 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유교적 사회,
그 영향에 따라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까지 그런 의식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아무래도 <우정>이나 <인간에 대한 존중> 같은 가치적인 면들을 다루고 있다보니
형식적으로는 만화라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친구사이의 우정이나 가치판단에 있어 추상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보아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전달받을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기존에 줄거리 위주의 동화책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라면
아무리 형식이 만화라 하더라도 지루하게 여길 수 있지만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독후활동을 다시 만화로 이끌어 낸다던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에 대한 글을 써 보게 한다던가.

또한, 형식적인 면에서는 ’만화’를 빌렸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만화들과는 기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자극적인 만화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환기가 될 듯한 재치와 풍자가 넘치는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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