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 싫어! 풀빛 그림 아이 11
맨주샤 퍼워기 지음, 이상희 옮김, 린 프랜슨 그림 / 풀빛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이 너무 좋아!"
내 어릴적 기억은 이 책의 제목과는 정말 정반대였다.
책이 너무 좋아서 책이 많은 친척 집 방문하기를 손꼽아 기다렸고
책방을 지날때면 꼭 빼놓지 않고 들러서 
책 냄새, 종이 냄새, 신간의 산뜻함과 구간의 따뜻함을 느끼곤 했다.
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집에는 아주아주 오래되고 누렇게 변색된 낡은 책들이 책장 가득 있었는데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 내용을 읽지는 못해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린이 책은 너무 귀했고 
어쩌다 위인전 전집 같은걸 물려받기는 했어도
요즘처럼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책을 접하기는 참 어려웠다.
가끔가다 생일 선물이나 특별한 날 책 선물을 받으면 뿌듯했던 기억이 날 정도로...

반면에 요즘은..정말이지 너무나 읽을 책들이 넘쳐난다.
좋은 책들도 많고, 그림이 훌륭하여 아이들 감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책들이 정말 많다.
서점의 아이들 책 코너에 가보면 하루종일 있어도 행복할 만큼....
’요즘 아이들은 너무 좋겠다...이렇게 읽을 거리들이 많아서...’
서점에 가면 늘 속으로 되뇌이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만 해도 책이 택배로 오면 "또 책이야!" 이런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의 주인공인 미나에 비하면 책을 무척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말이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너무 넘쳐나게 많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
좋은 것이 너무 많으면 그걸 좋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책 한 권의 가치를 충분히 음미하며 읽고 또 읽고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들...
읽을 거리들이 넘쳐나고 부모들이 넘쳐나게 공급해 주니
금새 읽어서 던져 버리고 또 다른 읽을거리들을 찾는다.

이 책의 주인공 미나. 책을 무척 싫어하는데
원인은 다름아닌 집안 가득히 쌓여있는 책이다.
아빠 엄마가 빌리고 사들인 책들로 넘쳐나는 집안.
 주방, 욕실, 방, 거실 할 것 없이 온통 집 안이 책으로 쌓여있다.
미나는 너무나 많은 책들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책이 싫다.
하지만 어느 날 쌓여있던 책이 우르르~무너지면서
그 수 많은 책 속 주인공 동물들을 만나게 되며 미나의 마음은 조금씩 바뀐다.

쌓여있는 책만으로도 숨이 막혀
정작 그 속엔 뭐가 있는지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했던 미나가
책 속에서 튀어나온 동물들을 만나 그 동물들을 제자리로 돌이키려고 읽기 시작한 동화책.
그 동화책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리는 것이다.

책의 권수나,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이 느끼고 경험하는 실제적인 경험치인 것 같다.
미나가 만난 책 속의 동물들이, 그냥 책 속 죽어있는 동물들이 아니라
살아 움직여 미나와 소통하는 실제 동물들인 것처럼...
책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주인공과 읽는 내가 소통하기 시작할때
비로소 ’읽는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역시....
학습을 위해 강요하는 ’책 읽어제끼기’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고 주인공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책읽기를 할 때에야
비로소 책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미나가 책을 읽기 시작하며 즐기기 시작했을 때 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저 권수 채우기에 급급하지 않고, 독서를 위한 독서를 하지 않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나며, 생명력 있는 주인공들을 만나며
그렇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책을 통해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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