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신간이 나오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두 달 반만에 겨우 다 읽었다. 처음엔 분노에 치를 떨며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분노를 되새김질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으려고 천천히 읽었고, 그 즈음 결혼 얘기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일부러 책 읽기를 잠시 중단했었다. 그리고 그 뒤엔 일로 바빠져 책을 볼 수가 없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의 기분은 그냥 그렇다. 책에 대한 느낌이 별로라는 말이 아니라, 굳이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게 맞겠다.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 나는 어쩌면 남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이 캐릭터를 증오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떠나는 것에 죄책감이 없는 사람과 떠난 것의 허울이라도 붙잡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에게 동의할 수 없었다. 마음이 변하는 것을 어찌 막겠냐만은 어찌됐든 그것에 대한 강제 의무를 지우며 돈과 관련시킨 제도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그 제도에 동의를 했으면서도 책임감 없이 행실하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책 속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고양이를 주웠다는 사람은 많은데 고양이를 버렸다는 사람은 없다고. 그리고 옮긴이는 말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며 인터넷 주부 게시판에 사연이 이틀에 한번씩 올라오는데 그러면 다들 이혼하라며 댓글을 남긴다고. 아마 남편의 바람글을 올렸던 사람도 예전엔 누군가에게 그런 댓글을 달았을 거라고.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내 남편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으면서. 절대란 건 없는 법. 세상에 바람피우는 그 많은 남자들은 다 누구의 남편일까.'
  비단 남자만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유혹이란 건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고, 누구나 다 이겨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막연한 행복만을 꿈꾸며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해서 그 모든 걸 감수하더라도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과 노력이 함께 수반되지 않은,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되는 결혼 문화도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섹스를 했는가, 안 했는가는 관계없다.
서로 간절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하즈키가 말하는 `일선`은 이미 넘은 것이다.`

"불륜이란 건 요컨대 추한 섹스잖아."

`나는 하세 씨한테 아내 얘기를 듣고 싶다. 그래서 오늘 밤에도 바에서 물었다. 카운터 아래로 손을 잡아주었을 때, 일부러 "매일 밤 늦게 가는데 부인은 아무 말도 안 해요?"하고. 두 사람 사이에 아내의 존재를 끌어오면 그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한다. 웃어넘기듯이 "결혼한 지 오래됐으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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