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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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급 욜로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세 번째 소설이다. 요나손 만의 문학 세계는 거하게 약 빨고 쓴 듯한 느낌이 강해서 어딘가 병맛 같은데도, 읽다 보면 ‘이걸 이런 식으로 풀어가?‘ 싶은 작가의 참신한 똘끼가 온갖 단점을 커버해서 전 세계 독자들마다 ‘역시 요나손이야‘ 하고 무릎을 치는 게 아닌가 싶다.그래서 그에 걸맞게 병맛같은 리뷰를 정성스럽게 써볼까 한다.

허름한 호텔 접수원으로 살아가던 흙수저 페르손은 갓 석방된 늙은 킬러 안데르스와, 살짝 나사 풀린 목사 요한나를 만나게 된다. 이 오합지졸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동맹 비슷한 걸 맺고서, 은퇴한 킬러를 내세워 청부살인 사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러다 킬러가 예수님을 믿게 되어 파업을 선언하는데 참 웃긴 게 킬러는 착하게 살기를 원하고, 목사는 악하게 살도록 권하는 아이러니. 간도 크신 삼인조는 조폭들에게 사기치고 튀는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걸까?

제목만 보면 킬러가 주인공인데 진짜 주인공은 두 친구이다. 사실 셋 중에 누가 주인공을 해 먹든 전혀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이건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리더는 아이들이었고,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보컬은 얼굴들이었다는 기분이랄까. 여하튼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는 이런 병맛 글이 너무 좋아.

요나손의 유머 패턴은 대략 이렇다. 문제를 던져서 어두운 상황을 연출하고, 넌센스 말장난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이 책은 은혜로운 성경 구절들이 온갖 블랙 유머로 둔갑하기 때문에 성경을 모르는 분들은 유머에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뭐가 되었건 요나손 사전에는 새드엔딩이란 없는 듯.

킬러의 믿음과 신앙심을 이용하여 종교사업을 차리는 장면으로 오늘날 부패한 교회들에 대한 풍자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한데 킬러 일당을 치려는 백작부부가 용병을 고용하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고생을 한다는 건 다소 무리한 설정이었음. 더군다나 뒷 세계 형님들이 목사에게 설득 당하는 건 더 말이 안 됨. 멍청한 조폭은 만화책에나 나오지, 요즘 조폭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할 말은 정말 많지만 여기까지 써야겠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 없겠어.

근데 이거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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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5 링컨 라임 시리즈 5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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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아까워서 미루고 미뤘더니 등장인물들이 긴가민가하다. 전작에서 ‘소니 리‘로 인해 라임의 불독 같은 성격이 꽤 누그러들었더군. 이번에는 마술사와의 대결이다. 정말 디버는 흔한 캐릭터를 쓰지 않아서 칭찬해. 이번 범인은 얼마나 대담한지 직접 라임의 방으로 찾아와서 그의 트라우마를 들었다 놨다 하며 유유히 사라지기까지 한다. ​​​환상 마술 연쇄살인과 법과학 범죄수사의 수퍼한 심리전쟁 이야기.

이야. 늘 그랬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칼을 갈고 쓰셨더군? 작가가 초 깊게 다루고 있는 환상 마술의 핵심인 ‘미스디렉션‘에 대해 알아보자. 미스디렉션이란 진실의 반대쪽을 보여주고 믿도록 하는 마술 기법이다. 다른 곳으로 주의를 끌고 그 사이에 진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인데 이것을 범죄에 적용하면? 와우, 판타스틱 베이비. 이게 왜 사기급이냐면 시간, 공간, 사물, 심리마저도 속이기 때문이다. ​마술사는 범인들의 규칙적인 범행 패턴조차도 거짓으로 꾸며내어서 수사를 애먹게 만든다. 다한증도 아닌데 이 시리즈만 읽으면 발바닥에도 땀이 흐른다. ​이제껏 만난 상대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상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소설도, 드라마도, 영화도 모두 미스디렉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미스디렉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좀 약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미스디렉션을 잘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늘 다양한 분야들을 전문적인 스릴러로 접목하려는 작가의 연구 자세와 열심은 별 만개 주어도 아깝지 않다. 제프리 디버. 당신은 진정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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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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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품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나보다. 인간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히 표현할 줄 아는 작가가 진심 천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오십을 넘어서 작가에 등단했으니 그동안 인간에 대해 얼마나 관찰하며 연륜을 쌓았겠나. 이 작가는 부등호와 기호를 쉼표와 마침표만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더욱더 집중을 요하고, 엄청난 몰입을 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책속의 상황을 더욱 상상하고 뇌를 자극시키게 한다. 문단나눔도 없는데 장면전환이 기가 막히며 완급조절도 훌륭하다. 확실히 독자와 호흡을 함께 가지고 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백색 실명에 걸린 도시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인간 내면에 있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굉장히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마치 이런 병이 돌면 실제로 이러지 않을까 하게 된다. 아무리 선하고 착한 성품일지라도 극한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악해지고 이기적이게 된다. 그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추악함을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강인한 사람이라 안심되었다. 나같은 사람이 유일하게 병에 안걸려서 멀쩡했다면 도망치거나 정신이 나갈지도 모른다. 근데 사실 병의 발생도 뜬금없었는데 병이 사라지는건 더 뜬금없었다. 뚜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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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8-02-17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뜬 자들의 도시도 읽었거든요
좀 어렵고 잘 안읽어졌어요 ㅜㅜ

물감 2018-02-17 23:55   좋아요 0 | URL
그게 이 책 후속작인가요?
평이 별로인건 알지만 읽어보고 싶네요ㅜㅜ

秀映 2018-02-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눈 뜬 이후의 이야기예요

물감 2018-02-18 00:04   좋아요 0 | URL
병의 근원이 궁금하네요.
나중에 읽기로! 이 작가의 ‘도플갱어‘ 도 유명한거 같던데, 읽을 책이 너무 많군요😥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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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시덤불과 엉겅퀴 가득한 작품은 오랜만이다. 마치 정글에서 헤매던 기분이 들어서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내가 혐오하는 이과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는데, 전체적으로 횡설수설하고 정신 사나운 문체였기 때문이다. 집중이 너무 안되어 슬럼프인지 혼동할 정도였다.

선남선녀가 결혼하여 그럭저럭 잘 살다가 5주년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실종되는데 아내가 남긴 이벤트의 흔적들이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마냥 선하기만 했던 아내가 남편을 전 국민의 안티로 만드는데 중반부터는 아내의 본격적인 계획이 드러난다. 남편도 비호감인데 아내도 어마어마한 사이코였구나.

<데스노트>의 엘과 라이토처럼 고난도의 심리전을 보고 싶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트랜스포머 3 보는 느낌? 아직도 안 끝났어? 늘 거짓말만 하는 남편은 진짜 뚜껑 열리게 하는 타입이었다. 원래 노답 캐릭터는 대부분 감초 역할이라 애교로 봐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주인공들이 노답이면 누구를 이뻐하고 응원해야 할까. 저급한 욕도 너무 많이 나와. 눈 버렸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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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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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오늘 내일 하는 킬러 할머니의 모노드라마이다. 점점 일이 줄어들어 무난한 일상이 찾아오고 거기서 밀려오는 갖가지 감정들로 심란한 주인공. 예전 같지 않은 건 낡아버린 신체기능만이 아닌 듯하다. 이 책은 큼지막한 사건의 흐름보다는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의 컨트롤이 잘 안되는 장면이 더 인상 깊다. 파과. 으깨지고 부서진 과일은 그 본질마저도 잃게 되는 걸까.

이 작품은 극찬하는 평만 가득하므로 는 비평만 적겠다. 구병모의 작품은 처음인데 문체를 참 어렵게도 쓰셨다. 한 40대쯤 되어야 그 맛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을 법한데 이래서 한국문학이 싫은 거야 라고 한다면 나는 애국자가 아닌 걸까. 왜 한국 작가들은 어딘가 고리타분하고 외골수적인 이미지일까. 왜 국내 작품은 거기서 거기 같고 전부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착각이 들까. 헤밍웨이처럼 간결한 표현으로도 고품격 글이 나올 수 있건만 한국문학은 꼭 이래야만 한다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건지 원.

한 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할애할 때마다 경악하여 여러 번 덮을 뻔했다. 문장마다 온갖 단어와 부사를 얼마나 남발하시는지 읽기도 불편했다. 나의 문학은 아무나 이해할 수 없다는 뭐 그런 자부심이라도 있나. 토머스 쿡보다 호흡이 긴 데다 잡담조차도 어찌나 기품있게 쓰셨던지 읽으면서도 오늘 저녁은 떡볶이나 먹을까 따위의 잡생각이 들곤 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작가는 널렸지만 이 분도 정말 범상치 않았는데 이렇게 실컷 쓴소리를 했지만 결국 재미있게 읽었단 말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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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8-02-01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병모 문체가 정말 좋은데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 다르다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구병모 작품은 「위저드 베이커리」가 정말 좋습니다.

물감 2018-02-01 13:57   좋아요 0 | URL
위저드 베이커리가 베스트작인가요?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장르소설 문체에 익숙해서 불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8-02-01 14:12   좋아요 1 | URL
대표작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제가 읽어본 구병모 소설에서 제일 좋았다는 얘기예요.

희망찬샘 2018-02-01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왜 이리 길어~~~하며 투덜거리다 그래도 재밌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술술 넘어가던 위저드 베이커리 읽으며 그런 생각 했던거 같은데... (오래 전 일이라 까마득이긴 해요.) 이 책은 읽을 엄두를 내기 힘들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말씀이죠?

물감 2018-02-01 14: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재밌어서 뭔가 억울했습니다^^;

秀映 2018-02-03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랑 안맞는 작가네요ㅋ

물감 2018-02-03 20:28   좋아요 0 | URL
스타일은 안맞지만 작품성은 높은편이에요~ 추천까진 못하겠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