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얀 놈 혼내주기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23
김기정 지음, 심은숙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아들 녀석은 일단 '똥' 이야기가 나와야 즐거워 한다. 즐거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몰입하다못해 집중하고 정독을 한다. 개인적인 바램으론 '똥'을 주제로 한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 녀석 엄마 잔소리 없이도 책 좀 열심히 읽게 말이다.  

 

'똥' 이야기 다음으로 흥미를 끄는 주제는 '장난'이 아닐까 싶다. 본인이 못다한 장난에 대한 열망과 동경을 이때다 하고 풀어주는 책 속 주인공들에 몰입도 100%다. 이 책의 주인공인 주먹똥 역시 심한 장난꾸러기다. 사실을 말하자면 남을 괴롭히는 못된 장난꾸러기다. 차마 우리 아들 녀석이 행하지 못하는 장난들을 스스럼없이 치는 모습에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했던 내 예상은 고얀놈 소리를 듣는 장난꾸러기가 장난치다가 그동안 당했던 친구들에게 호되게 혼나지 않을까 했었는데, 거의 끝부분까지 그 예상이 맞다가 뒤에 재미난 반전이 숨어있다. 사실 내심 이 고얀놈이 혼나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는데...잠깐 당황스럽고 어렵고 곤란한 순간을 겪다가 그 순간을 신나게(!) 이겨낸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게다가 아주 긍정적인 결말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보니 더 흥미롭다. 실제로 2학년 어린이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책의 주인공인 실제 친구에게 듣고 동화로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 주먹똥에게 괴롭힘 당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들은 아마도 작가의 상상력과 재치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고리가 아닐까 싶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을 맡았던 담임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책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면서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으로 문제 앞에 대면하는 것은 동화책 속 아이들의 이야기만이 아니구나 싶다. 작가의, 또는 어른들의 바램 속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아이들이, 장난 심하고 생각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구나...하는 감동이 있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주먹똥과 그 친구들을 보면 '아이들은 믿는만큼 행동한다'는 생각이 든다. 개념없이 장난만 치는 녀석들도, 너네 언제 철들래~하는 아이들도 어느 위기의 순간 깨달음으로 한걸음 자라는 것이겠지. 그걸 믿어주고 바라봐 주는 것은 어른들 몫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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