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 김태수 희곡집 1 김태수 희곡집 1
김태수 지음 / 연극과인간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연극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에는 두 기둥이 있다. 하나는 웃는 재미요, 또 하나는 우는 재미이다. 그의 작품은 이 두 재미의 축을 잘 엮어간다.  '21세기를 열어가는 극작가. 함영준', "옥수동에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p.10.

 

 김태수라는 희곡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전국연극제였다. 각각의 지역 대표 극단들이 참가한 공연 목록에서 김태수라는 이름을 너무도 많이 발견한 것이다.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무려 3팀이었고, "해가지면 달이 뜨고"라는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후에 "옥수동에 서면..."과 "칼멘"에 대하여도 알게되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김태수라는 작가 이름을 검색했고, 세권의 희곡집이  출판되어 있었다. 기쁜 일이다. 사실 우리의 출판 문화에서 우리나라 작가의 창작 희곡집은 엄청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은 전문 출판사가 생겨나서 예전에 비하면 희곡집에 대한 갈증은 조금이나마 해소되고는 있다.

 김태수의 회곡집은 3권까지 출판되었다. 1집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2집 "서울 열목어", 3집 "칼맨"이다. 작품집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지만, 출판일이나 공연된 상황, 그리고 작가가 추구하는 바를 볼 때 이 세권은 분량의 문제로 나눈 것일뿐, 하나의 일정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김태수 희곡의 가장 큰 특징은 소개글에서 드러나듯 재미이다. 김태수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직업의 특성이나 개성이 강하다. 그래서 많이 웃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우리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걱정과 염려, 바람을 가지고 산다는 점에서 특별하지 않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삶을 살고있는 인물들의 사실적이면서도 재치있는 대화를 보는 것이 김태수 희곡이 가진 재미의 핵심이다.

 김태수의 작품들을 가리켜서 '서민극'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재미의 뒤에는 일상의 삶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에서 삶의 의미가 발견되고 진한 감동을 주기때문이다. 재미와 감동. 김태수의 희곡은 이 두개의 흥행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주변에서 처음 연극을 보러가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봐야할지에 대하여 의뢰해올 때가 있다. 이런 의뢰를 받았을 때 처음이라는 말때문에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나,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춘 김태수의 작품을 추천하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희곡읽기의 어려움때문에 희곡 읽기를 꺼려하는 경우에도 김태수의 작품을 추천한다. 우선 등장인물이 많지 않기에 극적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적고, 내용 전개도 빠른데다가  대사에서 주는 재미때문에 희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게 되는 희곡이다.

우리의 희곡집들은 대부분 초판에서 끝이나고 만다. 외국의 유명한 명작들 중에 희곡이 많고, 그 작품들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꾸준히 출판되는 것을 볼 때면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우리의 좋은 창작 희곡 작품들이 더 이상 사장되지않고 널리 읽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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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리뷰를 낳으셨군요.^^ 희곡...연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문학작품으로서의 희곡은 읽어본 기억이 없군요. <김태수>란 이름, 기억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04-05-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기억할께요.

비로그인 2004-05-1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우는 재미와 웃는 재미. 웃음과 울음의 페이소스가 잘 혼합된 연극을 보면 저도 모르게 무대위의 상황에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저건 연극이다, 가 아닌 저건 삶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더라구요. 15년전쯤이던가요. 극단 이름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전주 시립극단이었을 겁니다.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었거덩요. 전쟁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참 많이 웃고 많이 울었던 거 같습니다. 익산에선 그 때 극단 [토지]던가가 송 영의 작품 [황태자?]를 출품작으로 발표했던 걸로 알아요. 그런데 그닥 재미는 없었던 듯..히히.. 너무 오래되어서 제목이 좀... 황태자 모모모였던 거 같아요.

비로그인 2004-05-1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사실 희곡이란 쟝르에는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아요. 쉽게 읽힐 것도 같은데 오히려 더 속도도 느려지고 그러던데요. 작년에 까뮈의 '계엄령'을 재밌게 읽긴 했지만 그런다고 희곡쪽으로 손이 가지진 않더라구요. 김태수님의 작품, 알겠어요. 읽어보구 리뷰 올릴게요.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메시지 2004-05-1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희곡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희곡을 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글이 너무 겉이야기만 해놓아서 막상 작품 안으로는 인도를 못하고 잇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희곡에 대한 리뷰를 몇 편 올릴 계획인데 간단하게라도 작품의 내용에 대한 글도 담도록 해보겠습니다.
복돌님, 오래전 이야기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암튼 작년에 공주에서 열린 전국연극제에서도 전주의 "창작극회"가 전북 대표로 참가해서 "상봉"이라는 창작 작품으로 대통령상, 연출상, 연기상, 희곡상을 휩쓸었습니다. 북송 포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공주까지 가서 봤는데 감동을 크게 먹어서 술 잔뜩먹고 잘 알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전화해서 잘 봤다고 인사를 했죠. 한참 잠들어있을 시간에.... ㅋㅋㅋ

stella.K 2004-06-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 크게 잡수시고 작가에게 한밤 중 전화를 거실 정도면 메시지님은 정말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이시군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도 작품 쓰면서 희곡 사서 읽기가 그렇게 안 되더라구요. 하지만 메시지님 추천하시는 작품은 믿음이 가요. 저도 이 책 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