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김호연 작가님의 전작 읽기를 완료한 기념으로 적어봅니다. 몇몇 분들은 아실 테지만 저는 이 분과의 가늘고 기다란 친분을 수 년 째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쓴 <파우스터>의 리뷰를 보시고 직접 연락을 주셨고, 고맙다 하시며 지금까지도 신간이 나올 때마다 보내주십니다. 저는 계속해서 리뷰를 올리는 중이고요. 제 문체나 스타일이 호불호가 극명한 편인데, 다행히 작가님은 저의 글을 좋아해주시니 저로썬 영광이고요.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무옆의자 출판사에서도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같고요. 아무튼 tmi는 이쯤하겠습니다. 그럼 작품 출간순서대로 줄줄이 소개 들어갑니다.




1. 망원동 브라더스 (2013)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0887092



작가님의 데뷔작이자 세계문학 우수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가난한 만화가의 단칸방에 남정네들이 줄줄이 들어와 홈스테이하는 이야긴데, 각자 떳떳하지 못하게 들어와 놓고 서로 견제하고 생색내는 게 보고 있으면 아주 골때립니다. 그렇게 투닥대다가 정들어버려 누구 하나라도 없는 날엔 허전해하는 것이 참 사람 냄새가 진동해서 좋았습니다. 각자 우여곡절 끝에 잘 풀리는, 정말 내가 다 뿌듯한 결말! 드라마로 치면 <커피프린스 1호점>하고 비슷했달까요? 제발x100 <망원동 시스터즈>로 리부트 작품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2. 연적 (2015)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3187932


비교적 주목 받지 못한 차기작인데, 저는 아주 푹 빠져서 읽은 작품입니다. 고인이 된 애인의 유골함을 들고 튄 두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이미 떠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겠다고 서로 티격태격 하다가 모종의 동맹심 같은 게 생겨납니다. 두 사람은 더 좋은 곳에 유골함을 놔주자며 전국을 떠돌다 제주도까지 내려갑니다. 아 그냥 코믹한 로드 무비구나 싶었는데, 무명 소설가였던 죽은 애인이 출판계에서 받았던 하대들이 서브 내용으로 나와, 작품의 텐션과 템포 조절이 기가 맥혔던 기억이 나네요. 시나리오 작가란 이런 거구나 할 정도로 탄탄한 플롯이었습니다.





3. 고스트 라이터즈 (2017)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0974291


다음은 사뭇 다른 느낌의 장르소설 입니다. 제목처럼 유령작가에 대한 내용이고요. 참고로 이 작품은 <망원동 브라더스>보다도 더 이전에 쓰여졌습니다. 대필 작가인 주인공이 한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를 써주자 곧 현실이 됩니다. 그래서 나 좀 쩌는듯 하던 중 갑자기 납치되더니 곧바로 보스가 등장합니다. 물론 자신의 전용 노예가 되게 하고요. 재미는 있지만 어딘가 뻔한 전개다 싶었는데 역시나, 사이드 메뉴가 있었습니다. 직접 읽고 확인하시기를.





4. 파우스터 (2019)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0820052


제가 처음 읽었던 작가님의 책인데요, 너무 잘 쓰셔서 극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연히(?) 장르소설가인줄 알았을 정도로 잘 만든 스릴러물 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써, 음지의 조직원들이 점찍은 인물을 제 입맛대로 조종하고 키워갑니다. 야구선수인 주인공도 그 꼭두각시 중 하나인데, 후에 그 사실을 알고서 조종자를 만나러 갑니다. 헌데 그곳은 호랑이 소굴이 아니라 드래곤 소굴이었지 뭡니까. 읽어본 분들은 김호연 작가님이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말에 동의하실 거라고 봅니다. 이건 스릴러소설이지만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사회소설이기도 합니다. 강추추.





5.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2020)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2691417


자고로 글쟁이는 라이팅 철학과 이모저모를 어떻게든 글로 남기고 싶어합니다. 저부터도 그러하고요. 그래서 이 책은 작법서 같은 건가 했는데 거의 고생담에 가깝더군요. 사실 생계형 작가들이 다 고만고만 하기 때문에 막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챕터 하나하나가 담백하게 재미있습니다. 막 재미없을 문장에도 스토리텔링을 집어넣어서 생기 돋게 만드는 능력자에요. 평소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와 같아서 참 반갑더라고요.





6. 불편한 편의점 (2021)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2593309


설명이 필요 없는 메가히트작 입니다. 이 분은 언젠가 크게 성공할 거라고 장담했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나서 소름돋았던 기억이 나네요(그러고보니 <고스트 라이터즈>가 이런 느낌이었던). 이 작품을 시작으로 비슷비슷한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더랬죠. 저는 일부러 하나도 안 읽었습니다. 하하하. 잘은 몰라도 전국의 편의점 매출이 많이 올랐을 걸로 예상되네요.





7. 불편한 편의점2 (2022)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3890298


다음 작품은 스릴러물이라고 귀띔해주셨는데, 예상못한 편의점 2권이 나와 당황했습니다. 제가 1권 리뷰에서 분량이 짜다고 찡얼댔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고요 ㅋㅋㅋ 여튼 1권의 주인공과는 정반대 성격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그래서 1권보다 분위기도 몽글몽글 해졌고요. 여튼 요것도 설명이 필요없겠네요. 





8. 김호연의 작업실 (2023)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4437516


본업에 관한 A~Z를 담은 에세이인데, 이건 일반인보다도 작가 지망생들이 읽어야 될 내용이더군요. 작업실의 건물 위치나 효율적인 내부 공간 등등 꽤나 디테일한 깨알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잘 읽긴 했지만 전 내용과 무관한 사람이어서 별 넷 드렸습니다 ㅎㅎㅎ





9. 나의 돈키호테 (2024) ★★★★★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5529292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유튜버가 된 주인공이 실종된 비디오가게 아저씨를 수색한다는 내용인데요. 좀 평범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어느새 푹 빠져 읽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돈키호테를 닮았던 아저씨는 여러 실패를 겪었지만 결코 패배자가 아니었습니다. 아저씨는 살면서 각자의 열정, 광기, 집착이 왜 필요한 지를 말해주는데요. 부디 작가님의 뜻이 많은 청춘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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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작품은 그냥 착하기만 하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먹고 살만 한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어요. 아무튼 각자의 취향이 있는 거니까요. 이렇게 쓰고보니 참 성실한 작가님이셨네요. 거의 매년마다 책을 내셨던. <나의 돈키호테> 마지막 장에서 작가님이 그러더군요. '계속 쓰겠습니다.' 이 정도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도 잘 없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친필샷과 함께 제 이름도 공개합니다 ㅋㅋㅋㅋ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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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4-05-12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님의 많은 작품이 좋지만,
연적 진짜 재밌어요. ㅎㅎㅎ
이 작품이 역주행이라도 하길 바라게 되거든요. ^^

물감 2024-05-13 08:56   좋아요 2 | URL
ㅋㅋㅋ연적 정말 재밌죠
이 분의 작품들은 다 영화화 해도 좋을만큼 시나리오가 훌륭합니다^^

새파랑 2024-05-13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인본 보고 이학자님인지 알았습니다 ㅎㅎ 물감님의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친필사인이라니 너무 부럽네요~!!

물감 2024-05-13 22:13   좋아요 3 | URL
저도 첨 받아봤을때 읭? 했었습니다ㅋㅋㅋ
언젠가 한번 찾아뵐까 계획중인데, 받아주실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24-05-15 1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햐아~! 꿀 떨어지네요. 이리 좋을까? ㅎㅎ
오늘에야 물감님 본명을 알게되는군요. 학진 씨!
저도 그 점이 좀. 착하기만 한거요. 이분도 시나리오 작가부터 시작한 걸로 아는데 그렇게 시작한 작기들이 잇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의 싸부님도 소설 쓸 사람은 필히 시나리오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땐 좀 저항이 있었는데 천명관 소설을 읽으니까 알겠더라구요. 김호연 작가 조만간 저도 읽어보도록 합죠.
도장 깨신 거 축하해요!^^

물감 2024-05-15 16:35   좋아요 3 | URL
축하 감사합니다^^ 이름 공개가 사실 별 것도 아닌데 쑥쓰럽네요 ㅋㅋㅋㅋ 저는 시나리오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촘촘하게 짜여진 기승전결의 묘미가 확실히 있어요. 그리고 영화 속 연출과 구도가 바로바로 연상되는 것도 좋아하고요ㅋㅋㅋ 스텔라님의 천명관 작품 도장깨기 페이퍼도 보고 싶은데요 ^^ 부탁드립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4-05-15 14: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학자 님인줄 알았네요. 오 이름 특이하시네, 했는데 다음 작품들 보면서 아?! 했습니다. ㅎㅎ

모름지기 글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좋겠지만, 소수라도 정말 내 글을 좋아해서 찾아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게 축복 아니겠습니까. 김호연 작가님의 축복이네요, 물감 님은.

물감 2024-05-15 16:39   좋아요 2 | URL
드렁큰 다락방 님... 속은 괜찮으신지요 ㅋㅋㅋㅋ
말씀하신대로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기면, 필자로써 너무 힘이 납니다.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다락방 님도 연락오는 작가분들이 있을 걸로 예상되는데, 언제 한번 썰이라도 풀어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