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 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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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이주윤.

감사하게도 글을 기다린다고 안부 인사 건네신 이웃에게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정신 없이 한 주가 지나갔고, 읽은 게 없으니 독후감을 쓸 수도 없었다. 철푸덕 철푸덕 넘어져서 마우스 잡으면 마우스패드에 닿는 손바닥 그 부분 겉살이 동그랗게 날아가고 피가 났다. 청바지 무릎 한쪽은 쓸려 망사가 되고 집 가서 벗어보니 무릎살이 까지고 멍이 들었다.(흑흑) 툭 빠진 한쪽 안경알이 굴러 도망가는 걸 붙잡아 다행히 수리도 마쳤다. 분명 시간을 쏟았고 퇴근은 늦는데 해야 할 일은 계속 남는다. 다음주는 더 바쁠 예정인데 미처 못한 준비들을 미룬 채 무방비로 새 월요일을 맞을 예정. 주말에는 놀 거야. 날 그냥 때려라 미래여 엉엉.

병이 돌고 모이지 마세요, 여행가지 마세요, 하는 시절이라도 자고 돈 벌 공간은 필요하니까, 지나다보면 여기저기 뚝딱뚝딱 공사장이 참 많다. 건축 규모도 작업 환경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곳은 중국계 동포나 중국인이나 몽골인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들이 안전모도 작업화도 없이 허름한 복장으로 쇠기둥을 나르고 시멘트를 붓고 때때로 모닥불을 쬐며 잠시 쉬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는 백색 유정란 같이 매끈한 안전모와 형광색 조끼를 갖춘 건설 노동자들이 뚝딱뚝딱 지이이잉 쿵쾅쿵쾅 일하는 굉음을 내다가 오후 다섯 시 땡 하는 순간 고요함만 남기고 사라지는 신기한 광경도 보았다. 시마이인지, 저녁식사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왜 공사장 얘기를 꺼냈지. 아, 추우나 더우나 눈에 보이고 또 필요한 공간을 만드느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으니, 쓰잘 데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일 하는 월급루팡 주제에 불평 말고 열심히 일해라 나새끼여! 너만 힘든 거 아니다! 괜히 한 번 셀프로 혼내고 싶었다…

사실 혼낼 게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거 아닐까. 힘든 건 힘든 거니까…(일관성 없는 양육자여…) 나의 마음과 몸의 그릇은 요만해서 쉬이 금이 가 버리고 줄줄 뭔가 새고 있으니, 책이라도 슬렁슬렁 담기는 걸(혹은 대충 흘려 보내도 안 아쉬울 걸) 보고 싶었다. 뭐라도 봐야 독후감을 쓰잖아…
마침 이웃님의 사랑 고백 담긴 전 상서를 보고 아, 이주윤 작가는 좋겠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애절하게 편지를 주고 받던 날이 있었지, 편지는 내가 먼저 써야 답장을 받거나 못 받거나 했는데, 일기조차 못 쓰고 살면서 무슨, 세상의 모든 책들이 작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아니겠니, 거기에 독후감을 쓰는 게 답장 같은 거지, 별 거지 같은 청승을 떨다가 이 책을 빌렸다.
얇고, 기대만큼 금세 읽고, 그런데도 글쓰기에 잔뼈가 굵고 재주넘기도 잘하는 작가의 글쓰는 이야기가 재치 있게 담겨 있었다. 나란 놈은 예전에 ‘아무튼, 술’ 읽을 때도 비슷했지만, 대놓고 웃기기 위해 썼고 실제로 수많은 독자들 배꼽을 빼놓는 책들도 심드렁하게 보면서 노력하시네요, 애쓰십니다, 하고 짠 한 마음을 가지는 웃음 코드 오류를 지니고 있어서(반대로 남들 안 웃는 이상한 부분에서 혼자 터짐. 병입죠, 병) 차분하고 편안하게 읽었다.
쉽고 가볍고 즐겁고 낙천적인 글을 쓰는 것은 재능이고 기질이고 재주이고 또 그렇게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 같다. 나도 그런 어조를 시도해 봐? 그러면 즐거워질까? 이 책 독후감 쓰기 전 잠시 생각하다가 억지로 그러는 게 더 지치는 일 같아 그만 두었다. 노력하시네요, 애쓰십니다, 하고 짠 한 마음을 많은 이들에게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저자가 쓴 새 책이나 칼럼에 관한 악플이 잔뜩 달려 멘탈 터지던 경험을 보고는 많이 찔렸다. 악성 독후가미스트(?)로서 말씀드리자면, 재미가 없거나 생각이 다르거나 책 만듦새나 글 씀새가 기대 이하여서 불평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러워서 그런 겁니다. 내가 닿지 못한 세계, 겪지 못한 삶의 모습, 거기에 더해 계속 쓰고 읽히고 글로 인해 알려지는 그런 경험까지- 잘 쓰고 싶은 열망은 가졌지만 결과물도 성취도 기대에 못 미치는 그런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쓸 수 있는 글이란, 했다가 방금 고침 ㅋㅋㅋ글자로 이루어진 똥도 있으니) 글 자체에 대한 합당한 평가가 아닌 인신공격과 자기 신세한탄을 투사해 남을 욕하는 짓일 뿐이죠…
그러니까,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하듯 글이나 씁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씁시다. 나도 그러기로 했다. 누가 나를 미워하거나 욕하면 내가 부럽구나? 하기로. 누군가 미우면 아 난 쟤가 부럽구나, 하기로. 그리고 언젠가는 네놈들 이야기 모조리 다 써 버릴 거야. ㅎㅎㅎ

...그런데 읽으면서 밑줄 긋기 할 부분 많이 찾지는 못했다. 제일 웃겼던 말은 저자의 아빠가 잔소리하면서 날린 ‘쭈그렁방탱이’(이상한 거에서 웃김. 듣는 사람은 빡쳤을 건데). 빵 터지던 대목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웃음은 웃을 준비를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다. 나는 늘 준비가 되어 있질 않다네. (이런 똥도 있습니다. 기승전똥. 부러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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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6 1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쩐지..에구..다치셨었군여.
ㅠㅇㅠ 청바지 망사될정도면 많이 아팠겠어요. 게다가 안경...그래도 노래하듯 글쓰자는 클라이막스에 흐뭇해집니다. from. 열반인님 글 스타일 부러워하는 미미

반유행열반인 2021-03-06 19:07   좋아요 5 | URL
에구..에서 흐뭇..까지 다정함이 여기까지 꾸덕꾸덕 상처연고처럼 달라붙는 기분입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님ㅎㅎ

라로 2021-03-06 20: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쉬는 시간인데 내 서재도 안 가고 반열님 서재 왔다요. 오늘 일 룰루랄라 정도로 마음도 몸도 가벼운데 하품은 왜이리 나오던지. ㅎㅎㅎ 암튼 다친 줄도 모르고 왜 글 안 올라오냐고 해서 미안해요. 많이 다쳤나보다. ㅠㅠ 다친곳 안봐서 뭐라고 하긴 그런데 보통으로 에어 드라이로 뭐 붙여서 막고 그러지 마세요. 😅 그건 그렇고 이 책 얇아서 그런가? 막 좋진 않았어요. 선생님 전상서에 속았나? 했는데 오빠~~~ 그 책은 막 웃었어요. ㅎㅎㅎㅎ
반열님이 책 내면 내가 전상서 보낼게요. (한다면 하는 라로씨. 🤣)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0:43   좋아요 4 | URL
마우스도 키보드도 잡아야 하고 원래는 맨손 설거지인데 위에다 면장갑 끼고 고무장갑끼고 해야 해서 웻드레싱(가짜 피부 같은 거요) 했어요 ㅎㅎ쉬는 시간엔 쉬셔야죠! 저랑도 결이 딱 맞진 않고 그래도 저분 주변사람들은 많이 웃고 잘 지내겠구나 싶더라구요(사진 찾아보고 더욱 확신에 차 끄덕끄덕 함 ㅋㅋ) 전상서는 지금도 가능하잖아요(알라딘이가 전서구로 대륙횡단해서 소식 날라줌 ㅋㅋ) 리뷰 하나 페이퍼 하나 백자평 하나씩만 삼종세트로 잘 부탁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원한 김치국 선물 감사드려요. 오늘 일과도 잘 마치시길!!!

라로 2021-03-07 11:26   좋아요 1 | URL
지금도 가능한가요?? 서재글?? 뭐야요?? 근데 저는 리뷰와 100자평,,,거의 안 써요,,, 그래도 그런 것을 써 달라는 거죠,,, 뭐 노력,,,,당근 해야죠. 반열 선생님이 책 내시면!!^^;;;

반유행열반인 2021-03-07 12: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저 힘써 정진해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막시무스 2021-03-06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힘든 한주 보내셨네요! 담주는 이번주 고생의 배로 보상받으실겁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 즐건 주말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0:45   좋아요 4 | URL
축복의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사는 서울 근처 오셨다 가셨더라구요? 저도 이번주에는 출장 갈 일 있었는데 그 도심으로 보내주면 좋아라 했을 거 같아요 ㅎㅎ끝나고 종로 알라딘도 가고 보고 싶은 사진전도 가고 ㅋㅋ그러나 아쉽게도 출장지는 그냥 우리 동네ㅋㅋㅋ 막시무스님도 평온한 주말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3-06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구~ 다치셔서 더 바쁘고 신경쓰이는 한 주셨을 거 같아요~ 주말엔 푹 쉬시면서 재충전 하자고요!! 전 늘 너무 웃을 준비가 되어있어서, 남들 웃는 것에도 웃고, 남들 안 웃는데서도 웃는데, 남들 안 웃는데서 웃어서 혼난적도 있어요~;;;;
미움은 질투가 백퍼 맞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2:0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도 풀충전하시는 주말 되시길 빌어요. 잘 웃는 사람 좋은 사람인데 누가 혼냈대요 제가 가서 혼내줘야 겠습니다!!!

scott 2021-03-06 2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치셨는데 포스팅까지 열반이님 그냥쉬기 주말에 숨만 쉬기 ^ㅎ^

반유행열반인 2021-03-06 22:07   좋아요 4 | URL
읽는 게 숨쉬는 거래요 열반이는 ㅋㅋㅋscott님도 즐겁고 푹 쉬는 주말 보내셔요~~

하나 2021-03-06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부럽구나?˝에서 물개박수 쳤어영. 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거 너무 좋자나... 언제나 저를 빵 터지게 하는 열반인님. 3월 초라 열반인님 무척 매우 되게 바쁘실 거 같아서 기다렸어요.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죠. 3월의 그곳은 읽는 게 숨쉬는 거 같은 열반인님도 정신없게 해... 저 열반인님이 부러웠던 그 리뷰에서 ˝위아더월드하니, 유아낫얼론이라.˝ 이 구절 인용한 거 좋았어요. 그러니까 아프지 마로라!

반유행열반인 2021-03-07 07:36   좋아요 1 | URL
아 저런 따옴표에서 인류애 같은 거 쫌 느꼈어야 했는데 ㅎㅎㅎ몸과 마음에 새 살이 솔솔 돋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syo 2021-03-08 16: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엄밀히 말하면 그 구절은 인용이 아니예요 ㅋㅋㅋㅋ 저는 어느 책에서도 그런 구절을 만난 적이 없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3-08 16:14   좋아요 1 | URL
저작권자의 오리지널리티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실 확인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나 2021-03-08 16: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쇼님이 인용한 거는 마이클 잭슨 형밖에 없었어. 고 문장이 리뷰하신 책이랑 넘 찰떡이어가지구..

syo 2021-03-08 16: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바로 이 지점에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제가 이주윤 선생님께 제가 쓴 줄 알았다고 한 말이 완전 개 구라는 아니라는 사실이.....

Yeagene 2021-03-07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읽는 게 숨쉬는 거라니 넘나 멋있잖아요..아 나도 이런 멋진 말 하고 싶다..ㅠㅠㅠ
열반인님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주말에 충분히 쉬셨는지 몰겠습니다.
쉬엄쉬엄 하셔야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3-07 19:33   좋아요 1 | URL
그냥 경미한 찰과상(손)과 타박상(무릎)이에요ㅋㅋㅋ 걱정해주셔서 감사하고 걱정끼쳐 송구스럽습니다. 덕분에 잘 숨쉬고(?)있어요. 예진님도 남은 주말 산소 호흡 잔뜩 하시고 새로운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3-07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크랩해둔 부분들, 다시 읽어도 깨알 재미. 저 역시 대놓고 웃기려는 글보다는 슬프곺괴로워 몸부림 치는 글들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ㅋㅋㅋ 친구왈 “넌 마조히스트여” 아.... 넵 ㅋㅋㅋ 악성독후가미스트의 자기인식에는 못미치는 고백이지만 ㅋㅋ 제가 m입니다.
악성독후가미스트라는 말이 너무 웃겨서 지금 매우 즐거워 하는 중. 암튼 부러워요, 부럽다구! 그대여, 다 써버리십시당.

반유행열반인 2021-03-08 06:49   좋아요 2 | URL
남 괴로운 글 좋아하니까 진성 개S(대문자)아녀? ㅋㅋㅋ부러워요=미워요 아녀? ㅋㅋㅋㅋ 저도 독후가미스트 혼자 만들고 뿌듯한 중. 클하에 자기 소개할라니까 할 말이 없어서 만들었다가 부끄러워서 못 써먹었잖아여....

공쟝쟝 2021-03-08 11:11   좋아요 1 | URL
악성 베토벤 이후의 최고의 악성이야 ㅋㅋㅋ (웃다가 눈물훔치기)
남 괴로운 글을 보면서 그 남에 자기를 이입해서 함께 괴로워한다구... 괴로움 중독같아.. 근데 사실 또 내가 괴로운건 아니니까 S인가... 괴로운걸 좋아하는 걸 보는 건...? (정체성의 혼란)
부러워요 = 사랑해요 / 날 미워해요? = 그렇다면 난 사랑해요 / 날 싫어해요? = 사랑해요 / 나에게 욕해서라도 관심을 줘!!
저 이상한 댓글의 맥락——-> 이거 진성 m 아녀?? 암튼 부러우면 난 안밉구 좋더라. 부러워하는 게 이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