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3 -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3
박시백 글.그림 / 비아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200314 박시백.



아침마다 커피 내려먹을 때 쓰는 유리 머그. ‘나는 개다’의 구슬이가 새겨져 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너 누구 닮았어... 표정이랑 나는 개다, 하는 말까지 자꾸 누가 생각나...아,

박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하늘을 보고 짓는/달을 보고 짓는/보잘것없는 나는/개새끼로소이다/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뜨거운 것이 쏟아져/내가 목욕을 할 때/나는 그의 다리에다/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나는 개새끼로소이다.(박열, ‘개새끼’ 전문)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여러 개 보았다. 박열, 암살, 밀정 등등. 김형민의 책 ‘한국사를 지켜라’에서 여러 독립운동가들을 만난 후였다. 내 또래 아니면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목숨을 던진 이들이 무수했다. 그들은 독립된 나라에 사는 자신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독립된 나라에서 비교적 평안하게 살고 있다. 잊지 않고 감사하는 일 밖에는 할 게 없다.

작년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다 보았는데, 35년을 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리다보니 예약한 책 중 3권을 먼저 보게 되었다.

1919년 3월 1일의 전국적 항거에 놀란 일본은 문화통치라는 기만적인 이름을 걸고 식민 통치 방향을 전환한다. 조선인을 감싸 안는 척 하지만, 여전히 차별이 심하고 독립운동은 분쇄하고 지식인들을 회유하여 일본 지배를 돕는 친일 인사를 늘린다.

만세 운동 이후 평화적 독립운동에 회의를 느낀 독립운동가들은 무력 폭력 수단을 동원해 투쟁을 이어간다. 김원봉이 이끈 의열단의 폭탄 투척과 암살 시도, 만주와 연해주의 수많은 독립군, 자기 목숨을 던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폭력 투쟁에 임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두려웠을텐데, 그 두려움을 딛고 간절히 바라는 독립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진 사람들.

권력과 지도층이 생기는 조직에서 늘 그렇듯 노선 투쟁, 파벌 싸움은 이 시대에도 징그럽게 이어진다. 자유시에서 무장 해제 당하고 동포인 군인들 손에 죽어간 독립군들을 볼 때는 진짜 안타깝고 화가 났다. 지휘권과 노선을 두고 다투다가 결국에는 숙청해 버리는 수순이라니. 1920년대에는 사회주의가 널리 퍼져나갔는데 국내에서도 어떤 사상과 방향을 따르냐를 두고 끝없이 분열이 일어났다. 독립운동에 쏟을 단일한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내부 분열에 힘을 소모한 게 아쉬웠다.

상하이 임시정부 쪽은 더욱 가관이었다. 하아 이승만... 임시대통령이라면서 미국에서 유유자적하다가 뜻대로 안 된다고 잠시 중국 왔다 금세 자리 떠버리고 독립자금 끊고 자기 지위 보전에 유리한 움직임만 취하던 놈...해방 후 학살자가 될 사람이 초대 대통령 되었을 때부터 대한민국 현대사가 꼬인 게 아닌가 싶다.

이와중에 1920년대에는 조선, 동아일보도 창간하고, 온갖 문예지도 창간해서 다양한 문예사조가 활동한다. 그 때 나온 시, 소설들 지금 봐도 재미있는 게 많다.

나혜석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이 언니 너무 멋있는 거다. 원조 페미니스트. 자유인. 나혜석에 대한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찾아봐야겠다.

박경리 소설 토지에 백정의 형평사 운동이 나와서 관심 있게 봤었다. 마침 토지를 읽던 해에 진주 여행을 갔다. 진주성과 박물관에 가서 형평사 운동에 대한 유물, 사료들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어느 시대에나 소수자가 있고 그들의 인권 운동에 반대하는 백래시가 있었다. 백정과 동급 취급 받고 싶지 않다는 양반, 농민들. 어떻게 너희들이 감히 사람 대접 받고자 하냐며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폭력으로 억압하던 기득권과 거기에 맞선 사람들, 백정들 편에 선 또다른 소수의 양반, 농민들. 싸움이 없으면 보장되지 못하는 권리가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선봉에 나서기는 커녕 거드는 것조차 두렵다.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나의 비겁함만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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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6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싱크로율....뭡니까?!

반유행열반인 2020-03-16 11:31   좋아요 0 | URL
구슬이 컵 맨날 볼 때 마다 너 누구니...하다가 만화책 삽화 보고 사진 보니 그 분이셨습니다...영화 박열 속 이제훈은 아주 많이 미화된 거였다는...제훈아 제훈아 넌 나랑 동갑인데 왜 젊고 잘생겼니...

무식쟁이 2020-03-18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래퍼중에 디보 라고 있어요....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1:20   좋아요 0 | URL
검색해봐야지 ㅋㅋ나 어제 누구랑 무님 보고싶다고 얘기했더니 무님 나왔어요! 텔레파시?!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1:31   좋아요 0 | URL
프하하 디보 ㅋㅋ탈색머리 때 딱 저리 삐쳤네요. 무님한테만 하는 말인데 저도 7년 전에 저 디보 같은 양아치 탈색했었어요 ㅋㅋ머리도 저렇게 뻗치고 ㅋㅋ

무식쟁이 2020-03-18 22:15   좋아요 1 | URL
ㅋㅋ 누구랑 뒷담화를 하셨을까나..(대충 누군지 감은 옵니다만.)
진짜 텔레파신가. 오늘 그냥갑자기 북플생각이 뙇!! 났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2:27   좋아요 0 | URL
앞으로 보고싶음 종종 텔레파시 할게요. 무님이 톡을 안 해줘서...(시무룩)

무식쟁이 2020-03-18 22:47   좋아요 1 | URL
악 ㅋㅋㅋ 첨으로 귀여웠다
(시무룩)에서.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3:32   좋아요 0 | URL
제 귀염력 너무 늦게 발견하심...너무 오래 잠수하시지 말고 종종 안부 전해주세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맘대로 요구함ㅋㅋㅋ)
 
블렌드 산수유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새 블렌드가 내가 좋아하는 산수유꽃 디자인이라...구매했다. 
오늘 분량 커피는 다 마셨는데...퇴근하니 택배가 와 있어서 도리상 조금만 내려 맛보기로 했다. 
 스텐레스에 티타늄 도금했다는 드리퍼 사서 잘 쓰고있다. 종이 필터도 필요 없고 대신 커피 내리자마자 뜨거운 물로 헹궈 씻어야 필터가 안 막힌다...드리퍼 씻다보면 커피 다 식음...
알라딘 원두는 싱글 한 번 블렌드 두 번째 구매인데, 이번 블렌드도 향은 약한 편이다. 
분쇄가 좀 굵게되서 너무 빨리 내려진다 싶었다. 맛이 제대로 우러나긴 하는 건가...
향도 맛도 산미가 세게 느껴졌다. 다 마시고 나니 탄향이 잔맛으로 많이 남았다. 
심심한데 동백꽃보다는 덜 심심하고 그럭저럭 마실 만 한 정도다. 
피*크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로 돌아가기로 한다...취향 안 맞는 나라서 미안해 알라딘 커피...
(이러고 또 신제품 나오면 살 듯...미련 많은 나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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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3-18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울한 공기 속의 그나마 찾은 기쁨이 모닝 커피 한 모금이네요. 늘 지나치던 동네 커피집에 암생각없이 들렀는데 2천원에 만원짜리 커피를 즐기게 됐어요. 주인총각도 매력적이고.. 훔훔..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1:23   좋아요 0 | URL
으아니?! 주인총각 매력 즐기시느라 저 잊었어요? 이천원은 짱이다...전 집콕하고 믹스랑 드립이랑 디카페인이랑 커피만 하루 세 잔 퍼먹고 이킬로 쪘어요!! 무님 그리워하다 이모양!!!
 
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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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8 윤이형.

이 값에 이렇게 작은 책이라니, 처음 받아들었을 땐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다. 중편 소설 한 편이 담겨 있다. 그 사이 윤이형은 절필했고 이 책이 마지막이 되었다.
두고 묵히다 펼쳤다. 작은동호회를 읽을 때 느낀, 안절부절이고 갈피를 못 잡는 답답함이 싫었는데 그런 마음을 이번 책에는 뚜렷이 잘 풀어놓았다 싶었다. 얇아도 작가가 그간 했을 많은 고민들이 담겨 있었고, 그 고민의 결이 공감이 되었다.
표지에 실뜨기 하는 손들이 있는데, 꼬인 실을 풀듯 짤막한 이야기로 많은 인물이 이어달리기를 한다. 정세랑 소설 중 웨딩드레스 하나를 공유한 여자들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붕대감기의 여자들은 점과 점으로 이어나가며 선을 만들고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이뤄서 이야기 구성이 더 정교한 느낌이다.
처한 위치, 가능성, 선호, 성격, 가치관, 가족관계, 성적 지향, 세대가 다르고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지지하는 주장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건넨 것은? 혐오와 비난의 언어가 포함되어 있다. 상처를 키우고 다른 방식의 연대 가능성은 꿈꿀 여유 없이 선 긋기에 바빴다. 작가는 이런 모습들을 보며 깊은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나는 상처 받지 않으려고 무심한 척, 모르는 척, 관계 없는 척하다 부정하는 말을 뱉고 그러면서 결국 상처 받았다.

후반부에서 너무나도 다른 두 친구 진경과 세연이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은 작위적이었다. 결국 그것도 세연의 환상이었다고 얼버무리지만.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자각하고, 어떤 길을 갈지, 무엇이 옳다고 믿는지,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명확한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나와 다른 타인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나마, 두 사람 사이라도 이해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가상했다. 버스의 비유는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도 시원하지 않다. 막막함은 여전하다.

‘옛날에는 너무 지겨웠는데.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안 변할까, 대체 어떻게 해야 이게 변할까 싶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너무 빨라. 빨라서 어지럽고 울컥거릴 때가 많아. 그런 걸 보면 네가 하는 말들이 틀린 게 없는 것 같아. 우린 승객이었을 뿐, 그동안 이 버스에서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었떤 거지. 그런데 이제 처음으로 스스로 운전을 할 기회가 주어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어지러운 거겠지. 방향 하나하나, 신호 하나하나, 승객들 한 명 한 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니까. 세연이 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이 될 거잖아. 나는 아무 이름도 갖고 싶지 않고, 끼워달라는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단지, 표를 사는 법을 몰라서, 멀미가 너무 심해서, 집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 아니면 그냥 길을 잃어서, 멍한 얼굴로 읽을 수 없는 노선표를 들여다보며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어. 자기 삶이 잘못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고 외로워서 그 사람들이 울고 있을 때, 다가가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거야. 그 사람들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하니까.
나도 그래 진경아, 세연이 중얼거렸다. 나 역시 무섭고 외로워. 버스? 이게 버스라면 나 역시 운전자는 아니야. 난 면허도 없고, 그러니 운전대를 잡을 일도 아마 없을 거야. 그건 우리보다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야. 하지만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언제까지나 무임승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야.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건지, 응급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정도는 배워둬야 운전자가 지쳤을 때 교대할 수 있잖아. 너는 네가 버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

여성, 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도 연대하기 어려운 다양성, 그 안의 혼란에 집중한 이야기라 남성과의 관계 맺기, 싸움의 방향, 무너뜨려야 할 구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건 다른 소설의 몫으로 남겨뒀겠지. 등장하는 남자는 의식을 잃은 어린 서균, 윤슬에게 험한 말을 하던 동료 사진 작가 김, 채이를 추행한 A교수, 리벤지포르노를 퍼뜨린 걸로 추정되는 미진의 남자친구, 진경에게 집적대는 페친들 정도가 기억난다.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 빼고는 다 나쁜놈이네. 좋은 남자도 있는데 하필, 하는 말은 하고 싶지도 않다. 좋은 남자만 있는 세상이면 애초에 고통 받는 여성들도, 싸움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여성주의 운동 흐름이나 노선, 대립 지점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와중에 오간 혐오의 말, 상처, 소외감은 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더는 방법이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분노와 울분도 전혀 모를 말은 아니라 또 막막해진다.

진경이 율아에게 마음으로 건네는 말을 나도 내 아이에게 해 주고 싶다.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도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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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3-11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리뷰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3-11 18:06   좋아요 1 | URL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던데 저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잘 봤습니다.

무식쟁이 2020-03-18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반반님의 리뷰에 별다섯드립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더는 방법이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울컥하며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1:39   좋아요 0 | URL
우아 제가 그런 말을 썼어요? 언제요? 부족한 독후감에 별을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님이 주신 별이라 더 뿌듯...나도 같이 울컥 끄덕...

파이버 2021-05-18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읽고 다시 반님의 리뷰를 읽으러 돌아왔습니다. 책을 읽고 다시 돌아와 글을 읽으니 더 좋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5-18 11:17   좋아요 1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이 이 작가의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건만 ㅠㅠ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롬 인터내셔널 지음, 정미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20200307 롬 인터내셔널.

일본은 이런 류의 상식책, 도감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100가지 물음에 지도를 하나씩 달아 다양한 나라와 지리에 관한 상식을 풀어 놓은 책이다.

대부분 2009개정교육과정 중학교 사회 교과서 지리 단원에서 본 내용이었다. 지리 선생님들이 이 책을 사랑한 걸까(아닌데 이거 최근에 나온 책인데…) 아님 지리 전공자 사이에서는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필수 지식인 것인가 ㅎㅎ

의외로 내가 아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신기했다. 나 지리 공부 열심히 했던가...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2009년에 그린란드가 덴마크에서 독립했다던가 2008년에 부탄이 입헌군주국이 되었다든가 하는...

다양한 컬러지도들은 상당히 괜찮았다. 참고할 게 많았다.

흥미로운 주제를 많이 다룬 책이지만 100개 질문을 단순 나열한 구성이라 아쉬웠다. 이어 읽다보면 지루하고 내내 재미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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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3-18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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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3-18 21:38   좋아요 0 | URL
개학하면 학교도서관에 신청을! 지도가 괜찮아요. 지도만...

무식쟁이 2020-03-18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제목은 인간적으로 겁나 재미없게 지었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2:26   좋아요 0 | URL
(책도 별로 재미없어요 속닥속닥)
 
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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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올리버 색스.

올리버 색스의 책 네 권을 읽었다. 박사가 돌아가신 뒤 2년은 지나서였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환각, 의식의 강, 온더무브 순이었다. 네 권이나 읽었는데도 마니아 순위가 왜 이리 낮냐, 한 권 더 봐야지 했다. 찾아보니 알라딘에 독후감 올리기 시작한 게 2018년이고 앞의 두 책은 2017년에 읽었더라. ㅎㅎ. 슬며시 클라우드에 있던 두 편 복사 붙여넣기 했다. 등수놀이가 왠말이냐.
집에는 아직 읽지 않은 뮤지코필리아와 깨어남이 있다. 두툼해서 아직 시도를 못하고 있다. 조만간 읽고 싶다.
이번에 미친 놈처럼 한 주 동안 열 몇 권의 중고책을 사 모았는데 거기 색스 박사 책 한 권이 끼어있었다. 처음 받았을 때는 샘플북인 줄 알았다. 엄청 얇은 수첩? 미니 노트? 같은 판형이었다. 담긴 내용은 그리 얄팍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색스 박사의 다섯 번째 책. 의식의 강을 박사의 마지막 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박사가 시한부 삶 8개월을 앞두고 쓴 마지막 에세이들을 모아 엮었다고 한다.

-수은
마지막 공연에서 카피한 Smashing Pumpkins의 Adore라는 노래에 Drinking Mercury- 하는 가사가 있다. 베이스 오빠가 고대에는 불로불사 약으로 수은을 마시곤 했대- 하며 뒷받침 설명을 해줬다. 주기율표 원소번호 80번. 나이 80을 앞두고 수은 꿈을 꾸고 80세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수은 병을 선물로 주고 그걸 마신다는 농담을 주고 받는 걸 보니 그 노래가 생각났다.
말 들은 김에 내 사랑 주기율표 담요를 펼쳤다. 나의 올해 원소번호는?

만 나이, 의학 나이로 따져볼까. 안녕? 난 브로민이야.

솔직하게 한국 나이로 가면. 약수도 자기 자신과 1 밖에 없는 예쁜 이름의 루비듐입니다.

나이를 원소번호로 말해 보세요. 한 살 더 먹을 수록 방사성 원소를 향해 갑니다. 점점 유독해지죠.
어려서 백문백답 같은 걸 하면 꼭 몇 살까지 살고 싶나요? 하는 질문이 끼어 있었다. 대략 그즈음의 평균 나이인 74살을 댔다. 텅스텐까지만 살면 좋겠어요.
먼저 늙어본 색스 박사는 젊은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달래는 말처럼 이 글을 건넸다. 발견된 원소는 아직 118개 뿐이니까 안녕, 올해는 오가네손이야, 하는 때가 온대도 겁내지 말아야지.

‘나는 노년을 차츰 암울해지는 시간, 어떻게든 견디면서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간으로만 보지 않는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이전의 억지스러웠던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고 평생 겪은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여든 살이 되는 것이 기대된다.’

-나의 생애
9년 전 안구 흑색종 제거 수술을 한 색스 박사의 간에 전이된 암이 자라났다. 박사는 데이비드 흄의 짧은 자서전과 같은 제목의 이 글을 썼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자서전 온더무브의 축약판 같은 글이라 더욱 친숙하게 읽혔다. 삶의 끝에서 초연하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강렬하게 느끼고, 고맙다고 말할 수 있다면 괜찮게 살았다 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나는 아직 그 특권을 누리고 있고, 모험의 도중에 있다. 그러니 두려울게 뭔가.

-나의 주기율표
박사가 이토록 주기율표를 사랑하는 것을 내가 알았던가 몰랐던가. 물리 화학에는 무지하지만 세상을 이루는 물질에는 오래도록 관심이 많다. 꾸준히 공부해 보고 싶다. 엉클 텅스텐도 읽고 싶어졌다.
테이블 위의 비스무트들은 왠지 찡했다. 83번째 원소를 보며, 새로운 과학계의 발견을 네이처에서 읽으며, 나는 볼 수 없을 그 날들을 떠올리는 마음이란. 김초엽의 감정의 물성이 떠올랐다. 원소번호로 만져지는 나이의 의미, 재미난 생각을 박사 덕에 알게 되었다.

-안식일
블랙 사바스의 사바스가 안식일인 건 오늘 처음 알았다. 나이를 먹은 그가 자신의 출발점인 유대교 공동체, 유대인 가족을 떠올린다. 가족 안에서의 평안함과 충만감이란. 나도 그런 걸 그리워할 수 있을까. 그런 게 있긴 했나.
삶에서 맞이할 마지막 안식일은 죽음의 날이다. 생의 마지막을 이런 글로 마무리한다는 것, 아니 죽는 날까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이제 쇠약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한때 단단했던 근육이 암에 녹아 버린 지금,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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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3-07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약수가 많기로 유명한 나이입니다. 헤헤. 원소기호는 코리아의 약자같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3-08 05:05   좋아요 0 | URL
안녕 약수도 많은 크립톤님. 우주에서 온 광물 느낌인데 무색무취 기체래요. 형광등 안에 밀봉해 넣어서 잘 빛나게 하는.

무식쟁이 2020-03-18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학창시절 최악의 시험점수가 화학에서 나왔다지요. 리비듐보다 더 아래숫자였다는.... 그 이후로 저는 화학이 싫어욧!하고 문과인생이 되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2:24   좋아요 0 | URL
이건 화학이 아닙니다. 세상의 근원입니다. 무님과 저를 이루는 원소들...그래서 무님은 원소번호 몇 번이요? ㅎㅎㅎ

무식쟁이 2020-03-18 22:43   좋아요 1 | URL
저는 약수도 1빼곤 저밖에 없는 외로운 아방가르드 에이지, 실버
(아무말대잔치 -_-)

반유행열반인 2020-03-18 23:33   좋아요 0 | URL
고귀한 나이네요. 루비듐이가 십 년 후면 될 수 있겠죠 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