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텐스 - 내 영혼의 향기로운 한 문장
공선옥.서명숙 외 58인 지음 / 플럼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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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책은 나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 무렵부터 거의 3년 동안 SNS에 이런 식으로 글을 꾸준히 써왔는데, 아마 다 저장해놨더라면 3천개는 족히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뭐랄까, 나의 글쓰기를 위한다거나 기록 및 저장, 나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적은 글이 아니라 오직 '즐겁게' 쓴 내 감정의 배출 방법이었기 때문에 굳이 남겨진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고 다 버려왔다. 내가 쓴 글이라면 언제라도 다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기자 지망생의 치기 어린 표현에 감동 받아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가끔 가다 저장해 둔 글을 나중에 보면 내가 이런 걸 적었었다니, 감동 받을 때도 있는데... 역시 그런 것도 '사랑' 이나 '사람'에 관한 것들 뿐이라 깊이가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나 사회, 인생 부분에서는 부족하지만, 사람, 사랑을 말하는 부분에 나오는 책이나 구절은 거의 많이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샐러드 기념일」이란 책에서도 다른 부분을 인용하며 글을 썼던 기억이 있고 말이다.
  읽는 속도는 느리고 읽을 책들은 너무 많아서 어느 순간은 이렇게라도 접해야겠다 하며 읽어야 할 책과 접했던 짤막한 내용들을 기록해두는 버릇이 생겼는데, 확실히 효과가 좋은 것 같다. 한번 기억에 담아둔 책은 다음에 읽도록 동기 부여도 되고, 읽기를 시도할 수 조차 없을 것 같은 책에서도 아예 멀어지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나에겐 아주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요즘은 정독만이 답이 아니라고 병렬식 독서법, 70%만 읽고 버리는 독서법, 읽고 싶은 것만 찾아 읽는 독서법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는데, 나처럼 읽기 속도가 영 마음을 쫓아가지 못한다면 고려해볼 만한 방법인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이 최고라고 뽑은 문장들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가볍게 읽을 책을 찾았기 때문에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책을 한 두권이라도 찾아 읽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창조한 거대한 세계 속에서 직접 자신에게 맞는 문장들을 받아 읽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춥지, 하고 말을 걸면
춥네, 하고 대답해줄 사람이 있는 따뜻함.

- 타와라 마치, 「샐러드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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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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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신간 소식들 사이로 '달'이라는 글자를 확인하고 바로 서점으로 달려왔다. 책 배송을 기다리는 그 하루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게 느껴지도록 하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달'이었다.
  나는 '잘' 쓰여진 문장이나 사색의 깊이가 담긴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책'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이야기'라고 다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탓에 농축해서 진하게 잘 써낸 글과 어느 정도 무게감도 있는 글을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이 화려한 맛을 가진 서양식 피자와 파스타와 비슷하다면, 이 책은 일반 식당에서 한 젓가락 내오는 싱거운 간의 어묵 볶음과 닮아있는 듯 했다. 어묵 반찬을 일부러 주문해서 먹진 않아도 그 맛을 즐기다 보면 크게 상관은 없는데... 이 어묵 볶음은 약간 어른용 어묵 볶음이었다.
  크고 보니 세상은 어쩜 이렇게 19금 투성인지. 어쩌면 그 안에 어른들의 모든 즐거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보기에 어른들의 사랑이란 '사랑'이라는 두 글자 단어라기 보다 오히려 '섹스'라는 두 글자와 닮아있는 듯 했고, 그게 아니라면 '현실'이나 '결혼'이라는 단어들과 더 맞닿아 있는 듯 했다. 내가 그 어른의 세계를 즐길 수만 있다면 세상이 그만큼 더 아름다워보일까, 하는 소소한 궁금증- 사랑도 하고 섹스도 하고, 사랑 없이도 섹스 하고,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 조금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졌다.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는 진실을 알기 원하고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고 하지만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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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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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이 나오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두 달 반만에 겨우 다 읽었다. 처음엔 분노에 치를 떨며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분노를 되새김질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으려고 천천히 읽었고, 그 즈음 결혼 얘기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일부러 책 읽기를 잠시 중단했었다. 그리고 그 뒤엔 일로 바빠져 책을 볼 수가 없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의 기분은 그냥 그렇다. 책에 대한 느낌이 별로라는 말이 아니라, 굳이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게 맞겠다.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 나는 어쩌면 남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이 캐릭터를 증오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떠나는 것에 죄책감이 없는 사람과 떠난 것의 허울이라도 붙잡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에게 동의할 수 없었다. 마음이 변하는 것을 어찌 막겠냐만은 어찌됐든 그것에 대한 강제 의무를 지우며 돈과 관련시킨 제도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그 제도에 동의를 했으면서도 책임감 없이 행실하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책 속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고양이를 주웠다는 사람은 많은데 고양이를 버렸다는 사람은 없다고. 그리고 옮긴이는 말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며 인터넷 주부 게시판에 사연이 이틀에 한번씩 올라오는데 그러면 다들 이혼하라며 댓글을 남긴다고. 아마 남편의 바람글을 올렸던 사람도 예전엔 누군가에게 그런 댓글을 달았을 거라고.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내 남편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으면서. 절대란 건 없는 법. 세상에 바람피우는 그 많은 남자들은 다 누구의 남편일까.'
  비단 남자만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유혹이란 건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고, 누구나 다 이겨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막연한 행복만을 꿈꾸며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해서 그 모든 걸 감수하더라도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과 노력이 함께 수반되지 않은,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되는 결혼 문화도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섹스를 했는가, 안 했는가는 관계없다.
서로 간절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하즈키가 말하는 `일선`은 이미 넘은 것이다.`

"불륜이란 건 요컨대 추한 섹스잖아."

`나는 하세 씨한테 아내 얘기를 듣고 싶다. 그래서 오늘 밤에도 바에서 물었다. 카운터 아래로 손을 잡아주었을 때, 일부러 "매일 밤 늦게 가는데 부인은 아무 말도 안 해요?"하고. 두 사람 사이에 아내의 존재를 끌어오면 그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한다. 웃어넘기듯이 "결혼한 지 오래됐으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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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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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도 어김없이 일거리가 많았지만, 오늘을 넘기면 아주 한참 뒤에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욕심내고 읽어버렸다. 그런데 다들 「침대의 목적」이란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나는 걸까? 서른 하나의 골드미스(자칭)인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남자는 너댓명이 나오지만, 어느 면에선가 약간은 모자르고 맞지 않았다. '침대의 목적'을 달성하기엔. ㅋ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인용한 구절은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보고 나니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매너라. 사실 갖춰져 있는 사람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여자도 남자도 말이다. 상대가 알아서 척척 해주거나 보기도 같이 있기도 흐뭇하게 해준다면 그걸 누가 싫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진작 포기. ㅋ 사람들은 결국 자기 입맛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침대가 썩어가는데도 아무도 침대 근처로 들이지 않는 것 같다. 다들 너무 이기적이야. ;)
  글의 끝부분에서는 왠지 '나는 아직 괜찮다'라고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을 것 같던 주인공의 외로움이 묘사되어있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외로움을 바닥까지 느껴보고 그제야 '혼자'를 받아들였었다. 그래서 '여자'의 외로움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는데, 사람들 중에는 '여자' 혹은 '남자'로서의 외로움이 못 견딜만큼 크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리 크게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판단할 수가 없지만.. 엄청 힘들 것 같기도 하다 ;) ㅎ 아무튼 은근하게 재밌었다 ㅋ 다나베 세이코, 이름 기억 완료! :-)

 

 

 

"남자의 테이블 매너는 섹스 매너와 비례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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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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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2014년 마지막 책이자 2015년 첫번째 책. 예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이제야 손이 닿았던 책. 여러 가지 면에서 감탄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내가 느낀 것들을 모두 잘 전달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저 내가 이 모든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할 뿐. 또 그만큼 흡수력있고 공감 가능하게 이 멋진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가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와, 멋있다! 할 수 있는 그런 구절을 찾아 헤맸었다. 내가 느낀 바를 가장 쉽게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도 유발할 수 있었고, 실패율도 적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스토리가 아니면 전해질 수 없는 그 깊은 감동을 아주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다. 어떻게 이런 통찰력과, 이런 묘사와, 이런 감정을 낳을 수 있을까...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또 이 책에 나온 사상들에 깊이 공감을 했다. 다 소개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라 띠지가 없는 상태이지만, 새 책에는 둘러져있을 띠지에는 "그래도 날 사랑해 줄건가요?"라는 한 마디가 적혀있다. 나는 '그래도...'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이 책에 묘사된 것처럼 인간에게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을 만큼의 어리석은 면이 많이 있기에... '그래도'라는 조건이 붙었을 때도 변치 않을 마음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다는 꿈은... 간직하고 살아야 조금이라도 숨이 쉬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됐다.  
 
  '그래도' 투성인 나는. 결국. 상대에게 '이런 나라도 괜찮은가요?' 한번 묻지도 못한 채 나를 감추겠지만 말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인간의 방에 엠파이어스테이트나 록펠러의 사진이 붙어 있다면 다들 피식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비키니니 금발이니 미녀의 사진이 붙어 있다면 다들 그러려니 하지 않겠어? 즉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없는 세상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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