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
오카다 준 글,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아이들의 행동을 어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티커'이다. 워낙에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딘가에 무언가를 붙이는 놀이에 흠뻑 빠지는데, 초등 저학년때까지도 그것이 유효한 것 같다. 반짝거리는 스티커, 각종 아기자기 예쁜 모양의 스티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아이들은 그것이 뭐라도 되는냥, 모으고 자랑하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에 붙인다.  

 

우리 아이들 방에도 각종 스티커들이 있다. 불을 끄면 마치 별처럼 보이는 야광 별 스티커는 침대와 천장 곳곳에 숨어 붙어있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넣어둔 서랍엔, '내 속에 특별한 것이 있소~'하고 공개적으로 자랑하듯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맞다. 적어도 내 눈엔 스티커 붙은 모양이 '덕지덕지'처럼 보일만큼 별로다. 깨끗하게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잘 띠어지지도 않는 스티커 자국이 못내 싫어 아이들에게 자꾸 잔소리를 해대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의 스티커에 대한 욕망은 막을 길이 없다. 그저 씁쓸한 마음으로 스티커 붙어있는 가구들과 벽지를 바라볼 뿐...일상 생활에서 스티커를 붙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에도 스티커가  나온다. 올백을 맞으면 하나씩 받는 별 스티커. 아이들은 너도나도 자랑스럽게 자신의 모자에 붙인다. 그 아이의 이름을 몰라도, 얼굴은 기억나지 않아도 아이가 쓴 모자에 붙어있는 별 스티커만 보아도 그 아이를 판단할 수 있다. '아~저 아이는 공부를 무지하게 잘 하는 아이구나~' '아 저 아이는 공부를 정말 못하나봐. 몇 등쯤 되겠는걸.'  

 

별 스티커는 모양은 꿈과 같이 아름다운 별 모양인데, 부여되는 즉시 아이들을 서열화시키고 줄을 세운다. 아마도 이런 스티커는 우리네 아이들 교실에도 없는 곳이 없을 거다. 책 읽은 수만큼, 청소한 만큼, 칭찬 들은만큼, 숙제 해 온 만큼...아이들은 정량적이고 결과적인 평가에 스티커 붙여져 줄세우기 당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꿈처럼 예쁜 별이 아니라, 가지고 경쟁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미운 별인지도...  

 

책 속 세 친구는 별 스티커를 받기 위해 애를 쓰다가, 모두 하교하고 없는 학교에서 자유롭게 별 스티커드을 떼어버린다. 성적을 잘 받기위해, 숙제를 잘 해가기 위해 모인 이 친구들은, 스티커 하나를 얻기 위해 서로 싸우고 판단하고 정죄하는 그 곳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티커의 갯수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판단당하고 의도를 왜곡당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진심과 본질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적인 열망으로 과감히 스티커를 떼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화장실 벽,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장 더럽다고 여겨지는 그 곳에 118개의 반짝이는 별을 붙이고 행복한 아이들은 내 마음에도 시원한 해방감과 편안함을 선사해준다. 아마 그 곳에서 지는 해에 반사되 반짝 빛이 나는 별을 보는 아이들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우리 아이들에게...별을 가장하여 속박과 억압을 가하는 수많은 판단 문화들...나부터 돌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판단과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그 아이들 하나 하나가 진짜 하늘에 빛나는 별같은 존재들이다. 그저 그 곳에 있음으로 해서 빛이 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이자,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그런 존재들...내가 할 일은 그저 바라보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일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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