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기술 - 불확실한 삶이 두려운 이들을 위한 철학 연습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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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품 넥타이를, 아니 대학생으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브랜드 넥타이를 아주 열심히 들여다보던 때가 있었다. 대학의 필요도 못 느끼던 내가, 대학 등록금이 너무 아깝고 다 졸업하고 나서도 후회가 크던 내가, 유일하게 행복했던 그 때. 바로 민승기 교수님의 수업 시간이었다. 문학과 철학과 사회가 한데 어우러진 명강의를 들으면서, 이래야 대학생인데, 대학생은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하며 그렇지 않은 현실에 애통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넘치는 희열이 너무 달콤해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 너무 사랑했던 그 시간, 나의 교수님, 값진 배움들. 어찌보면 그 때 내가 사랑했던 것들은 생계 유지나 현실적인 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람답고 인간적인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 적은 정말 그 때가 유일했던 것 같다. 어려운데 기쁘고, 답답한데 행복하고, 자꾸 웃음이 나오고. :)
   우리는 예상되지 않은 것,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거부한다. 방황이라는 것도 좋아할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 책은 우리에게 방황을 추천한다. 사실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게 삶이라는 것인데, 삶이 방황인 것을 자꾸 부정하려하니 쓸데없는 긴장에 에너지가 더 소비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방황의 기술'이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서 가끔 어지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신화나 철학 이야기를 다양하게 전해준 것 같다. 방황, 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쏟기 보다 삶에 대해 가볍게 생각을 해보고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면 도움이 될 듯 싶은 책이다.

 

 

"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철학의 목표는 의식을 갖고 자유롭게 사는 것, 외부 상황에도, 지배하는 자에게도, 자신의 근심과 슬픔과 두려움에도 노예가 되지 않는 것, 또한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철학은 삶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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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애인 문학과지성 시인선 391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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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같고 영화 같았던 시. 시니까 그저 단조.
  나는 시를 읽다가 갑자기 사랑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빈 구덩이 같은 컴컴한 가슴 속에 쓸쓸함이 몰아쳤지만 시를 읽고 있으니까,라고 자위하며 다시 집중한다. 시는 못생겼고 비틀거리고 멍들고 냄새나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 나오는 것일테지. 길가의 부랑자든 낙엽이든 따뜻한 코코아든 솜이불이든. 나는 무엇을 남길까. 슬픈 구멍이 존재했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릴까. 나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시가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시는 쥐뿔도 모르면서- 느끼는 대로가 답이 아니겠냐며 시를 추천하던 나였지만, 다소 어렵긴 하던 그녀의 시집. 그녀를 처음 접하는 거니까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위로해본다.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일은
백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어려운 이성의 횡포
수첩을 찢고 나는 백 사람을 사랑하리
무모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마실 수 있는 데까지 마셔보자고 다시 쓴다
- `날마다 설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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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미래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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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얀 겉표지가 나를 조심스럽게 한다. 아마 이 책도 언젠가 더러워질 것이다. 때가 타고 접히며 구겨질 테지만, 그래도 너무 깨끗해서 만지기 조차 두려웠던 그 마음, 이 새하얀 책을 처음 잡고 첫 장을 넘길 때의 설레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마음, 그 기억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소중한 책을 끝까지 아끼며 보고 또 보고 할 수 있는 축복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 시절에는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살고, 후에는 그 기억으로 살면 되니까. 그런 소중한 마음들이 우리를 살게 할 테니까. 그리고 후에 언젠가라도 다시 그런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바로 사랑의 미래가 아닐까...

 

 

`사랑을 잃는 것은 `나`를 부르는 하나의 특별한 억양을 잃는 것. 그 억양이 존재했다는 기억만, 어떤 습기가 있던 자리의 얼룩이 되는 것.`

`어쩌면, 생의 문제는 자기 몸의 냄새를 어떻게 견디는가 하는 것. 사랑의 문제는 타인의 냄새를 어떻게 잊을 수 있는가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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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 - 2012 제3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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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안타까울 정도로 유머 코드 하나 없이 배열된 딱딱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웃음은 정말 많았는데 그것도 예전 일. 요즘엔 어쩜 그리 웃음기도 싹 말라버렸는지... 내가 보기에도 내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유머나 개그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처음 이 책의 희화화나 우스꽝스러운 설정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서 쪼금씩 맘에 들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 더 좋았고 말이다. 어째선지 읽는 내내 「나의 삼촌 브루스리」가 생각이 났다.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여러 번 피식피식 웃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설정한 목표에, 그것이 비록 비루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루 더 다가섰느냐는 것이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

"상황이 아무리 질퍽하더라도 웃음을 잃지 말자. ... 삶은 어차피 고통과 동행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 웃음을 잃는다면 생 자체를 잃는 것이다." - 작가노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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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니체 - 삶으로만 생을 타전하다 피닉스문예 6
오철수 지음 / 갈무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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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으로만 생을 타전하다'. 책의 올곧고 멋진 핵심인 것 같다. 어느 순간 무의미와 무기력 등이 삶을 억누르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흔히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삶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 있다면,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을 터. 어떤 이유로건 삶과 죽음에 관심이 생겼다면, 「죽음이란 무엇인가」 뭐 이런 책보다, 오히려 이 책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삶에의 의미를 못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삶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면서, 생에 대한 의지도 생기게 하고, 니체의 텍스트와 다양한 시를 접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괜찮았다. 부족한 점이라고 하면 너무 지은이 자신의 시가 많았다는 점, 두꺼운 텍스트 내용이 너무 같은 느낌이었다는 점, 마무리가 조금 엉성한 느낌이라는 점 정도. 앞에서 올린 '생'의 느낌을 주는 시들은 다 이 책에 나온 시를 옮긴 것이다. 좋은 시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나름 다가오는 구절을 발췌하긴 했지만(위의 니체 인용문), 진정 공감이 가는 것들은 밝은 느낌의 글보단 생의 어두운 부분을 강조하는 시나 글이었던 게 조금 아쉽다. 삶이 즐겁지 않은 내 자신이 책을 읽고 많이 변화가 된 느낌을 받았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역시 삶을 즐겁게 하려면 이런 책을 읽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좋은 사람과 잠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삶을 나누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법 같다. ;D

 

 

 

`진정으로 나도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단지 `나 자신을 기다리는 법`을. 무엇보다도 나는 일어서서 걷고 뛰며 오르고 춤추는 법을 배웠다. 이것이 바로 나의 사상이다. 어느 날 날기를 바라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일어서서 걷고 뛰며 오르고 춤추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처음부터 날개가 있어서 날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물에 있어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더 배우고자 한다. ㅡ그렇게 하여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 Amor fati.ㅡ 이것이 지금부터 나의 사랑이 될 것이다.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나는 비난하지 않으련다. 나를 비난하는 자도 비난하지 않으련다. 눈길을 돌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언젠가 긍정하는 자가 될 것이다!` - 니체, 「즐거운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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