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서재활동이 뜸한 사이에 요런 이벤트가 진행중이었군요?


간만에 글도 올릴 겸, 뒤늦게 참여해봅니다.


뭐, 이미 잊혀져 가는 판에 이런 거 올려봤자지만요...





고리타분하게도 소설만 읽는 지라 다른 분들처럼 유니크한 도서는 소개할 게 없네요.


그리고 위 목록에는 없지만 제 인생책은 성경입니다.


단지 해당 이벤트에 성경을 넣을 수 없어, 제 심금을 울렸던 문학 중에서 골라봤습니다.

















1. 돈키호테 1,2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4347578


듣자 하니 당시 스페인은 정치, 문화, 종교 등등 문제가 많았던갑다. 세르반테스는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사회를 풍자하고자 '돈키호테'를 써서 디스며 팩트며 온갖 뼈 있는 개드립을 사정없이 갈겨댄다. 그렇게 하고도 욕먹지 않을, 또는 욕을 먹어도 끄떡없을 캐릭터가 필요해 만든 것이 미쳐버린 돈키호테와 덜떨어진 산초였다. 이런 친구들이 비판 좀 했다고 정색해버린다면 스스로 바보 인증하는 꼴이 될 테니까. 작가가 짱구를 참 잘 굴렸다.




















2. 스토너 - 존 윌리엄스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3150048


학교 다니고 결혼하고 직장 다니는 내용이 다인,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들을 덤덤하게 그려나간 작품이다. 별사건도 없이 잔잔하기만 해서 소설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나 주인공의 일생이 나와 너무도 닮아있어 계속 지켜보게 된다. (중략) 힘들면 힘든 대로, 불행하면 불행한 대로 어떤 시련과 불이익도 전부 감수하고 수용하는 보살 같은 태도의 스토너. 이렇게 융통성 없고 손해 보는 성격이지만 그에게는 후회나 뒤끝이 없었다. 그것은 타고난 성정이나 어떤 신념 때문이 아니고 겁이 많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생존 철칙이었을 뿐.






















3. 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5109410


스스로가 위대한 집사임을 내내 강조했던 것은 어떤 자부심과 긍지 때문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걸었던 자기최면인 셈이다. 차마 고개도 들 수 없을 만큼 비참했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점수 미달은 그렇다 쳐도 집사로써 명예가 실추되는 일은 있어선 안되었다. 하여 프로정신으로 끝까지 자신의 확고한 소신을 밀어붙인 스티븐스는 진정 위대한 집사이다. 이렇듯 사람이 무너지지 않는 비결은 앞서 얘기했듯 평생 지켜왔던 본인의 반듯함에 달려있다. 나를 향한 타인의 비난과 질타를 나까지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나만큼은 끝까지 자신을 믿고 응원해 주어야 한다.






















4.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https://blog.aladin.co.kr/loveoctave/13320460


세상은 충분히 지겨웠고 사람들은 다 한심해 보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제 나이보다 일찍 성숙해서 그랬던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제멋대로인 주인공의 하나부터 열까지가 전부 공감이 돼. 일탈해본 적이 없어도 얘가 사사건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중략) 찌질해보이기 싫어서 했던 행동들이 더 찌질하다는 걸 어릴 때는 잘 몰라. 소년도 그래. 상대와 의견이 안 맞으면 우겨서 설득하려 들고 그래도 안되면 미련 없이 떠나버려. 그게 상처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야. 내가 똑같이 했던, 바보 같은 짓이었으니까 그 마음 아주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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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인생책이란, 말 그대로 '인생을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나저나 저는 제가 쓴 글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걸까요. 허허허.


이제는 예전만큼 새콤달콤한 퀄리티의 글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좀 씁쓸합니다.


저는 나이 들어서도 참신한 또라이다운 저세상 텐션을 유지하고 싶거든요.


그렇습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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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4-30 18: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성경! 근데 거봐요. 물감님과 제가 같이 읽은 책 있죠. 스토너! 저도 스토너는 정말 괜찮게 읽었습니다. 단지 저에겐 인생책은 아니었다는 정도. ㅋㅋ
돈키호테는 저에겐 죽기 전에 읽어야하는 책입죠. 언제나 읽으려나...ㅠ

물감 2024-04-30 21:26   좋아요 3 | URL
스토너가 취향은 갈릴지언정 팬층은 확고한 작품입죠ㅋㅋ
스텔라님, 돈키호테는 필독서입니다. 저는 무인도에 딱 한 권만 가져간다면 돈키호테 고를겁니다😀

라파엘 2024-04-30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감님의 인생책이 성경이라니, 정말 반갑네요~!! 그리고 마지막 사진, 새콤달콤하고 참신합니다!! 😆

물감 2024-04-30 21:28   좋아요 3 | URL
라파엘님의 댓글이 몇년만이더라...ㅋㅋㅋ
여튼 저도 반갑습니다만, 라파엘님의 인생책은 당연한? 것이라 신기하진 않군요ㅋㅋㅋ

그레이스 2024-04-30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맨 아래 그림 인상적이네요^^
성경을 책에 포함시킨다면, 저도 같습니다.
제겐 살아있는 말씀이죠
그래서 누가 물어보면 인생책으로 성경을 말하지는 않아요 ^^
돈키호테도 좋았고, 스토너도 좀 답답하지만 나름 좋았어요. 남아있는 나날도 좋았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도 좋았지만 거기서 뚜렷한 메시지를 얻지는 못했던것 같아요.
다시 읽어본다면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 돈키호테 다시 읽는데 완전 다른 의미들을 찾았거든요.~~^^

물감 2024-04-30 23:18   좋아요 3 | URL
동지 발견^^ 말씀하신대로 어디 가서 성경을 인생책이라 말하긴 좀 머시기해요 ㅋㅋ
개인적으로는 저중에서 호밀밭이 가장 공감 가는 책이에요. 리뷰 또한 제가 쓴 것 중에서 베스트 5에 들고요ㅋㅋ
돈키호테 재독중이시군요! 파이팅입니다! 발견하신 다른 의미를 꼭 들려주셔요 ^^

잠자냥 2024-04-30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성경이에요? 정말 뜻밖입니다…. <남아 있는 나날> 선물용으로 구입하다가 땡투!

물감 2024-05-01 21:26   좋아요 2 | URL
크크큭. 이런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땡투도 감사용!
위 4권의 리뷰를 보시면 저의 글 성향이 성경과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당. 근데 지금 보니까 전부 다 이달의 당선작 리뷰군요. 오호라?

은오 2024-05-01 18: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생책이란 “인생을 노래하는 작품”!!! 참신한 물감님의 해석. ㅋㅋㅋㅋㅋ
물감님이 선정하신 작품 중에서 전 <스토너>만 읽었네요. 전에 제 리뷰에서 물감님이 말씀해주셨듯이 스토너는 제가 좀 더 나이 들어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 거 같아요.
<남아 있는 나날>은 제 약혼자분이 어린이날(ㅋㅋㅋㅋㅋㅋㅋㅋ)기념으로 보내주셔서 이번주에 받을 거 같은데, 물감님 인생책이라니 더더욱 기대됩니다!! 🥹🥹

물감 2024-05-01 21:33   좋아요 3 | URL
은오님 오랜만이에요. 저보다 더 뜸하다는 소문이 돌던데요 ㅋㅋㅋ
사실 누군가의 인생책이라고 해서 다 좋을수도 없고 꼭 챙겨볼 필요는 없죠. 스토너도 그냥 잊어버려요~~ 그리고 남아있는나날... 이것도 은오님 아마 별 셋 주지 않을까 싶은ㅋㅋㅋㅋ만약 별 다섯이면 은오님 다시볼듯 하네요 ㅋㅋㅋ 점점 더워지는데 늘어지지 말고 같이 열독합시다요.

페크pek0501 2024-05-04 1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는 동화책으로만 읽었고, 저도 스토너, 참 좋았어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너무나 사랑하는 책이라 아껴가며 읽고 있어요. 반 이상 읽었으려나... 저는 그 장면이 인상 깊어요. F학점인가 맞은 과목의 선생님 댁에 찾아가 그 앞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 학생과 선생 사이의 대화. 잘 읽어 보면 엄청 코믹해요. 잘 보고 갑니다. 이런 이벤트 재밌습니다.^^

물감 2024-05-05 00:42   좋아요 1 | URL
진짜 이런 이벤트 너무 좋지요? 이달의 페이퍼도 대거 쏟아져나올듯 하고요 ^^ 제게는 인생책이 몇권 없어서 선정하기 수월했는데 다른 분들은 꽤나 힘들었겠어요 하하핳. 말씀하신 호밀밭에 그 장면은 코믹하다고 생각해보질 못했는데, 나중에 재독하게 되면 한번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날 더워져가는데 건강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