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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드디어 다 읽었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기도 했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쪽 세계에서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고, 저쪽 세계에선 두 주인공이었던 덴고와 아오마메가 결국 만났다. 책을 읽는 내내, 달이 두 개 떠 있던 그쪽 세계와 달이 하나 떠 있는 또 다른 세계때문에 나도 자주 하늘에 달을 찾아보곤 했다. 일종의 영향적 습관.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아니, 이야기 할 수도 없다. 그 방대한 실가닥 같은 줄기들을 한데 그러모아 어떻게 이야기 한다는거지! 나는 다 읽었고, 그토록 서로를 갈망하던 두 주인공들이 결국 만났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복잡하다. 덴고와 아오마메와 함께 1Q84년의 계절들을 보내며 때론 긴장하고 때론 아련하게, 때론 심각하게 두 개의 달 밑에서 지내왔는데, 뭔가 미적지근 정리 되지 않은 두 개의 달이 뜬 이 세상은 나에게 남겨둔 채, 그 두 사람은 하나의 달이 뜬 저쪽 세계로 가버렸다. 뭔가 불공평하다!
달은 여전히 두 개고, 리틀피플들의 공기 번데기도 여전히 작업중이고, '목소리'를 들을 자는 찾았는지 어쩐지도 모르겠는데, 이 두 사람은 그런것따윈 뭐가 상관이냐는 듯 유유자적 손 맞잡고 떠나버렸다. 결국 1Q84의 세계는 덴고와 아오마메를 이어주기 위해 존재했던 공간이자 시간이었다. 10살 소년과 소녀의 오랜 바램이자 서로에 대한 이끌림은 하나였던 달을 두개로 만들고 1984년이라는 1년의 시간을 1Q84 내지는 '고양이 마을'로 만들어 버린거다. 두 사람 사이의 끈은 그토록 질기고 강했다.
2권까지는 덴고와 아오마메가 교차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떤건지 밝혀지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지만, 중간 중간 그들이 각자의 세계에서 만나고 관계했던 많은 사람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혹은 소멸되면서, 이야기는 점차 두 사람 사이의 고리를 풀어내고 두 사람의 물리적, 관계적 거리를 좁혀나간다. 그들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시작했지만, 알고보면 바로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는 '운명적 연인'들이다.
공기번데기, 리틀피플, 도터와 마더...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지끈 아파오면서 왠지 모를 섬뜩함과 으스스함을 주는 그것들도 실제 덴고와 아오마메가 만나버린 그 순간부터는 그 전과 비해 빛도 잃고 매력도 반감된다. 그 두 사람이 만나고 보니, 결국 그것들은 별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양쪽의 두 세계는 모두 그 두 사람을 위한 것이었고 모든 장치들 역시 그 두 사람의 만남을 위한 것이니 말이다. 모든 것은 사랑을 향해 용감하고 영혼 밑바닥까지 이끌리는 두 사람을 위한 것이었으니.
어쨌든, 난 두 개의 달이 뜬 이 세상에 날 혼자 남겨두고 결연히 떠나버린 두 사람을 좀 더 오래 생각할테다.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 조금씩 잊혀지고 두 개의 달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아마도 나 역시 처음 들어왔던 그 입구를 찾아 내 원래의 세계를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이미 하나가 된 덴고와 아오마메를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 그건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아직 난 두 개의 달이 뜬 세계에 있다. 그들이 남기고 간 1Q84년 12월의 찬 바람을 마음에 맞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