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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3 -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3
박시백 글.그림 / 비아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200314 박시백.
아침마다 커피 내려먹을 때 쓰는 유리 머그. ‘나는 개다’의 구슬이가 새겨져 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너 누구 닮았어... 표정이랑 나는 개다, 하는 말까지 자꾸 누가 생각나...아,
박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하늘을 보고 짓는/달을 보고 짓는/보잘것없는 나는/개새끼로소이다/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뜨거운 것이 쏟아져/내가 목욕을 할 때/나는 그의 다리에다/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나는 개새끼로소이다.(박열, ‘개새끼’ 전문)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여러 개 보았다. 박열, 암살, 밀정 등등. 김형민의 책 ‘한국사를 지켜라’에서 여러 독립운동가들을 만난 후였다. 내 또래 아니면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목숨을 던진 이들이 무수했다. 그들은 독립된 나라에 사는 자신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독립된 나라에서 비교적 평안하게 살고 있다. 잊지 않고 감사하는 일 밖에는 할 게 없다.
작년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다 보았는데, 35년을 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리다보니 예약한 책 중 3권을 먼저 보게 되었다.
1919년 3월 1일의 전국적 항거에 놀란 일본은 문화통치라는 기만적인 이름을 걸고 식민 통치 방향을 전환한다. 조선인을 감싸 안는 척 하지만, 여전히 차별이 심하고 독립운동은 분쇄하고 지식인들을 회유하여 일본 지배를 돕는 친일 인사를 늘린다.
만세 운동 이후 평화적 독립운동에 회의를 느낀 독립운동가들은 무력 폭력 수단을 동원해 투쟁을 이어간다. 김원봉이 이끈 의열단의 폭탄 투척과 암살 시도, 만주와 연해주의 수많은 독립군, 자기 목숨을 던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폭력 투쟁에 임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두려웠을텐데, 그 두려움을 딛고 간절히 바라는 독립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진 사람들.
권력과 지도층이 생기는 조직에서 늘 그렇듯 노선 투쟁, 파벌 싸움은 이 시대에도 징그럽게 이어진다. 자유시에서 무장 해제 당하고 동포인 군인들 손에 죽어간 독립군들을 볼 때는 진짜 안타깝고 화가 났다. 지휘권과 노선을 두고 다투다가 결국에는 숙청해 버리는 수순이라니. 1920년대에는 사회주의가 널리 퍼져나갔는데 국내에서도 어떤 사상과 방향을 따르냐를 두고 끝없이 분열이 일어났다. 독립운동에 쏟을 단일한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내부 분열에 힘을 소모한 게 아쉬웠다.
상하이 임시정부 쪽은 더욱 가관이었다. 하아 이승만... 임시대통령이라면서 미국에서 유유자적하다가 뜻대로 안 된다고 잠시 중국 왔다 금세 자리 떠버리고 독립자금 끊고 자기 지위 보전에 유리한 움직임만 취하던 놈...해방 후 학살자가 될 사람이 초대 대통령 되었을 때부터 대한민국 현대사가 꼬인 게 아닌가 싶다.
이와중에 1920년대에는 조선, 동아일보도 창간하고, 온갖 문예지도 창간해서 다양한 문예사조가 활동한다. 그 때 나온 시, 소설들 지금 봐도 재미있는 게 많다.
나혜석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이 언니 너무 멋있는 거다. 원조 페미니스트. 자유인. 나혜석에 대한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찾아봐야겠다.
박경리 소설 토지에 백정의 형평사 운동이 나와서 관심 있게 봤었다. 마침 토지를 읽던 해에 진주 여행을 갔다. 진주성과 박물관에 가서 형평사 운동에 대한 유물, 사료들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어느 시대에나 소수자가 있고 그들의 인권 운동에 반대하는 백래시가 있었다. 백정과 동급 취급 받고 싶지 않다는 양반, 농민들. 어떻게 너희들이 감히 사람 대접 받고자 하냐며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폭력으로 억압하던 기득권과 거기에 맞선 사람들, 백정들 편에 선 또다른 소수의 양반, 농민들. 싸움이 없으면 보장되지 못하는 권리가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선봉에 나서기는 커녕 거드는 것조차 두렵다.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나의 비겁함만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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